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확답을 안 주면, 손목을 그을 거예요” <여우계단: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오디션에서 크랭크인까지 56일의 기록
<여고괴담> 시리즈를 기다리는 이들은 비단 1, 2편에 매혹된 관객만은 아니다. 스포트라이트 받기를 원하는 신인배우들도 목이 빠져라 쳐다본다. <여고괴담>의 김규리, 최강희, 박진희, 윤지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김민선, 박예진, 이영진. 그동안 <여고괴담> 시리즈는 ‘귀신공장’뿐 아니라 ‘배우산실’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여우계단: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에 지원한 이가 3천명에 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월26일, 최종오디션을 시작으로 3월23일 크랭크인하기 전까지, 두달 가까이 계속된 세 번째 <여고괴담>의 배우수업 현장을 흘깃 들여다봤다. - 편집자
D-56 “ 타이즈 입을 때 속옷까지 벗었어요? ”
으슬으슬 춥다. 겨울비 때문인가. 뜨끈한 아랫목 생각이 간절하다. 휴일 오후여서 더 그럴 것이다. 건물 안이라고 해서 사정은 다르지 않다. 강남의 한 연기학원. 이곳에 모여든 9명의 ‘여고 지망생’들도 난로에 빙 둘러앉아 발을 부비고 있다. 단 하나. 시선만은 대본에서 떼지 않는다. 최종 오디션이 시작되는 시간은 오후 2시다. 테스트를 10분 남겨둔 시각. 제일 안쪽 조그만 밀실에선 윤재연 감독을 포함한 심사위원들이 회의를 열고 있다. 건수 있나 싶어 빼꼼히 문을 여니, 약속이나 한 듯 다들 채점표를 들고 일어선다. ‘일 없수다’는 표정이다. 야속하긴. 이날 최종 면접에 응하는 9명 중 7명은 교복 차림. 일러주지 않았어도 다들 입고 왔다. 따로 챙겨둔 가산점은 물론, 없다. 2개 조로 나뉘어 진행된 오디션은 일단 개인별 연기 테스트로 시작됐다. “자신이 가장 분했던 상황을 일러주되, 목소리 톤은 최대한 밝게 해달라”는 다소 복잡한 주문. 첫 응시자들과 달리 대략 질문의 ‘감’을 잡은 이들은 좀처럼 털어놓기 힘든 가정사들까지도 기꺼이 내놓는다. 여우계단이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소원이 이뤄지길 빌면서 스물까지 세는 등의 시험이 끝나고 두 사람씩 짝지어 간단한 상황극을 소화하게끔 한다. 서두른다고 했지만 몇번씩 확인해보고 싶은 심사위원들의 꼼꼼함 탓에 연기 테스트를 끝낸 시각은 예정보다 2시간가량 늦은 저녁 8시. 하지만 아직 발레 테스트가 남았다. “타이즈 입을 때 속옷까지 벗었어요?”라고 앞 조 응시자에게 묻는 이, “몸매가 안 예쁘면 감점인가요?”라고 심사위원에게 묻는 이. 여기서 그만둘 수 없다는 표정들이다. 전공자들의 유연한 손발이 눈에 띄지만, 심사위원들은 동작이 서툴더라도 “리듬을 얼마나 타느냐, 얼마나 더 적극적이냐”를 체크하고 있는 듯하다.
♣ 지난해부터 씨네2000에서 주요 배우들을 뽑기 위해 확인한 이만 3천여명. 이중 기존 포트폴리오를 확인한 뒤 실제 면담을 가진 이도 무려 500명이 넘는다. 아무래도 그걸 의식했는지, 이춘연 프로듀서- 제작자인 그는 이번 작품의 프로듀서도 겸하고 있다- 는 “여기 오신 분들은 20:1이 넘는 경쟁률을 뚫었다”며 “우리 오디션은 이미지를 뽑는 거지 능력을 판단하는 게 아니다”는 노파심으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한때 무대에 섰던 배우다운 배려.
