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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사진편지 제1595호 (12/3/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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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애 운영위원님이 작년부터 네팔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금년에도 구정이 끼어있던 1월에 네팔에 찾아가서 네팔 어린이의 교육과 지역발전 및 주민복지 향상 등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이 위원님의 이러한 국제적인 봉사활동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이 위원님이 현지에서 겪은 체험과 지식은 낯선 네팔의 지리, 역사, 문화와 교육 등에 관한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위원님에게 그 체험기 원고를 부탁했었습니다.
바쁜 공직 생활의 어려운 시간 형편 속에서도 저의 부탁을 받아들여 좋은 원고와 사진을 보내주신 이순애 위원님의 성의와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원고 내용이 좀 길지만 나누지 않고 한번에 실었습니다. 천천히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함수곤 드림
'아랑곳 4.0'
글 : 이 순 애(운영위원, soonae1211@naver.com)
아침 안개에 쌓여 바로 앞도 분간할 수 없는 몬순기후의 습한 공기에 온 몸이 떨렸다.
어쩌다 망고나무 몇 그루가 서있는 들판 한 가운데에는 완공되지 않은 학교건물이 을씨년스러웠다.
작은 들풀이 깔린 운동장은 넓지만 황량했다. 벼 벤 자국 그대로인 논 옆에는 유채꽃과 채소가 자라는 밭고랑이 길었다.
염소똥 소똥이 둥그렇게 여기저기 널브러진 이색풍경, 룸비니였다. 산악인 엄홍길재단에서 세 번째 세운 네팔 룸비니초등학교, 국제이해교육연구회(교사와 학생과 학부모) 소속 16명이 자원활동을 시작할 곳이었다.
하루전 네팔 수도 카투만두에서 버스로 열 시간 벼랑끝 계곡을 산길을 뚫고 달려왔다.
천 미터에서 천 팔백미터 사이 산비탈에는 어김없이 계단식 논밭이 펼쳐져 있었다
다랭이 공법으로 땅기운을 받아 세상의 모든 식물이 자라고 있는 생명줄이 끝없이 이어졌다.
세계에 흩어진 농산물을 한 곳에서 볼 수 있을 만큼 식물의 보고라니 인간의 지성과 노동의 기념탑이라 할만도 했다.
큰 산맥이 이어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더니 거짓말처럼 나타난 들판에서 차를 내렸다.
비내리는 깜깜한 진흙탕길을 덜커덩거리는 경운기에 매달려 도착한 학교는 어둠뿐이었다.
몇 달 동안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건기라는데 예기치 않게 계속된 비 때문에 길이며 운동장이 진흙탕 투성이어서 걸음을 떼기에도 여간 힘들지 않았다.
학교 신축공사를 하는 인부들이 유리창 너머로 동물원을 구경하듯 빤히 들여다보았다.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퍼지기 시작할 무렵, 까만 눈동자 반짝이는 아이들이 몰려오더니 한꺼번에 나마스테(안녕하세요?)를 합창하기 시작했다.
이방인을 처음 본 주민이나 아이들에게 우리가 구경거리가 되고 있었다.
그래도 첫날부터 가지고 간 교구를 활용하여 현지교사의 도움을 받아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시연을 보고 나서 다음날 현지교사가 전달수업을 하고 종합 평가 단계를 거치면 우리가 떠난 후에도 교구를 활용하는 수업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부터 수업안을 준비하고 공개 프리젠테이션울 하면서 현지에 맞는 수업을 하기 위하여 얼마나 여러번 수정을 했던가. 수업시간은 아침 10부터 오후 4시까지, 수업시간은 45분이었다
점심시간인 13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집에 다녀올 수 있다지만 하루 두 끼 식사가 전부인 아이들은 굳이 집에 갈 필요가 없으니 가는 곳마다 이방인을 따라다니며 신기해했다.
시작이 어려울수록 성과는 더 큰 것인가. 노래하고 춤추면 쉽게 따라할 줄 알았는데 괜히 쭈볏쮸볏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준비한 노래나 놀이도 처음에는 따로따로 놀아 당황할 수 밖에.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맘이 통하고 친해졌다.
학생팀이 “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곰 세 마리” 노래와 춤을 선보이면서 한글이름표를 아이들 가슴마다 달아주었다.
비눗방울 놀이를 할 때 아이들 얼굴은 더 욱 햇살처럼 환했다. 가벼운 구름같은 거품이 무지갯빛 희망으로 둥둥 퍼져갔다.
체육수업은 배드민턴, 물 담은 그릇 머리에 이고 가기, 딱지 뒤집기, 공놀이 등 다채로웠다.
말보다 몸으로 약속의 표시를 하니 이해가 빨랐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 맘을 끌어당기는 효과가 뚜렸했다.
과학수업은 구슬을 활용한 빛반사를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구슬을 계속 꿰면 쑥 빠질 수가 있으니 12개를 꿰고 나서 한 번 묶어줘야 한다는 걸 깨닫는 과정이었다.
구슬이 햇빛을 받으면서 색깔이 변해가자 신기해하는 아이들 얼굴이 노란 유채꽃처럼 싱그러웠다.
수업이 끝나고 만든 구슬을 선물로 주니 목걸이나 팔찌로 멋을 부리며 즐거워했다.
찰흙에 색깔을 넣어 주무르는 재미에 빠진 아이들은 어린 예수를 닮았다.
작은 손으로 새의 형상을 만들어 날아가라고 웃음짓는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땅바닥에서 그냥 주무르지 말고 종이를 깔고 그 위에서 마음대로 색깔이 섞이지 않도록 만들라고 하니 갖가지 모양이 생겨났다. 납작한 꼴, 동그란 꼴, 꽃모양, 새모양...
