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영작 소개
소매치기 Pickpocket 1959 75min B&W
감독 : 로베르 브레송 출연 : 마틴 라살레, 마리카 그린, 장 펠레그리, 피에르 에텍스
소매치기로 생계를 유지하는 미셸은 타락한 세상에서 자신의 죄는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으며 범죄행각을 계속한다. 이웃집에 사는 젊은 여인 잔느는 미셸의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며 그에게 애정을 느끼지만 미셸은 그녀의 애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미셸은 결국 체포되고 만다. 감옥에 갇힌 그를 잔느가 방문하고, 창살 속에서 미셸은 비로소 잔느가 품은 사랑의 진정성을 깨닫는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원안삼아 만든 영화로 한 젊은이가 겪는 구원의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소매치기 행위에 대한 치밀한 묘사와 클로즈 업 되는 미셸의 손 샷들 또한 매력적이다.
로베르 브레송 Robert Bresson (1901~1999)
1907년에 태어난 브레송은 젊은 시절, 화가로 활동했다. 그의 첫 극영화는 <죄지은 천사들 Les anges du peche>(1943)이었고, 이어 <블로뉴 숲의 여인들 Les dames du Bois de Boulogne>(1945)과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Journal d’un cure de campagne>(1950)를 발표해 중요한 감독으로 자리잡는다. 이후 15년간 5편의 영화 <사형수 탈주하다 Un condamne a mort s'est echappe ou Le vent souffle ou il veut (1956) <소매치기 Pickpocket> (1959), <잔 다르크의 재판 Le Proces de Jeanne d’Arc>(1962), <당나귀 발타자르 Au hasard, Balthazar>(1966), <무셰트 Mouchette>(1967)를 발표하며 자신의 고유한 미학을 창출했다. <부드러운 사람 Une Femme Douce>(1969), <몽상가의 나흘 밤 Les Quatre Nuits d’un reveur>(1971), <호수의 란슬롯 Lancelot du Luc>(1974)은 도덕과 인간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돈의 순환을 소재로 한 그의 마지막 작품인 <돈 L’Argent>(1983)은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자본의 현대 지배를 그리고 있다.
미치광이 피에로 Pierrot le Fou 1965 110min
감독 : 장 뤽 고다르 출연 : 장 폴 벨몽도, 안나 카리나, 그라지엘라 갈라바니
페르디낭은 아내와 자식들을 버리고 모험을 찾아서 마리안과 함께 도주한다.다음날 아침 마리안의 아파트에서 한 남자가 시체로 발견되고 이들은 마리안의 오빠를 만날 목적으로 남프랑스로 향한다.여행 도중에 페르디낭은 일기를 쓰면서 소일하지만 그런 그에게 마리안은 짜증을 낸다. 60년대 고다르의 대표작으로 고다르 자신은 ‘최후의 낭만적 커플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는데 영화내내 빈번히 나타나는 스타일, 정서, 내러티브상의 급격한 변화는 지금 다시 보아도 참신하고 강렬한 원색의 사용과 라울 쿠타르의 카메라 워크도 인상적이다.
장 뤽 고다르 Jean Luc Godard (1930~)
장 뤽 고다르는 영화를 ‘찍지’ 않고, ‘창조’한다는 평가를 받는, 현존하는 영화연출가 중 현대 영화의 발전에 가장 큰 공로를 남긴 감독이다. 그의 필모그래피 전체는 수많은 실험과 형식의 혁신으로 영화의 미학적, 정치적 경계를 넓혀왔다. 고다르는 소르본대학을 중퇴하고, 시네마테크에서 만난 친구들인 프랑수아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 등과 함께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필자로 활동했다. 50년대 말 ‘누벨바그’ (새로운 물결)라 불리운 이들 중에서도 고다르는 관습을 거부하고 비약과 생략이 난무하는 편집으로 이루어진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 A Bout de Souffle>(1959)를 발표하여 현대 영화에 혁명적인 바람을 일으켰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 <주말 Weekend> (1968)까지가 고다르 영화의 제1기라 분류한다면, 1968년 5월 혁명 이후를 고다르 영화의 제2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좌파였던 고다르는 마오쩌둥 주의에 경도되어 ‘지가 베르토프’ 집단을 만들어 혁명 영화의 생산과 제작, 배급에 주력할 것을 선언한 후, 전세계의 상업 배급망과 관계를 끊었다. ‘정치적 주제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를 만들고자 전 세계의 학생, 노동자, 운동 집단과 연대하여 창작활동을 펼치며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급진적 영화 만들기를 모색하였으나 좌절한 고다르는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인생 Sauve Qui Peut: La Vie>(1980)으로 다시 상업영화에 복귀하였다. 80년대 이후의 고다르는 영화, 또는 그를 포함한 예술, 종교의 가능성과 한계를 끝없이 회의하고 성찰하는 신세계의 경지를 펼쳐 보인다. 90년대 후반부터 발표한 <영화의 역사(들) Histoire(s) Du Cinema> 연작은 그 좋은 예다.