D-55
“ 쟤들이 여고생으로 보이니? ”
회의를 시작한 지 3시간. 난상 토론은 그칠 줄 모른다. 오디션이 끝난 전날, 대략 4∼5명선으로 압축해놓고서 소주잔을 기울인 이들이지만, 막상 진성과 소희 역할을 맡길 배우를 단번에 ‘낙점’하려고 하니 수월치 않은가보다. 참석자 7명의 의견이 제각각이다. 이중엔 “예고생은 외모만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하는데 어제 본 친구들은 그게 없다”는 다소 과격한 견해까지 섞여 있다. 윤재인 감독 또한 자신이 들고 있는 ‘패’를 확신하지 못하는 눈치다. 애초 점찍어둔 응시자들이 정작 최종 오디션에서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다며 결국 예상 외의 카드를 내밀었기 때문. 이러다간 다시 오디션을 봐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다. 이쯤에서 의견을 취합했던 이춘연 프로듀서가 묵직한 저음 톤으로 한마디. “우린 명화를 사는 게 아니라 도화지 고르고 있는 거라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두자는 그의 설득에 토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박한별, 송지호로 낙착됐다.
♣ 귀신 역 맡을 사람은 따로 있다? 1편 캐스팅 당시 최강희(당시엔 최세연이라는 이름을 썼었다)에게 주어진 역할은 우등생 소영. 하지만 얼마 안 되어 9년 동안 학교 다니는 귀신 재이 역으로 바뀌었다. 2편 역시 마찬가지. 김민선은 투신자살하게 되는 효신 역할을 맡기로 됐었지만, 크랭크인 직전 민아 역으로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그래서일까. 3편의 경우는 박한별, 송지효 두 배우를 뽑아놓은 다음 제작진은 “누가 소희고, 진성인지 알려주지 않고서 연습을 진행했다”고 한다. 알아서 찾아가도록 말이다.
D-47
“ 선생님, 허리도 좀 밟아주세요 ”
“언니, 안 아파요?” 한별이 지효에게 묻는다. 예고 다닐 적 부전공으로 발레를 한 탓일까. 스트레칭이 그리 버겁지 않은 한별은 처음인 지효가 걱정되는 모양이다. “시원한데, 뭘.” 한별에 비해 다소 뻣뻣해 보이는 지효, 그러나 입심은 한수 위다. “선생님, 허리도 좀 밟아주세요.” 연습을 시작한 지 닷새째. 수업 대부분을 스트레칭에 쏟아붓고 있다. 한별은 자세를 바꾸어 연습실 전신 거울에 엉덩이를 밀착한다. 그리곤 발을 최대한 벌려 V자를 만들어 보인다. 지효 역시 똑같이 따라하지만 각은 한별의 것보다 좁다. 그새 친해진 것일까. 눈만 마주치면 속닥거리고 낄낄거린다. 뒤에서 지켜보던 안무를 지도하는 류형준씨가 한마디 한다. “저 포즈로 잠들면 나중에 혼자 못 일어나요. 누가 발을 접어주기 전엔.” 30분가량의 연습이었지만, 한별은 지효의 도움을 받아서야 두발로 섰다.
♣ ‘토슈즈, 착용!” 스트레칭과 반대로 토슈즈(발목을 꼿꼿하게 펼 수 있도록 앞부분을 딱딱하게 만들어놓은 특수신발. 발레리나들의 발톱을 먹어치우곤 한다)를 신기만 하면 한별과 지효의 상황은 바뀐다. 발목이 강한 지효에게 분홍색 토슈즈는 ‘유리구두’. 반면 한별에겐 ‘무쇠장화’다. 무대에 섰던 경험이 없어 토슈즈를 신어볼 기회가 없었던 한별은 토슈즈를 신으면 발갛게 발이 부어오르는데다 바가 없으면 발목이 아파 10분을 채 견디지 못한다. 이에 비해 안무선생으로부터 지효는 “토슈즈 신고 잘 버틴다”는 칭찬을 받곤 했다.
D-42
‘까르르’ 소녀들 vs ‘빨리 꺼’ 선생님
연기지도를 맡은 류승수씨. 꽤 엄한 훈장 선생인 그지만, 이번 ‘까르르’ 소녀들은 제압하기 쉽지 않다. 참다 못한 그는 결국 큰소리까지 낸다. 수업 도중 걸려온 전화를 받으러 가방을 뒤지는 지효에게 “빨리 안 꺼!”라고 냅다 호통을 친다. 옆에 서 있던 한별의 눈이 천둥소리에 놀란 토끼의 그것마냥 커진다. 살벌한 공기를 의식한 지효 또한 휴대폰을 끊고 곧장 제자리로 돌아온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진도를 ‘쭈욱’ 빼는 건 효과 만점의 코스임을 모르는 티처는 없다. 하지만 ‘까르르’ 소녀들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다. 좌선 자세로 편안하게 앉힌 다음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그대들이 연기할 인물을 떠올리고 그 안으로 빠져들라”는 계율을 내렸건만, 둘은 불과 몇분 전 불호령을 잊었는지 류씨의 목소리가 “최면술사 같다”면서 낄낄댄다.
