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농사'라는 말이 있다. 부모는 자식을 키울 때 밭을 일구는 농부의 마음으로 자녀 교육에 사랑과 정성을 쏟는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교육법들을 모두 자녀에게 적용하는 것이 무조건 효과적인 건 아니다. 올바른 자녀 교육을 위해선 부모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현직 부부 교사인 김은혜(30세·서울 중앙대사대부속초)·김성현(32세·서울 한신초) 교사는 "교육의 시작은 부모와 자식 간에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공유하는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최근 '내 아이를 바꾸는 하루 10분 부모 수업'(미르북컴퍼니)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부부 교사를 만나 바람직한 애착 관계 형성 노하우를 들어봤다.
◇자녀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돼야
맞벌이 학부모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는 바로 아이가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적어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은혜 교사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양이 아니라, 함께 있는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라는 것이다.
"세 시간을 아이와 함께 있어도 숙제 검사와 과제물 점검에 그 시간을 다 쓰는 부모는 아이의 눈에 무서운 '감시자'로 비칠 뿐입니다. 학교와 학원에서 온종일 공부하느라 지친 아이에게 집에 들어오자마자 숙제 다 했느냐고 묻는 엄마를 상상해보세요. 아이가 그 순간 얼마나 외로울까요? 삼십 분을 함께 해도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엄마는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를 이야기하고 다정하게 안아주세요. 자녀가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느껴질 것입니다."
김은혜 교사가 학생들의 외로움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일기장'이다. "내가 이렇게 힘든지 엄마는 알까"라든가 "오늘도 엄마는 늦게 오신다"는 식의 글을 일기에 적는 학생이 많다는 것. 한번은 자주 외로움을 토로하는 아이의 학부모에게 전화해서 아이 몰래 일기장을 읽어보라는 권유를 한 적도 있단다.
"어린 학생들이지만, 부모와의 소통이 단절됐다고 느끼면 너무나 외로워하고 괴로워합니다. 그러나 이 시기도 지나가요. 초등학교 시기는 자아가 형성되고 성격이 굳어지는 기간이죠. 이때 아이의 외로움을 채워주지 않는다면, 곧 부모와의 거리를 자신도 모르게 정해놓고 그 선을 넘으려 하지도, 넘는 것을 허락하지도 않는 순간이 올 겁니다. 더 늦기 전에 아이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대화와 교감을 시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이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라
김성현 교사는 자녀와의 애착을 형성할 수 있는 적기가 초등학교 시기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시기의 아이들은 부모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거절당하는 기분을 느끼면 오랜 시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을 수 있어요. 반대로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대화하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받으면, 평생 편안한 마음으로 부모에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김성현 교사는 잔소리가 아닌 대화를 하기 위해서 말을 고르는 데 신중을 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요령이 부족하다면 대화의 주제를 잘 선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권유했다.
"아이와 독서 토론을 시도해보세요. 같은 이야기를 읽은 다음 '너라면 어떻게 했겠니?'라든가 '엄마는 이 부분이 참 좋았어'라는 말을 하는 와중에 잔소리를 할 수는 없겠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 아이의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함께 취미를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온 가족이 한팀이 되어 야구를 응원하러 경기장을 가면 어떨까요? 함께 한 팀을 응원하는 동안 서로 하나가 되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김은혜 교사는 자신이 즐겨 쓰는 방법을 하나 더 소개했다. "아이와 방을 따로 쓰는 가정이라면, 일주일 혹은 한 달에 한 번쯤 부모와 함께 잠자는 날을 만들어 보세요. 자녀와 옆에 나란히 누워서 시간 제약 없이 편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토닥여주다가 잠드는 것도 좋습니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부담도 적습니다."
부부 교사는 무엇보다 자녀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아이가 하는 행동과 말 모든 것이 부모의 눈에는 미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참견하고 제어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기회를 주고 기다린 다음, 결과가 나오고 조언을 해줘도 늦지 않습니다. 애착을 형성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참견한다는 것과 다릅니다. 자녀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고 능력을 믿어주세요. 그리고 그 사실을 자녀가 알게 해주세요. 그것이 핵심입니다."
김성현·김은혜 교사가 말하는 자녀교육 실전 팁
① 꾸중은 잘못한 일에 대해서만 언급할 것. 아이의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은 금하고, 꾸지람 뒤에는 혼난 이유를 설명해준다.
② 교육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아이에게 줄 것. 필요하다면 대화로 설득하되 최종 선택권을 줘야 학습에 임하는 자세를 적극적으로 바꿀 수 있다.
③ 일정 금액의 용돈을 줄 것. 용돈을 직접 관리하며 자신의 지출 습관을 관찰하며 자란 학생은 올바른 경제관을 확립할 수 있다.
④ 외출 시에는 사전에 부모에게 알리고 허락을 받도록 할 것.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다.
⑤ 아이의 상장은 집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둘 것. 아이가 노력으로 얻은 보상에 대한 성취감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⑥ 사전 사용법을 가르칠 것.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지식을 얻는 요령을 익힐 수 있다.
⑦ 성적을 본 뒤가 아니라 시험을 치르기 전에 격려할 것. 아이의 긴장을 덜어주고, 결과에 상관없이 사랑받는다는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⑧ 다양한 대회에 참가시켜 볼 것.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대한 탐구 의식과 아이디어 개발법을 익힐 수 있다.
2013. 5. 30.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