답사를 늘 다녔지만 답사후기를 적긴 오랜만이다. 벌써 답사회가 발족한 지 1년. 딱 1년.
답사회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답사후기를 아무도 남기지 않았다는 실망감에서나마 후기를 적어볼 까 해서 글을 적어본다. 지금 새벽 3시를 조금 넘은 시간. 카페지기 김소양님이 올려놓으신 퀸과 마야의 음악이 새벽의 분위기와 어쩜 그리 딱 맞나요.
그동안의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닭의 목이 쉬었을망정 답사회는 지속되었죠. 답사를 통해 우리 山河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우리 답사회 사람들이 얼마나 정겨운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합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시 얘기했지만 내가 해인사를 온지 20여년전. 잠시 그때 기억을 상기하면, 우석이(우리 답사회의 귀염둥이 중학생)보다 6살 많은 나이였다. 그땐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미팅했던 여학생을 따라 해인사를 왔었다. 아주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땐 삶의 많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을 때 였다. 그리고 20여년후.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장경각 입구 문에 서서 그림자를 보니 그 애랑 왔었던 20년 전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20년전 그때 스님이 햇빛의 길이와 그림자의 길이를 설명하셨던 그 장소가... 벽의 창문 크기에 대해서는 차샘의 설명 덕에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새삼 엿보인다.
해인사 입구 성철스님의 사리탑. 그분의 일생을 대표하듯 간결하면서 현대 예술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조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차샘의 설명도 있었지만 해인사의 계곡은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지만 정말 한국의 보배였다. 햇빛에 비친 그 계곡물.
해인사의 海印이란 바다해(海)와 도장인(印)이다. 화엄경의 해인삼매에서 유래한 말이다. 바다의 푸른 물에 세상의 모든 사물이 마치 도장을 찍듯 투명하게 반영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이다. 그렇듯 해인사의 계곡물이 모든 세상사를 반영하는듯 오후 햇살에 반짝였다.
묵와고가. 몇백년전의 전통을 간직한 곳.
이 곳은 조선 선조때 윤사성이란 분이 살던 집. 지금은 후손들이 관리하고 있는 궁벽한 집이다. 동인우리문화답사회가 방문하면서 잠시나마 온기를 전했다. 집이란 자고로 사람이 살지 않으면 일찍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이 집도 앞으로 얼마나 보존이 될지. 사랑채 가운데 맹자의 글귀와 정명도 선생님의 시귀가 적혀있다.. 꽤나 귀품있는 집안이었는 것 같은데....
누른 매화가 피는 산. 동인서원에서 사기열전을 강의하는 허종은 선생님의 고향인 황매산(黃梅山) 자락의 영암사지.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듯 잡풀들이 무성한 폐사지. 옛 영화만이 쓸쓸이 남아 있는듯. 차샘의 설명을 들으니 예사로운 절이 아니었다. 쌍사자석등, 두 마리 거북이, 그리고 금당(金堂). 그 뒤로 병풍치듯 놓여있는 황매산 자락. 영암사지는 차샘이 개인적으로 무척 아끼는 폐사지란다. 음, 그 장소에 서보니 그 이유가 느껴진다.
답사후기가 좀 길었죠. 이번 답사에서 천년 전의 흔적을 찾아 다녔는데 과연 우리들은 천년 후의 후손들이 찾아다닐 삶을 살고 있는지, 문화를 만들고 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천년 고찰, 고가, 폐사지 등 답사지의 종합선물 세트, 동인우리문화답사회 1주년 홧팅, 심정욱님 홧팅, 회원님들 모두 홧팅.(참석하신 모든 분들 홧팅, 자기이름 없다고 삐지지 마세요.)
첫댓글 차샘, 심현섭 국장님, 김소양님, 협천군 출신 허종은 샘, 김영심님, 신왕식님,......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달 영월 답사에서 뵙겠습니다.
바쁘실텐데 글까지 올려주시니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소감을 말했을 뿐인데 여러 번 회자되니 송구스럽네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
답사를 갈 때마다 이렇게 좋은 분들과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동인 우리문화 답사회를 만들고 시작해주신분들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답사회 축 돌! !
후기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무척 새벽에 쓰셨네요 ^^
길다란 답사후기 오랜만에 읽어보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후기를 위해서는 답사뒷날에는 꼭 새벽에 집에 보내야겠군요.ㅎㅎㅎ
1. 미팅한 아가씨와 먼 곳까지 나들이를 하셨군요. 흐음... 2. 아니, 그럼 뒤풀이를 몇 시에 끝내셨다는 얘긴가요? 정작 답사후기를 읽은 소감은 접어둔 채, 엉뚱데로만 관심이 쏠려서...ㅎㅎㅎ...
답사 끝나고 월요일 저녁 차샘이랑 한잔 하다가, 밤 12시 넘어 집에 들어갔는데 그만 객기가 발동해서 답사후기를 쓰게 되었답니다. ㅋㅋㅋ...
차샘께 8월 답사부터는 개근하겠다고 큰소리쳤는데... 영심님 사진이랑 재호님 답사후기를 읽으며 아쉬움을 달랩니다. 흰눈이 살픈 내린 날, 일주문 전나무 숲길의 천년 노목에 발길이 잡혔던 때가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