♣ 이춘연 대표는 연기지도를 맡은 류승수씨를 “연기는 별로지만 지도는 잘하는 배우”라고 소개한다. 오프닝 결혼식 장면에서 신랑(<미술관 옆 동물원)>, 한겨울에 살인마에게 목이 잘려 누워 있는 경찰관(<세이 예스>) 등의 단역으로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달마야 놀자>에서 ‘369’ 게임 도중 깨달은 바 있어, ‘묵언’ 수행을 깨는 스님으로 나온다. 최근에는 <이중간첩>에서 한석규를 돕는 운전사로 출연했다.
D-34
“ 피곤할수록 연기연습 더 해야겠네 ”
“집에서 스트레칭 안 하죠?” “하는데요.” “그런데 왜 아파요?” 발레 코치도 답답한 모양이다. 결국 감독이 도중 연습실을 방문하자 “대역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개진한다. 매일 계속되는 특훈에 체력이 바닥났을 법도 한 두 배우, 그러나 오히려 윤 감독은 ‘특단의 조치’가 취해져야 할 시점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한편, 발레 연습이 끝나자마자 강남으로 이동해서 계속되는 연기 연습. 지효와 한별은 류승수씨를 보자마자 “몸 상태가 안 좋아요”, “오늘은 3시간 내내 했단 말이에요”라며 힘든 내색을 지어 보인다. “무용보다 연기가 중요하지”라고 류씨가 받아주자, 두 사람 입을 모아 “선생님이 감독님한테 그렇게 말해줘요!”라며 애걸한다. 하지만 류씨는 기회를 놓칠세라 “피곤할수록 연기연습을 더 해야겠네”라며 두 초짜 배우의 등을 떠민다. 눈 감고 흘러나오는 음악의 느낌을 몸으로 표현하기, 갑자기 데굴데굴 구르면서 박장대소하기, 팔짝팔짝 뛰면서 구구단 외우기 등 “희로애락의 진폭을 최대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쉬지 않고 주입된다.
D-29
미궁 같은 역할, 미궁에 빠진 캐스팅
한동안 제작진에게 극중 혜주는 ‘미궁’ 같은 존재였다. 그와 짝을 이루는 윤지 역은 개별 면담을 통해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에서 체육부원으로 출연했던 박지연으로 결정됐지만 혜주 역은 마땅한 인물을 고르지 못해 서성였던 것. 몇 차례 면담을 한 신인 중에 감독이 염두에 두고 있던 인물은 조안. “준비가 대단하다”는 점이 일단 감독의 마음을 끌었지만, 뚱뚱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혜주를 맡기기엔 “너무 예뻤다”. 감독이 조안을 확신한 건 이날 조안이 특수분장이라도 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기 때문. 당돌한 소녀의 제안에 감독은 항복했다.
♣ 직접 보지 못한 비사 하나. 조감독과의 2차 미팅에서 조안은 “이번에도 확답을 안 주면 손목 긋겠다”고 칼을 내놓았다고 한다. 혜주 역을 따낸 뒤 직접 본인에게 들은 당시의 상황. “정말 죽겠다는 건 아니었어요. 그럴 용기도 없고, 또 저 기독교 신자거든요. 다만 손목 정도는 그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커터 칼을 가져갔죠. 조감독 오빠한테는 죽긴 싫으니 손목 그으면 곧바로 병원에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 뿐이에요. 무식한 방법이죠. 그런데 전 오늘이 마지막이다, 어떻게든 ‘나’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이날의 비행(非行)은 2% 부족했던 감독의 확신을 굳혔고, 다행히 그 칼은 자해용이 아닌 제작사의 비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D-27
“ 얘들아, 삐치지 말자… ”
크랭크인을 앞두고 물가로 애들 내모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혜주를 괴롭히는 윤지 역할에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 잠깐 출연한 적 있는 박지연까지, 4명의 주요 배역이 모두 확정되자 이춘연 대표는 이들을 집합시킨 다음 “서로 잘 지내야 한다. 무슨 일 있더라도 삐치지 말고…”라고 신신당부한다. 하지만 첫 대면이라 다소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조안, 박지연 두 배우와 감독이 캐릭터에 대해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 박한별, 송지효는 발레 연습을 하다 와서 피곤한 탓인지 아님 새로 온 이들에 대한 묘한 경계심 때문인지 시무룩한 표정으로 일관한다.
