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정격 연주의 리더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격’(Authenticity)이란 말은 불가능한 절대어 아닌가? 당신은 이 단어의 개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정격’이란 단어를 믿지 않는다. 나와 내 동료들은 그 보다는 ‘역사적 연주방식’(historically informed performance practice)이라는 말을 쓴다. 역사적 정보들, 예를 들어 작곡가의 악보와 그 시대 환경, 그 시대의 악기와 사용법 및 배치, 당시의 음향과 홀, 음악의 사회적 또는 비사회적인 작용 등에 대해 주목하고자 하는 시도다. 내가 역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작곡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표준화되고 동질화된 레퍼토리나 해석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 지휘자에 따른 해석방식을 토스카니니 타입·푸르트벵글러 타입·미하엘 길렌 타입 등으로 분류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당신 같은 기자나 비평가들의 작업일 뿐, 내가 말하긴 어려운 부분이다.”
- 그렇다면 푸르트벵글러의 베토벤 해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약간 머뭇거리며) 20세기 초나 중반의 지휘자들은 역사적 정확성보다는 영감적인 해석에 더욱 매달렸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원전연주 방식과는 많이 달랐다고 말할 수 있다.”
- 당신이 추구하는 방식을 따르면 연주자의 해석적 자유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지 않는가?
“연주자의 자유는 한계가 없다. 작곡가의 의도를 따른다고 해도 그 재료를 다루는 연주자의 해석적 유연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필연적으로 콘서트마다, 연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게 있어 자유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 베토벤 교향곡 사이클을 완성한 이후, 최근엔 모차르트의 7대 후기 오페라를 완성했다. 특히 모차르트 오페라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인가?
“모차르트의 오페라들은 바로크·로코코 오페라의 정점에 서있는 작품들이며, 동시에 19세기 그랜드 오페라의 서곡이다. 나는 모차르트 스타일의 기원과 뿌리에 관심이 있었고, 나아가 탁월하고 유니크한 그 스타일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 이번 내한공연의 레퍼토리로 바흐의 ‘B단조 미사’를 선택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18세기 합창 음악들 중에서 가장 스펙타큘러하고 감동적인 작품이다. 또한 최근 1년간 몬테베르디 합창단과 이 작품을 공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주하고 싶어졌다. 서기 2000년, 바흐 사망 250주년을 맞아 바흐의 칸타타 전곡을 녹음하려는 우리 계획의 전주곡이기도 하다.”
- 당신은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와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를 같이 지휘하고 있다. 두 단체의 쓰임새는 어떻게 다른가?
“당대 악기(period instruments)로 연주하는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는 17세기 초에서 18세기 말까지의 음악을 주로 다룬다. 모차르트와 하이든까지다.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는 베토벤·베를리오즈·슈만 같은 19세기 작품을 위해 조직된 오케스트라다. 1828년 파리에서 프랑수아 앙투안 하베네크에 의해 창설된 베토벤 전문 오케스트라를 모델로 했다.”
- 최근 그라모폰상을 받은 그레인저의 음반은 ‘잉글리시 컨트리 가디너 오케스트라’와 녹음했다고 나와 있다. 이 오케스트라는 또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의 조크다. 퍼시 그레인저의 음악을 레코딩하기 위해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멤버를 위시해 런던의 프리랜서 연주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레인저의 유명한 작품 중에 ‘컨트리 가든’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나는 그 곡에 착안해 이 오케스트라의 명칭을 ‘잉글리시 컨트리 가든 오케스트라’라고 표기하려 했다. 그런데 레코드 회사의 직원이 잘못 듣고 ‘잉글리시 컨트리 가디너 오케스트라’로 표기해 버렸다.”
- 브루노 발터의 예를 들면, 그는 오케스트라에게 항상 “노래하라”를 강조했다고 한다. 당신이 오케스트라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지만… 연주 행위란 청중과 관계된 것이다. 따라서 청중들을 고무시키고, 그들에게 비전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우리들의 기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 바로크와 고전·낭만기 음악을 넘어 최근엔 바일·그레인저·브리튼·레하르 등의 녹음을 선보이고 있다. 레퍼토리 넓히기의 일환인가?
“그렇다. 단지 레퍼토리뿐 아니라 오케스트라도 다양하게 운용할 생각이다. 나의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빈 필·필하모니아·유럽 체임버 앙상블·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 등… 내가 추구하는 것은 다양성이다. 한 오케스트라와 한 스타일의 음악만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 말러나 브루크너,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도 녹음할 예정인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 결코 녹음하고 싶지 않은 작곡가나 작품도 있는가?
“몇몇 작곡가에 관해선 그렇다. 이를테면 바그너의 작품 같은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는가?
“아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바흐 아카데미에서 세미나를 가진 바는 있지만 정식으로 강의하지는 않는다. 가르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지휘자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 지휘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항상 자신에게 내가 지금 무엇을, 왜 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 그 질문을 당신 자신에게 돌린다면, 당신은 무엇이라 답하겠는가?
“대답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학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로선 지금 내가 음악가가 아니거나 지휘자가 아니라는 상상을 할 수 없다.”
- 이후의 계획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베토벤의 ‘레오노레’를 막 녹음 완료했다. 빈 필과는 짐머만 협연으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과 슈베르트 6번, 9번 교향곡을,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와는 슈만 교향곡 전집과 슈베르트 A플랫 미사곡을, 런던 심포니와는 스트라빈스키의 작품 등을 계획하고 있다.”
- 무척 바빴고 앞으로도 바쁘리라 여겨진다. 음악 외에 당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내게 있어선 나의 작은 농장이 바쁜 음악 활동과의 밸런스를 유지하게 만든다. 나무를 심고, 동물을 기르는 일 등에 빠져 휴식과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