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똑… 물방울이 천천히 커피가루 속으로 스며든다. 한참이 지나서야 커피가루를 통과한 물방울이 커피색을 띠며 한 방울씩 떨어진다. 물이 커피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4시간. 커피는 하루 동안 숙성 기간을 거쳐 찻잔에 담긴다. 그런 연후에 더치커피란 이름을 얻는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울어대던 소쩍새처럼 커피첼리는 한 잔의 더치커피를 내기 위해 오랜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틀의 시간을 거쳐 세상에 나온 더치커피는 색이 참 곱다. 깊고 그윽한 향은 오래 묵은 장처럼 입 안에 기분 좋게 감돈다. 마치 따스한 햇살이 살갗을 간질이듯. 달콤 쌉싸름한 더치커피의 유혹은 강렬하다. 그래서 지금 더치커피를 마시러 춘천 커피첼리로 간다.
커피첼리의 실내 전경
시간이 만들어낸 '커피의 눈물'
커피첼리는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문난 더치커피의 명가다. 더치커피는 찬물로 장시간 추출해내는 커피로, 물을 한 방울 한 방울 떨어뜨려 추출한다고 해서 워터드립(water drip) 커피라고도 한다. 더치커피가 처음 등장한 것은 17세기 대항해시대. 네덜란드 상인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자국으로 커피를 운반하던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범선으로 항해하니 오랜 시간을 바다 위에서 생활해야 하는 까닭에 매번 물을 끓여 커피를 내리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커피를 내렸다고 해도 오랫동안 변질되지 않게 보관하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더치커피다. 찬물을 이용해 추출하니 물을 끓이는 번거로움도 없고, 무엇보다 시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와인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숙성되어 커피 맛이 깊어진다.
명가라는 어감 때문에 카페 분위기가 차분하고 묵직할 거란 생각을 하게 되지만, 커피첼리 입구에 서는 순간 선입견이 무섭다는 걸 깨닫게 된다. 목재로 된 외관은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등장하는 과자집 같다. 밝고 화사한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렌지빛 따뜻한 실내가 먼저 반긴다. 아담한 카페 안은 테이블 다섯 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선반에 열 맞춰 자태를 뽐내는 자그마한 주전자와 엽서, 사랑스런 고양이 인형까지 곳곳에 아기자기한 소품이 동화 속 나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카운터 뒤 벽면에는 주인이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모은 커피 잔이 가득하다.
실내에서 단연 눈에 띄는 소품은 더치커피 추출기다. 여느 차 주전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키가 크다. 기다란 나무틀에 물탱크, 커피 탱크, 유리관, 커피 담는 볼이 차례로 달려 있다. 기구가 복잡하게 생긴 이유는 더치커피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커피첼리의 하루 일과는 더치커피를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선 잘 볶은 원두를 적당한 크기의 입자로 갈아서 커피 탱크에 담아 탬핑(tamping)하고 물이 골고루 잘 스며들도록 필터를 깐다. 탬핑은 커피 탱크에 담긴 커피가루를 다지는 일이다. 탬핑의 강도에 따라 물의 투과 시간이 다르고, 물의 투과 시간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기에 신중을 기한다. 물탱크에 상온의 물을 채운 다음 물방울을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뜨린다. 1~3초에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게 보통. 커피 양에 따라서 추출 시간이 달라지지만, 커피첼리는 24시간에 걸쳐 더치커피를 추출한다. 추출한 커피는 더 깊은 맛이 나도록 하루를 숙성시킨다. 이틀이란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더치커피라는 이름으로 손님에게 선을 보인다. 더치커피를 '커피의 눈물' '기다림의 미학'이라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왼쪽/오른쪽]동화 속 과자집 같은 커피첼리 외관 / 벽면을 가득 메운 커피 잔 [왼쪽]더치커피 내리는 모습 [가운데/오른쪽]더치커피 추출 과정 1 / 더치커피 추출 과정 2
신맛, 쓴맛, 단맛이 공존하는 다크 초콜릿 맛
오랜 시간 공들여 추출한다고 더치커피의 명가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은 아니다. 시간에 비례하는 실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더치커피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첫 번째가 얼마나 좋은 원두를 사용하느냐는 것이다. 커피첼리는 전 세계 고급 커피의 주종을 이루는 아라비카 종만을 고집한다. 그리고 원두를 직접 로스팅한다. 로스팅은 단순히 볶는 것이 아니라 커피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술이다. 원두의 특성을 파악해서 불의 세기와 볶는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커피첼리의 주인은 "밥을 맛있게 할 수 있는 기술이 로스팅"이라며, "로스팅은 할수록 재미있고, 때로는 로스팅이 하고 싶어 눈물이 날 지경"이란다. 그런 만큼 로스팅에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직화로 원두를 볶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잘 볶아낸 커피는 다섯 가지 원두를 배합해 커피첼리만의 맛과 향이 나도록 블렌딩한다. 마지막으로 원두와 물의 비율을 조절하고 물방울 떨어지는 간격을 조절한다. 날마다 하는 일이지만 항상 같은 양과 시간을 맞춰야 하는 탓에 매번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탄생한 커피첼리의 더치커피는 맛이 오묘하다. 단순하지 않다. 마치 신고배를 먹는 기분이랄까. 신맛 뒤에 다가오는 달콤함, 그리고 입 안 가득 고이는 풍부한 과즙처럼 신맛도 있고 쌉쌀한 맛도 있고 단맛도 느껴진다. 혀끝을 감도는 진한 다크 초콜릿 맛이 여운을 남긴다. 찬물로 추출하기 때문에 커피 원액에 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난 후에 마셔도 은은한 커피향이 되살아난다. 성질이 다른 다섯 가지 커피가 장시간 추출되는 과정에서 서로 어우러져 특유의 맛을 내는 게 커피첼리 더치커피의 매력이다.