<여우계단: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는 어떤 내용?
여고 기숙사, 28계단의 전설
<여고괴담>에선 졸업앨범이,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선 교환일기가 비밀을 품었다면, 이번엔 ‘여우계단’이다. 기숙사로 오르는 숲길에 놓여진 28개의 계단. 평범해 뵈는 이 계단은 간절한 소원을 빌면 여우가 들어준다는 전설을 머금고 있다. 학교에 공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건 세명의 여고생이 서로 다른 소원을 빌면서부터다. 발레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소희의 소원은 “단짝친구인 진성과 영원히 함께하게 해달라”는 것. 하지만 다리를 다쳤던 소희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자, 학교에선 러시아 유학의 특전이 주어지는 모란콩쿠르에 소희를 대표로 내보내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만년 2등 진성은 소희를 멀리하게 되고, 연습에만 몰두하다 “자신이 콩쿠르에 나가게 해달라”며 여우계단을 오른다. 오디션 당일. 누군가 자신의 토슈즈에 유리조각을 넣어놓았음에도 1등을 차지한 소희는 진성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찾아가지만 말다툼 끝에 여우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진성은 결국 소희의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더이상 발레를 할 수 없게 된 소희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한편, 윤지 무리로부터 뚱뚱하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해온 미술반 혜주에게 소희의 죽음은 크나큰 충격. 유일하게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소희를 잊지 못하는 혜주는 점점 야위어지면서 소희를 닮아간다. 급기야 진성을 쫓아가 “너, 왜 내 토슈즈에 깨진 유리를 넣었니?”라고 따지면서부터 학교는 세 가지 욕망의 충돌이 빚어낸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만남> <사이코 드라마> 등 개성적인 단편영화를 내놓았던 윤재연 감독은 “자신의 뒷모습을 알 순 없지 않냐”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악한 성향을 개성있는 캐릭터로 극명하게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한다. 1편에 이어 서정민 촬영감독이 메가폰을 다시 잡게 된 <여우계단>은 3월23일 옛 수도여고에서 첫 촬영을 시작한 뒤 오는 여름 시즌에 개봉할 예정이다.
D-25
피해갈 수 없는 평가의 순간
합정동 연습실은 오늘따라 ‘만원’이다. 감독을 비롯한 연출팀 모두 시찰을 나온데다 엊그제 혜주, 윤지 역에 발탁된 이들까지 매니저 대동하고 마실을 나와서다. 이날은 지효와 한별이 발레 연습을 시작한 지 23일째, 그동안 연마한 기량을 선보여야 하는 일종의 ‘중간평가’ 자리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웃음보는 잠시 꿰매뒀나. 허리 높이의 바를 잡고서 플리에 동작을 반복하는 지효, 한별의 표정도 평소보다 진지해 보인다. 다만 지효는 긴장하는 눈치다. 전신 거울을 보는 시선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자세 또한 기움없이 꼿꼿하지만, 바에 드리운 한쪽 팔은 균형을 유지하느라 부르르 떨고 있다. 몸풀기가 끝나자마자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파드 세와 주테. 동선을 확보할 만큼 연습실 크기가 충분하지 않은 탓인지 힘찬 도약을 구경할 순 없다. 그래도 동작 연결은 전보다 한결 자연스럽다. 다음은 제자리 공중 점프. 발을 교차시킨 다음 쉬지 않고 방향을 전환하는 훈련이다. 하지만 네 번째 점프는 이뤄지지 못한다. 착지 도중 ‘뚝’ 하는 소리가 나고 지효는 그대로 주저앉는다. 사고다. 발목을 부여잡고 고개를 떨어뜨린 지효는 이내 굵은 눈물을 떨어뜨린다.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지효를 둘러싸고 응급처치에 나선다. 표정 변화가 좀처럼 없는 감독의 눈가도 근심으로 실룩인다.
