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명현 현상은 탁기가 빠지는 과정...상
기를 수련하다 보면 몸이 좋아지면서 다양한 ‘명현현상’을 겪게 마련이다. 명현현상을 한의학에서는 ‘호전반응’이라고도 한다. 균형을 잃었던 몸이 질서를 잡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증상이 악화되거나 엉뚱한 반응을 내오는 것이다.
몸이 안 좋았던 사람일수록 기를 수련하면 명현현상이 심하게 온다. 일단 명현현상이 나타나면 대개는 당황을 한다. 이게 명현현상이라고 내가 설명해도 서양의학이 정해놓은 틀에 매몰된 나머지 의심의 눈초리를 좀체 거두지 않는다. 수련이 진행되면서 이런 오해가 풀리기는 하지만 이 모든 건 명현현상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온다.
김 여인은(34) 목이 좋지 않아 처녀 때부터 고생이 심했다. 20대 초반에 처음 ‘갑상선기증 저하증’이란 병명을 판정받은 뒤로는 남들처럼 마음놓고 조깅 한번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처음엔 2년 정도 꾸준히 치료를 해서 약을 끊었는데 얼마 뒤 재발했고, 그때부턴 늘 약을 품에 지니고 다녀야 했다. 조그만 움직여도 숨이 차올랐고, 걸핏하면 구토증을 느꼈다. 말을 많이 한 날은 어김없이 목이 부어올랐다. 침도 맞아봤지만 효과는 그때뿐이었다.
약을 복용하는 게 만성이 되다 보니 그녀는 뜻하지 않은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몇년 전엔 임신 두 달째가 된 첫 아이를 지우기까지 했던 것이다. 임신 기간 중에도 약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기형아 출산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진 탓이다. 그 사건 뒤로 그녀의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혼자 있으면 왠지 불안함을 느꼈고, 밤에 잠을 이루지도 못했다.
수련 첫날, 그녀는 별다른 기감을 느끼지 못했다. 더구나 집도 대전이나 매주 수요일 하루밖에는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꾸준히 수련을 해나가자 여러 가지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기를 수련하고 한달쯤 지나자 그녀의 전신은 불덩이처럼 뜨거워졌고, 부르튼 입술에선 진물까지 났다. 또한 어깨를 비롯한 뼈마디는 욱신욱신 저려왔다. 그럴 때는 침도 쓰고 매워서 도무지 삼킬 수조차 없었다. 수련을 하고 난 이튿날은 지독한 몸살기가 닥치면서 진종일을 드러누워 앓기만 했다. 다행히 그런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수련에 임했다. 그런 증상들이 “탁한 기운들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내 말을 굳게 믿었던 것이다.
수련을 시작하고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그녀가 말했다. “병원에서 의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대요. 목안에 생긴 조그마한 물혹도 없어졌으며 목도 완전히 가라앉았대요. 약도 이제 그만 먹어도 된대요.”
<영진운기수련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