무셰트 Mouchette 1967 78min B&W
감독 : 로베르 브레송 출연 : 나딘 노르티에, 장 클로드 질베르, 마리아 카디날, 폴 헤베르트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소녀의 수난과 죽음을 소름끼칠 정도로 가슴아프게 보여주고 있다. 고다르와 트뤼포 등 누벨바그 감독들의 지원에 힘입어 전작인 <당나귀 발타자르> 이후 곧바로 제작에 착수할 수 있었으며, 이 두 편의 영화는 은총과 굴욕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자매편과도 같다. 빔 벤더스가 "70년쯤 전 영화 카메라를 만든 사람이라면 <무셰트>를 보고 이토록 믿을 수 없이 아름답게 사용된 것을 자신이 발명했다는 사실에 환희에 찼을 것이다"라고 극찬한 작품이다.
도둑맞은 키스(훔친 키스) Baisers Voles 1968 90min color
감독 : 프랑수아 트뤼포 출연 : 장 피에르 레오, 델핀 셰리그, 클로드 제이드, 미셸 론스달, 앙드레 팔콩
감독의 자전적 성격이 짙은 앙트완 드와넬 연작 그 세 번째. 성인이 되어 취직한 앙트완이 처음 등장하는 매혹적인 작품이다. 앙트완은 군대에 적응하지 못하여 제대하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 방황하던 그는 첫사랑 크리스틴의 아버지 소개로 호텔 리셉션의 야간 근무를 서게 된다. 그러나 흥신소 일을 하는 사설 탐정을 본의 아니게 돕게 되는 바람에 호텔에서 쫓겨 나고 마는데….
프랑소와 트뤼포 Francois Truffaut (1932~1984)
프랑수아 트뤼포는 고다르, 샤브롤 등과 함께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소년 시절 트뤼포는 랑글로와가 운영하던 시네마테크에서 영화광이 되었다. 그를 아끼던 평론가 앙드레 바쟁의 추천으로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평론가로 활동했다. 1954년에 [카이에]에 발표한 글 ‘프랑스 영화의 어떤 경향’은 르네 클레망, 줄리앙 뒤비비에 등 당시 프랑스의 주류 감독들을 비판하고 장 르누아르, 막스 오퓔스 등을 찬양하며 논쟁을 잃으킨 것으로 유명하다. 트뤼포의 데뷔작 <400번의 구타 Les quatre cents coups>(1958)는 드와넬 연작의 시작이자 세계영화사에 길이 남는 성장 영화의 걸작이다. 이후 발표한 <피아니스트를 쏴라 Tirez sur le pianiste> (1960), <줄 앤 짐 Jules et Jim>(1961), <부드러운 살결 La peau douce>(1964) <화씨 451 Fahrenheit 451>(1966) 등의 장르와 소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걸작들로 지금까지도 영화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클레르의 무릎 Le Genou de Claire 1970 105min color
감독 : 에릭 로메르 주연 : 장 클로드 브리알리, 오로라 코르뉴, 베아트리체 로망, 로렌스 드 모나한, 미셸 몽텔
결혼을 앞둔 35세의 제롬은 혼자만의 휴가를 즐기기 위해 시골로 내려간다. 그는 우연히 옛 친구이자 소설가인 오로라를 만나고, 그녀로부터 딸 15세 소녀 로라를 소개받는다. 로라는 제롬에게 연정을 품고, 제롬은 그런 로라의 구애를 부담스럽게 생각하지만 오로라는 제롬에게 그녀와 게임을 즐기라고 계속 부추긴다. 얼마후 로라의 이복 언니 클레르가 도착하면서 엉뚱하게 제롬은 그녀의 무릎에 강박적인 집착을 보인다. 파스칼 보니처는 '클레르의 무릎은 발과 여성의 성기 중간 지점에 있다. 제롬의 시선은 열정을 이기지 못한 저열함, 정신적 오염을 벗어난 중립 지대에 머물고 있다'라고 말했다.
에릭 로메르 Eric Rohmer (1920~)
20년에 프랑스 낭시에서 태어난 로메르는 장-마리 쉐레가 본명이고 나치 점령기에는 질베르 코르디에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썼다. 50년부터 에릭 로메르라는 이름을 걸고 영화평론을 시작했다. 클로드 샤브롤과 함께 앨프리드 히치콕 연구서는 지금도 학계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로메르는 동료 누벨바그 감독들이 영화감독이 되어 활동하고 있는 동안에도 <카이에 뒤 시네마>를 지키면서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천천히 영화 창작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로메르는 18세기 철학자 파스칼, 라 로슈푸코 등의 ‘도덕주의 철학자’(Moraliste)들의 사상을 영화로 옮기려 했다 그러면서 사소한 일상에서도 인간의 보편적인 마음을 읽어내어 영화에 담는 놀라운 성찰의 눈과 마음을 지닌 예술가다. 자신이 ‘여섯 개의 도덕 이야기’라고 이름 붙인 <몽소 빵집 La Boulangere de Monceau>(1962)과 <수잔의 경력 La Carriere de Suzanne>(1963) ,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Ma Nuit Chez Maud>(1969), <클레르의 무릎 Le Genou de Claie>(1970), <수집광 La Collectionneuse>(1967) 등이 그 좋은 예이다. 이후 80년대에 발표한 ‘희극과 속담’ 연작, 90년대 이후의 ‘계절 이야기’ 등으로 그는 여전히 현대인의 마음의 풍경을 예리하고 섬세하게 담아내는 현대 영화 최전선의 현역 감독으로 남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