♣ 붓기 전에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 대세. 메이킹을 찍던 스탭까지 가세해서 근처에 용한 한의사가 있다고 거들었다. 아무 말 없던 지효만이 반대 의사 표시. 근데 이유가 별스럽다. “쪽팔리잖아요….” 그 말에 다들 웃으며 ‘걸어보라’ 한다. 절룩거리는 지효, 결국 병원 신세를 졌다. 참고로 스탭이 소개한 침 잘 놓기로 유명한 용한 한의사는 이미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었다.
D-22
교복을 입고…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 홍보용 사진을 찍느라 4명 모두 교복을 입었다. 영화 속 교복은 아니지만,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서니 대강의 ‘간지’가 서린다. 다들 연습이 없는 날이라 휴일 같은 분위기. 이날 촬영 도중 짬이 나기만 하면 지효는 식탐을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뭔가를 입 속에 집어넣는다.
D-17
숨쉬는 ‘미이라’ 되기
이쯤 되면 숫제 ‘고문’이다. 세개의 붓은 이내 조안의 조그만 얼굴을 실리콘 범벅으로 만들어버린다. 그 위에 다시 덧씌워지는 석고 붕대. 호흡을 위해 코 아래 조그마한 구멍을 제외하면 안면은 두터운 이중막에 의해 철저하게 봉쇄된다. 장시간,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고역이다. 미세한 안면 근육 변화도 금물. 시야를 가렸을 경우 공포감이 심한 이는 특수분장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벌써 자정이 다 된 시각. 숨쉬는 ‘미이라’가 되어버린 조안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잠이 든 것일까. 하긴 전신 틀을 짜기 위해 양손에 지지대를 붙잡고 2시간30분가량 큰 대자 모양으로 버틴 다음에도 쓰러지지 않은 걸 보고서 다들 놀랐었다. 마른 것을 확인한 특수분장 팀장이 일단 석고를 떼어낸 다음 머리 뒤쪽부터 실리콘 절개에 들어간다. 씌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벗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 30분 가까이 걸려서 조심스레 걷어내자 빨갛게 오른 조안의 안면이 드러난다. 괜찮느냐고 묻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힘들어 보인다. 한참 뒤에 “거울 줘 봐”라며 얼굴을 확인하는 조안. 뚱뚱한 혜주가 되기 위해 가짜 살 만드는 작업에 6시간 넘게 몸을 혹사한 탓인지 조안의 눈은 새빨갛게 충혈됐다.
♣ 전신 틀을 짜는 작업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분장팀 2명의 여성이 일단 몸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실리콘을 덧바른 뒤에서야 그 밖의 제작진의 출입이 가능했다. 대개 배우들은 전신 틀 작업을 끝낸 다음 쓰러지는 이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몸에 난 작은 솜털까지 단번에 제거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실리콘을 떼어낼 때 멍이 들 수도 있다고.
D-8
걸어봐, 다시 걸어봐, 아니아니 다시…
“무슨 생각하고 걷는 거니?” 감독은 되묻고선, 지효에게 몇번이고 왕복 걷기만을 시킨다. 그리고 “좀더 느리게”, “목이 자꾸 빠지거든”, “이번엔 세번으로 나눠서 걸어와” 등의 추가 주문을 덧붙인다. 하지만 이십번 가까이 계속되는 동안 지효는 “감독님이 요구하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몰라” 조금 혼란스러워 보인다. 감독이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건 지효에게 진성을 불어넣는 일. 눈빛이나 표정은 강렬한데 워낙 진성의 캐릭터와 지효의 성격이 달라서 애를 먹는 듯하다. 첫 연습 때, 평소 하던 대로 운동복 입고 머리에 핀 꽂고 왔기에 다음부터서 “꼭, 치마입고 다니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잠깐의 휴식 동안 지효는 전날 밤에 웃긴 사진 한장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슬쩍 꺼낸다. 하지만 감독은 곧바로 말을 자르고선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면서 “다시 한번 걸어보라”고 밀어낸다. 지효도 이번에는 슬리퍼까지 벗고서, 한발 뒤로 더 물러나서 충분한 동선을 확보한 다음 전신 거울을 벽으로 여기고서 또 한번의 ‘가상 테이크’를 시도한다.
♣ 자식 흉보는 어미 없다고 했던가. “취재가 부담스럽냐”고 했더니 감독은 “(배우들이) 잘 못하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한다. 그러고보니 연습 현장을 찾은 날에 감독이 화를 낸 것을 본 적이 없다. 지효의 말도 그렇다. “지난번에 가신 다음에 감독님에게 되게 혼났어요. 욕하시고 때리고 그러진 않지만, 내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 족집게처럼 집어내시거든요.”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만, 그건 말해줄 수 없단다.