[왼쪽/오른쪽]고운 빛깔의 더치커피 / 아기자기한 실내장식과 더치커피 커피첼리 실내 풍경
커피첼리가 커피를 위한 카페라는 것은 서브 메뉴인 브라우니와 비스킷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보통 브라우니와 비스킷은 단맛이 강해서 커피와 함께 먹으면 커피 본연의 맛을 해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커피첼리의 브라우니와 비스킷은 담백한 듯 단맛이 느껴지고, 달달하면서도 단맛이 강하지 않아 커피의 풍미를 살려준다.
커피첼리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수제 아이스티다. 열여덟 가지 과일홍차를 직접 우려서 2주 동안 숙성시킨 후 탄산수와 섞어서 만들어낸다. 시럽을 넣지 않았음에도 홍차가 숙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단맛이 난다. 거기에 상쾌한 청량감이 더해진다. 문의 033-252-5953
[왼쪽/오른쪽]열여덟 가지 과일홍차를 숙성시킨 아이스티 / 손님들이 남기고 간 메모들
춘천의 상징 의암호와 소양강처녀상
춘천 여행은 강과 호수로 이어지는 물의 여정이다. 공지천에서 소양강처녀 동상이 있는 소양2교까지 호수를 따라 펼쳐진 초록색 아스팔트길은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좋고, 천천히 산책을 해도 좋은 길이다. 강둑을 따라 난 길이라 가파르지 않고 편안하다. 호수의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 행복하다. 호수 중간에 떠 있는 중도와 그리로 오가는 배들의 모습도 한가롭다. 저녁 무렵이면 호수 건너편으로 일몰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지는 강, 나무 벤치, 길가의 가로수까지 보는 이의 가슴속에 청량한 바람을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노을이 질 때면 오색 불빛으로 빛나는 소양강처녀상과 소야2교가 정취를 더한다.
호수와 석양이 아름다운 의암호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서울춘천고속도로 → 춘천IC → 춘천한방병원 → 춘천교육대학교 → 춘천지방검찰청 → 남부삼거리 우회전 → 운교사거리 좌회전 → 커피첼리
* 대중교통
경춘선 복선 전철
서울→춘천 : 상봉역(1544-7788)에서 약 20분 간격(05:10~22:40) 운행, 1시간 40분 소요.
시외버스
서울→춘천 : 동서울종합터미널(1688-5979)에서 1시간 3~5회(06:00~24:00) 운행, 1시간10분 소요.
서울→춘천 : 센트럴시티터미널(02-622-0114)에서 40~50분 간격(06:50~21:00) 운행, 1시간 30분 소요.
대전→춘천 : 대전복합터미널(1577-2259)에서 매일 25회(07:10~19:40) 운행, 2시간 50분 소요.
부산→춘천 : 부산종합버스터미널(1688-9969)에서 매일 11회(07:30~19:10) 운행, 5시간 소요.
2.맛집
우미닭갈비 : 조양동 / 닭갈비 / 033-253-2428
1.5닭갈비 : 후평3동 / 닭갈비 / 033-253-8635
남부막국수 : 효자1동 / 막국수 / 033-256-7859
퇴계막국수 : 퇴계동 / 막국수 / 033-255-3332
스푼 : 효자3동 / 샤부샤부 / 033-251-8563
나인테이블 : 조양동 / 빠네 / 033-255-8459
만천막국수 : 동면 만천리 / 만둣국 / 033-241-6714
3.숙소
라데나리조트 : 삼천동 / 033-240-8000 / www.ladenaresort.com
춘천세종호텔 : 봉의동 / 033-252-1191 / www.chunchonsejong.co.kr
춘천베어스관광호텔 : 삼천동 / 033-256-2525 / www.hotelbears.com
집다리골자연휴양림 : 사북면 지암리 / 033-243-1443 / www.jipdari.com
춘천숲자연휴양림 : 동산면 군자리 / 033-264-1156 / www.ccfore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