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교선택제 경쟁률 분석해보니 "학교 명성보다 내신"… '강남 쏠림' 현상 적어 전체 196개校중 1위 신도림고- 교복 디자인 학생들에 묻고, 교과교실제·과학중점학교 등 새로운 프로그램 적극 홍보 15.9대1로 3위 숭의여고- 교사들 평균 연령이 39세… 매월 학부모에 소식지 보내고 교재 직접 만드는 등 '열의'
서울 지역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고교선택제에서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를 감동시킨 학교들의 성공이 빛났다. 서울시 전체에서 선택하는 1단계와 학군 내에서 선택하는 2단계 경쟁률 상위 10개 학교를 분석한 결과, 교과교실제 등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신도림고, 젊은 교사들의 열정이 빛난 숭의여고, 학생 눈높이에 맞춰 수업을 운영해온 건대부고 등 변화를 위해 몸부림쳐온 학교들이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그밖에 서울고·휘문고·양정고·보성고 등 전통 명문고 역시 선전했다.
◆'교실개혁'이 신입생 끌어들였다
구로구에 있는 신도림고는 1단계에서 경쟁률 17.1대1을 기록, 전체 196개 학교 중 1위를 차지했다. 작년 3월 개교한 신설학교가 서울지역 1위를 차지하자 학교 스스로도 놀랐다는 반응이다.
신도림고는 작년 개교하자마자 인근 목동 등 타 지역으로 학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느꼈다. 실제로 작년 초 30~40명의 학생들이 타 지역 학교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낀 학교는 먼저 학생과 학부모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썼다. 교복 디자인을 결정할 때 학생들에게 설문 조사를 벌였고, 교과교실제와 과학중점학교 등을 도입해 '교실 혁명'을 이루겠다고 적극 홍보했다. 이혜련 교감은 "기존 학교들이 강압적이고 멀게 느껴졌다면, 우리 학교는 학생이 주인이라는 점을 알려 학부모·학생에게 신뢰감을 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경쟁률 15.9대1로 3위를 차지한 숭의여고(동작구)는 교사들 평균 연령이 39세다. 젊은 교사들은 교재를 직접 만들고 밤늦게까지 남아 학생들을 지도했다. 5년 전부터는 수학여행지를 학급별로 결정하고, 매월 학교 종합 소식지를 1200부씩 찍어내 학교 소식을 학부모에게 알리고 있다. 우남일 교장은 "교육 수요자의 눈 높이에 맞추지 않으면 학교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광진구에 있는 건대부고는 2009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숫자가 3명으로, 같은 구(區) 내 7개 고교 중 중위권이었다. 그러나 진학 실적보다 매사에 학생 눈 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한 점이 입소문을 탔다고 학부모들은 전한다.
건대부고는 "셔츠가 몸을 꽉 조여 공부에 방해된다"고 학생들이 불만을 터트리자 티셔츠 모양의 교복으로 바꿨다. 또 지난해부터 영어에 관심이 많은 1학년 학생들만 따로 한 학급에 배치해 전 수업 시간에 영어를 섞어 사용하는 '이중 언어반'을 운영했고, 건국대 학생들을 초빙해 밤 10시까지 학교도서관에서 동생들의 질문을 받아주도록 했다. 이군천 교장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학력 신장'과 '인격교육'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이루려고 노력했다"며 "이런 작은 노력들과 교사·학생의 친밀한 분위기가 지역 사회에서 인정받은 것 같다"고 했다.
◆전통 명문들도 선전했다
전통의 명문으로 알려진 서울고(서초구 서초동), 휘문고(강남구 대치동), 양정고(양천구 목동), 보성고(송파구 방이동) 등도 경쟁률 상위에 올랐다. 2009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합격생 숫자를 보면 휘문고 24명, 서울고 15명, 양정고 14명, 보성고 9명 등으로, 각 학군 내에서 최고 수준의 진학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1·2단계에서 모두 미달이 된 학교는 서울지역에서 총 7곳이었으며 그중 5곳이 용산구·중구·종로구를 포함하는 중부학군 내에 있었다. 이에 대해 시 교육청은 "중부학군 지역은 도심 공동화로 거주 학생들이 많지 않아 타 지역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공동학군'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미달 학교가 많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남 극심한 쏠림현상 없어
강남학군(강남·서초구)에 지원한 타지역 학생들이 많기는 했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만큼의 극심한 쏠림 현상은 없었다.
비(非)강남학군 학생 7만8482명 중 1단계에서 강남학군에 지원한 학생은 4.0%(3108명)에 불과했다. 2007년 11월 1차 모의 배정 땐 이 비율이 18%에 달했고, 지난해 4월 2차 모의 배정에서도 이 비율은 11%이었다.
강남 쏠림 현상이 8개월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에 대해, 서울시내 한 중학교 교사는 "대다수 아이들이 '학교 명성'보다 내신에 유리한지 여부를 따져보는 '실리 지원'을 택했다"고 해석했다. 강북지역의 한 중3 담임교사는 "강남 쪽으로 지원하는 아이들에 대해 학생들끼리 '멀리 다니면서 (내신에서) 바닥 깔아줄 일 있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이영덕 소장은 "대입에서 수시 비중이 늘고 내신 성적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내신 불이익을 우려한 학생들이 강남에 몰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강남지역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교육청이 2단계 배정방식을 '거주지 우선'으로 바꾼 게 '집 가까운 학교를 고르라'는 의미로 전달돼 지원 숫자가 줄었을 뿐"이라며 "사교육 밀집지역에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은 여전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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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학군이 아파트값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주는지 좀 알려 주세요.
갑자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대방2단지 주공아파트에 계속 살아도 숭의여고에 못 갈수도 있나요?? 아시는 분 공유부탁드립니다.
100%는 다 갈수는 없지만 80%정도는 가는 것 같아요.. 우리 딸은 숭의여고에 갔는데 같은 라인에 있는 친구는 수도여고에 갔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