D-7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줄 필요는 없어”
일주일을 남기고서 휴일에도 연습이 계속된다. 먼저 도착한 조안은 혼자서 태권도 발차기를 하더니만 감독이 도착하자마자 곧장 콘티북부터 편다. 물어볼 것이 그리 많은지, 감독은 조안의 따발총 질문 공세에 숨돌릴 틈 없다. 캐릭터 분석 때 장자의 호접몽까지 인용하더니만, 오늘도 여전하군. 대략적인 질문에 답해준 다음, 감독은 지난번 연습 때 녹화해둔 독백 테이프를 꺼내들어 복기한다. “저건 너무 산만하지”, “상상 속의 독백인데 지나치게 누군가를 앞에 두고 말한다는 느낌이 너무 들지 않아?” 이번엔 감독의 공격이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줄 필요는 없어. 정확한 느낌을 전달해주면 되는 거지.” 연습시간에 늦은 지연에게도 감독의 요구는 계속된다. “지금 약간 흥분된 상태인데 왜 그래?” 굳은 감독의 표정에 “머리가 너무 아파서요”라고 간신히 말하는 지연. 그런데 감독은 뜻밖의 말을 한다. “아까 목소리 톤이 좋거든. 다소 들뜬 느낌. 윤지라는 인물은 생각대로 말을 뱉는 애일 거라고.”
♣ 감독과 배우는 현장에서도 서로의 주파수 대역을 찾기에 끊임없이 골몰한다. 물론 사전 리허설 때와 달리 현장은 방해물이 많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리드만으로는 장애를 넘을 방법을 찾지 못하는 때가 많다. 3월23일 크랭크인. 앞으로 2달 동안 네명의 배우와 감독은 여행을 떠난다. 그들이 어떤 과실을 담아가지고 돌아올지는 전적으로 현장에서 감독과 배우의 접붙이기가 얼마나 성공적이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너희들끼리 샘내지 마라, 하나 못하면 다 욕먹어” 김민선부터 박한별까지, <여고괴담> 선후배의 수다를 가장한 ‘신인 영화찍기 Q&A’
형만한 아우없다는 말이 맞나 보다. 첫 대면의 머뭇거림도 없이 학교 앞 빵집에 후배들을 불러 모아놓은 것 마냥 옛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다. 자신들도 한때 겪었던 답답함이 떠올라서였을까. <여고괴담>에서 9년 동안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귀신 재이 역할을 맡았던 최강희,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에서 교환일기의 비밀을 알아차리게 되는 민아 역할의 김민선 두 배우가 3월23일 크랭크 인을 앞둔 <여우계단: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의 박한별, 송지효, 조안, 박지연 등 새내기 배우 넷을 만났다. 큰 시험을 앞두고 초조해하는 후배들에 대한 선배들의 격려와 조언 중 일부를 여기에 옮겨 싣는다.
박한별 오디션을 보셨나요? 최강희 졸업한 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는데…, 요. (웃음) 공개는 아니었고. 청소년드라마를 하다 기회가 주어져서 박기형 감독님이랑 만난 거지. 처음엔 (박)진희 역할로 불렀는데 귀신이 됐어. 너무 우울해 보이는데다 말도 잘 못해서. 그때가 스물둘이었나. 아마 영화도 한두편 미끄러진데다 만사 의욕이 없던 때지. 오죽했으면 박 감독님이 “넌, 말할 줄 모르니?” 그랬다니까. 연기에 대한 개념도 없었어. 영화 나오면 내 얼굴 크게 나오겠구나, 사람들이 밥먹으면서 보진 않겠구나 그랬어. 하긴, 난 만날 이런 식이야. 박한별 우린 공개로 했는데요. 오전 11시에 가서 저녁까지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최강희 그건 너무 힘들지. 되게 많이 떨렸겠다. 무섭기도 했을 테고. 박한별 민선 언니는 어땠어요.
