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지/집결지 : 2011. 8. 27(토) /
▣ 동 참 자 : 5명 (김정남, 염재홍, 이경식, 이원무, 조문형)
▣ 동 반 시 : "그 섬에 가면" / 임영조
▣ 뒷 풀 이 : 전어, 세꼬시회에 소,맥주 / 도깨비시장
아침부터 햇살이 만만치 않은 것을 보니 날이 몹시 더운 날이다. 전날 마나님에게 도토리묵과 두부를 부탁했는데 날이 더워서 외출하기 싫어 묵은 못 샀다고 두부와 김치만 싸준다. 한과를 챙기고 출발. 설악산에서 고된 훈련을 한 탓인지 걸음이 가볍다. 이 회장님, 원무, 재홍, 마지막으로 문형이가 왔는데 눈이 꺼칠하다. 전날 홍어를 준비해 달라고 해 마련한 홍어 때문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왔다는 기특한(?) 맘과 함께 왔다.
준비한 막걸리를 세어보니 3병이다. 도봉산 입구에서 더 사자고 하는데 전날 과음한 이 회장님이 충부하다고 그만 사자고 하나 남으면 내가 가져간다고 고집을 부려 살얼음이 낀 막걸리 4병을 더 샀다. 합이 7병이다. 맛있는 홍어 안주가 있는데 중간에 막걸리가 부족하면 낭패다. 회장님은 내 고집으로 막걸리를 더 산 것에 대한 대가로 나보고 오늘의 기자를 하라고 엄명을 내린다.
둘레길은 도봉계곡의 왼쪽인데 오른쪽 계곡으로 올라가서 계곡에 발을 담그고 홍어를 먹고 놀다가 둘레길로 내려오자는 모두의 제안에 회장님은 일단 예정대로 둘레길을 가잔다. 하여 산정약수 밑의 둘레길 이정표를 따라 둘레길을 가는데 거의 평지로서 등산객이 거의 없고 한적하다. 둘레길로 접어든지 40분이 지나자 성신여대 학생관에 이르니 무수골로 가는 도로가 나온다.
시원한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홍어를 해치우자는 제안을 무시한 것이 미안했는지 이 회장님이 중간 쯤 되니 무수골로 가서 처음의 제안대로 하자고 한다. 맘이 넓고 민주적인 회장님! 계곡으로 접어드니 한 가족 4명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그 옆에 자리를 잡고 홍어를 펼친다. 알싸한 냄새는 언제 맡아도 회가 동할 만큼 좋다.
5명이 7병의 막걸리를 마시니 얼큰하게 취하고 화제는 끝없이 이어진다. 그래! 이런 날 허물없는 산우들과 속절없는 대화도 나쁘지 않다.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실수는 용납할 수 있는 일이다. 그중 내가 많이 취한 것 같다. 이해해줄 것을 바란다. 적당하게 취하면서 막걸리와 홍어가 동이 나고 다시 둘레길을 따라 간다.
공주능이 날머리인데 거의 평지에 가까운 산길을 가다보니 둘레길을 약간 벗어나 안방학동 쪽으로 접어들어 내친 김에 제안한대로 뒤풀이는 도깨비시장 안의 횟집으로 정해 자리를 잡았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회와 세꼬시회를 시키고 기분 좋게 취할 만큼 먹고 마시고 떠들고 나니 배도 차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헤어졌다.
뒤풀이 시간에 작정하고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으나 더운 날 그런 얘기를 꺼내면 서로 스트레스를 받을까 싶어 입을 닫았더니 쓸데없는 얘기만 많이 한 것 같다. 하고 싶은 얘기는 비회원이 한 말인데 회원 중 한 사람이 시산회의 집행부가 독선적이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참! 기가 차서 더 이상 말을 못하겠다.
내 생각에 지금까지의 집행부 중 현재의 집행부가 가장 민주적이고 열린 마음을 가진 집행부인데 누가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으나 심증은 가지만 확증이 없다. 무의식적으로 했을 수 있다해도 그 무의식이 문제다. 흔히 젊은 시절에 세상을 비평하는 것이 의식 있는 행동으로 생각한 적이 있으나 우리 나이에는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경솔하고 치졸한 행동이다.
시산회 회원들의 지적 수준이 그런 행위를 의식 있는 행위이라고 할 만큼 낮지 않음을 그는 왜 모를까. 누구냐고 다그치면 말이 나올 수 있지만 그 동창의 입장을 고려하여 그만 두었다. 집행부의 결정에 불만이 많으면 모임에 나오지 않으면 되고, 자기 생각대로 고치고 싶으면 회원들 앞에 터놓고 의견을 개진하여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것을 뒤에서 비겁하게 입을 놀리고 다니니 한심한 사람이다.
< 2011년 8월 30일 김정남 씀.>
< 동반시 >
"그 섬에 가면" / 임영조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
사람들 더러 아는 척해도
실은 가는 길도 모르고
무엇이 있는지는 더욱 모르는
외딴 섬 하나를 나는 안다
햇볕과 바람 유독 넉넉하고 정갈한
그 섬에 가면 홀로된 여자가
몇 뙈기의 외롬꽃을 가꾸며 산다
온 하루 김을 매고 속된 꿈 솎고
저물면 밤하늘에 총총한 별을 읽고
스스로 섬이 되고 별이 되는 섬 여자
나는 몰래 그녀를 사랑한다
가을볕 붉게 타는 수수밭 지나
고운 소금 뿌린 듯 메밀꽃 하얀
고샅길 질러 바다로 가노라면
꽃게처럼 웅크린 인가 몇 채 졸 뿐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다, 무시로
참새떼소리 왁자한 탱자울 넘어
날아든 꿀벌들의 입맞춤이 진한지
참깨꽃 은방울이 섬 온 채를 흔든다
그늘 깊은 뒷산 잡목숲에는
탁목조 한 마리가 산해경(山海經)읽듯
팽나무 찍는 소리로 하루해가 저물고
노을 젖은 은박지로 구겨진 바다
물빛 풍금소리 은은한 그 섬에 가면
나 혼자 엿듣는 방언이 있다
감쪽같이 나누는 사랑이 있다
아련하게 니스칠한 추억이 있다
세상과 먼 그 섬에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