김민선/ 면담을 하긴 했는데 난 몇번 떨어졌어. 그냥 밝고 어리고 그랬었나봐. 과연 이 애가 영화를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거지. 그러다 나중에 민규동, 김태용 감독님이 맡게 되면서 얘 한번 만나보자고 그랬던 거지. 거기서 느낌이 좋았는지 막바지에 캐스팅됐어. 근데 효신으로 캐스팅이 됐는데 촬영 들어가기 전날 나도 강희 언니처럼 민아로 바뀌었어. 갑자기 돌아서려니까 좀 당황했지. 지금 생각해보면 민아 역할이나 나랑 제일 잘 맞는 것 같지만. 최강희 첫 영화 할 때는 자기 캐릭터가 많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어. 연기하기 전까지 20년 가까이 한 캐릭터로 쭉 살아온 거잖아. 쉽게 바꿀 순 없지. 그래서 자기 캐릭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영화를 만난다는 건 처음엔 행운이야. <여고괴담>이 그래. 나나 민선이나 <여고괴담>이 잊혀지지 않는 것도 그래서일 거야. 김민선 편안하게 연기하면 될 것 같아요. 연기하려고 하지 말고. 스크린이 되게 크잖아. 약간 어색하면 관객은 다 느껴.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을 뽑아내서 보여주라고.
다들 노트 준비해~
박지연 캐스팅 뒤에 따로 준비하신 게 있어요? 김민선 그땐 의욕이 너무 많이 앞서 있었어. 시나리오에 한신에 대한 느낌들이라든지 동선 계산한 거라든지 감독님하고 대화한 거라든지 다 적었으니까. 아. 감독님을 어려워하지 마. 우리 때는 감독님이 친구같이 장난도 치고 그래선지 대사 만들때도 나한테 맞게 상황을 고쳐줬거든. 그런 면에서 편했지. 너네도 프로야. 신인이지만 프로야. 돈 받고 연기하는 거잖아. 처음 연기한다고 생각하지 마. 여기서 왜 움직여야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라고. 최강희 어떨 땐 자기 생각이 맞을 때도 있어. 문제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서 말할때 자기 느낌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거지. 스크린에 뜨고 나면 배우는 벙어리야. 김민선 자기가 연기하는 인물의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 당위성을 부여할 줄 알아야 해. 이 아이가 왜 이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건지 설명할 줄 알면 되지. 최강희 자기가 그 이유를 모르면 안 되지. 바로 난데. 촬영할 때 지혜, 그 친구가 되게 멋있게 보였거든. 매일 노트를 준비했더라고. 그런데 안 보여줘. 뭔가 했더니 캐릭터의 히스토리를 계속 써나가고 있더라고. 일기 쓰듯. 그러니까 감독님이 어떻게 설정을 바꿔도 겁나는 게 없는 거지. 알았지, 다들 노트 준비해라. 김민선 부담스러우면 끼적거리는 걸로 시작해도 좋을 거야. 최강희 근데 너흰 서로 친하니?
(서로의 얼굴만을 보며 침묵)
최강희 절대로 너희들끼리 샘내지 마라. 그건 아니야. 김민선 이제 한반이지. 하나 못하면 다 욕먹어. 최강희 너무 친해져도 문제는 있긴 해. 진희랑 너무 친해져서 밤마다 뭐 먹으러 다녔거든. 첫 영화니까 예쁘게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긴 했는데 그게 내 맘대로 되나. 현장만 가면 뭘 그렇게 먹어대는지, 얼굴이 붓기까지 했어.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양수리세트 가면 모든 게 맛있었어. 특히 인절미 과자. 한참 차 타고 나가서 그거 사다가 밤새 다섯 봉지씩 먹고 그랬어. 김민선 학교 하면 매점이 떠오르잖아. 박한별 우린 계속 빼야 하는데요. 발레 때문에. 최강희 여기서 어떻게 더 살을 뺀다는 거야. 내가 장담하는데 군것질은 어떻게든 몰래 하게 돼 있어.
끝나고 나서 울었어요?
김민선 너희는 어디서 촬영해? 조안 수도여고에서 찍어요. 최강희 요즘엔 학교에선 다 찍게 해줘? 우린 되게 힘들었어. 속이고 찍었거든. 선생님이 죽임당하고 그러니까. <아카시아>라는 이름의 다른 대본까지 만들었다니까. 지혜가 목매달아 죽는 장면에서도 짱 보는 스탭이 따로 있었어. 인기척이 들리면 ‘내려’ 그러고, 아무 소리 없으면 다시 끌어올리고 그랬는데…. 박한별 현장에선 안 떨려요? 최강희 제일 먼저 촬영하나 보네. 난 등교장면이 첫 촬영이었어. 영화에 처음 나오는 장면. 현장에 가면 생각보다 맘이 편해. 나만 그런가. 김민선 난 처음엔 숙소 보고 기절했던 게 기억나. 방이 너무 좁고 허름하니까. 좋은 데로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장롱 열면 이불 쏟아지는 그런 곳이었어. ‘여기서 어떻게 지내요’ 했더니만 심은하, 전도연 다 여기서 잤다고 그러시는 거야. 그래서 조용히 잤지. 최강희 첫 촬영 때 아침부터 감정잡았더니 밤 되니까 힘이 뚝 떨어지는거야. 그때 알았지. 에너지는 모았다가 한방에! 그러다 나중에 미연 언니 머리 잡고 너무 세게 던지는 바람에 된통 찍혔지. 그거 끝내고 미연 언니가 화장실에 갔는데 일 본 다음 바지 올렸는데 너무 허전해서 다시 봤더니 바지가 다 찢어졌더래. 김민선 난 개인적으로 촬영 전에 대사연습 많이 하는 거 안 좋은 거 같아. 연습이 완벽하면 현장에선 그 톤밖에 못하는 거지. 상황만 숙지하고 대사를 치는 것도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감독님이 여자분이셔? 최강희 되게 좋겠다. 대화가 편할 테니까. 김민선 우리 땐 감독님들이 여자들의 미세한 감정을 더 잘 알았다니까. 여자보다 여자를 더 잘 아는 거지. 중간 이후론 대본이 없어서 막막하긴 했는데. 그래서 같이 풀어나가려고 이야기도 많이 했고 그래서 좋은 것 같아. 볼살이 쏙 빠질 정도로 몸은 힘들었지만. 최강희 박 감독님은 열등감 심어준다고 (윤)지혜한테는 되게 무섭게 했어. 싸한 감정이 안 온다고. 얼마 전에 지혜 만났는데 지금도 억울하대. 송지효 우리 감독님도 이간질 시작하셨어요. (웃음) 최강희 이번엔 귀신이 누구야? 내 촬영 때는 거의 코미디였거든. 귀신이라고 이동차 타고 다니는데 중심 못 잡아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흔들고 다녔어. 그때 와이어 좀 연마했는데 이번에 대역 해줄까? 나중에 10편 정도까지 가면 귀신들만 다 모아서 영화 만들어도 되겠다. 박한별 <여고괴담> 끝나고 뭐했어요? 제 경우엔, 갑자기 할 게 없을 것 같은데…. 최강희 귀신 역할 많이 들어와. (웃음) 걱정 마. 김민선 나 같은 경우 반년을 붕 떠서 살았어. 그래도 지금까지 왔잖아. 둘러보고 앞으로 가다보면 어느 순간 자기 뒤에 길이 나 있다잖아. 최강희 아직 잘 모르겠고. 그런 부분에 대해선 이야기하는 게 뭐라 말하기 좀 겁나. 부담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조안 끝나고 나서 울었어요? 최강희 우린 끝나면서 아무도 안 울었거든. 학교 친구처럼 내일 보자 그랬어. 열심히 학교를 안 다녀서 그런지 나는 촬영 때 진짜 학교를 다시 다녀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 박지연 항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 같은 건 없어요? 전 그게 잘 안 되거든요. 최강희 나도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야. 근데 그건 자기한테 너무 힘들어. 반대로 생각해봐. 어떤 직업이 6개월마다 남자친구 바꿔주냐. 사람들이 알아봐주지. 밥 먹여주지. 4년째 나도 남자친구 없지만 잘 견디잖아. 김민선 네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친해지고 싶을 때 친해지고 그래. 최강희 대인관계 좁은 배우 중 하나야, 나도. 그래도 잘 지내고 있어. 그걸 신경 쓰는 게 더 문제야. 송지효 이번에 노출신 있는 거 아시죠? 최강희 음, 관객을 그걸로 더 모으려고 하는군. 김민선 우리 때랑 똑같네. 감독님이 우리 쓰러지는 장면에서 치마 조금만 더 올리고 요염한 포즈를 취하라고 항상 강조하셨는데. 송지효 전 엉덩이까지 나오는데요. 최강희 이제 보니까 자랑하는 거네. 난 몸 나오는 거였으면 캐스팅 안 됐을 거야.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