찰흙은 수업이 끝나자 다음 수업에 사용할 수 있게 다시 뭉쳐서 플라스틱 통에 보관했다.
수학을 놀이로 가르치는 수학시간, 모양수업이 시작되었다. 동그라미와 세모모양 교구를 나눠주며 쉽고 재미있게 설명을 했다.
“아무렇게나 섞으면 안돼요, 정해진 곳에서만 가지고 노세요, 만들고 싶은 모양이 있으면 섞어서 만들어도 돼요. 그 모양 이름은 뭘까요?” 사과 꽃 동물모양 등 여려가지 모양이 만들어졌다.
색깔 변화가 뚜렷한 교구가 대비되어서 흥미진진한 수업을 펼쳤다.
12색이 들어있는 색연필 묶음에 똑같은 색은 없다는 걸 확인한 수업이 게속되었다.
원의 안쪽에 그려진 12개 선을 따라 색칠을 하다 살짝 고개를 돌리다 마주친 얼굴들,
조롱조롱 몰려앉은 아이들의 초롱초롱 눈빛에 샛노란 유채꽃이 담겨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색연필을 정리하여 가지런히 통에 방법까지 자연스러웠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해의 폭이 넓어져 반응이 뚜렷하다는 걸 실감했다.
커다란 입모형을 보여주며 양치질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 준 위생교육시간, 한 명씩 앞으로 불러내어 칫솔질을 제대로 하는지 바로잡아 주었다.
바르게 닦은 연습을 마친 아이들에게 칫솔을 나눠주니 특별한 행운처럼 즐거워했다.
공부와 놀이를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는 실용교육의 장점이었다. 생활이 놀이이고 일상이 공부였으니 그게 가장 바람직한 교육모델이 아닐까.
책상은커녕 의자도 없는 땅바닥 좁은 흙교실과 짚으로 엮은 지붕밑 노천교실 사이를 150명 아이들이 옹기종기 몰려다녔다.
학습교구라고는 나무기둥에 매단 칠판 하나가 전부인 시설, 곡식을 담았던 낡은 마대자루를 들고 다니며 깔고 앉아 공부하니 손발이 새까맣지.
아이들과 함께 손을 씻은 후 손등에 예쁜 그림을 그려준 학생팀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밤새워 꽃모양 새모양 동물모양 그림 그리는 연습을 하더니 멋진 결과에 흐뭇해하는 표정들.
서울국제고 김헤원 왕예슬 경문고 정상희 제주국제고 김소연, 경문고 이재성,중학생 정상희,
꽃봉오리같은 너희만의 이야기를 가졌으니 꽃피고 열매 맺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완벽한 준비를 하기는 어차피 어려운 일,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응조치를 하는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 밤 8시부터 회의를 진행했다.
흐릿한 불빛 아래 공사 중인 교실 맨바닥 여행트렁크 위에 학습자료를 펼치고 하루를 반성하고 내일 할 일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열띤 토론시간이었다.
매일 밤 두 시간 이상 모두가 한 마디씩 아이디어를 내놓는 필수과정이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야 친해질까.’ 서로의 의견을 듣고 고치고 다듬는 과정에서 결속력과 친밀감이 더해갔다.
깊은 밤 운동장에 모닥불을 쬐며 고개를 들면 별들은 또 어찌나 초롱초롱하던지.
은하수를 여행하는 신비와 소망하는 것을 확인하는 묘미와는 동격인가 봐. 별빛 아래에서는 낮의 촘촘하던 마음도 헐렁해져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시범수업 협력수업 평가시간, 아이들이 질서를 잘 지키고 예의 바르고 집중력이 놀랍게 변했다는 현지교사 (남교사 3명, 여교사 1명)의 칭찬이 쏟아졌다.
우리의 물음에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까딱까딱과 도리도리의 절묘한 결합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무한을 상징하는 8을 의미하는지 코 끝으로 8자를 그리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yes 인지 no인지 헷갈리는데 신의 뜻대로 하소서라는 특유의 낙천적인 표현방식이라나.
옹기종기 짚으로 엮은 집집마다 몇 명씩이나 되는 아이들 집에서 연기가 새어나왔다.
움막같은 흙집에서 어떻게 생활할까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민박체험에 대한 기대가 컸다.
워낙 어려운 생활을 하는 주민들 부담을 덜기 위해 집집마다 선물과 별도로 100루피씩을 전하는 걸 잊지 않았다. 하룻밤 지나 주민들과 친해지자 지역 현안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아이들이 많아 가난을 벗어나려면 15달러 망고나무 묘목을 나눠주고 키우면 좋겠다는 의견, 한 마리 150달러인 새끼염소를 분양하여 키우도록 지원하자는 의견,
특히 남성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자림 시키면 좋겠다는 의견이 현실적이었다.
망고나무는 5년 정도 자라면 100년 동안 열매를 딸 수 있으니 관리만 잘 하면 된다고 했다.
염소는 일년에 두 마리 이상 새끼를 낳는 데다 힌두교도가 먹는 유일한 고기여서 값이 비쌌다. 병에 걸리지 않으면 빠르게 몫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었다.
우기에는 계속되는 비와 습한 안개로 기후는 나쁘지만 땅이 넓고 건기에도 농사가 잘 되는 지역이라니 부지런만 하면 자립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결론 지었다.
학교 부지가 만 평이 넘으니 공동으로 염소 기르기와 망고 키우기 등 프로젝트만 잘 운영하면 교직원 인건비와 교구학습비에 한솥밥급식 지원까지 가능하리라.
농사를 지으려면 자식이 재산이라는 생각으로 남성들이 빈둥거리기 일쑤인 아리안족,
딸을 낳으면 시집갈 때 지참금까지 줘 보내야 하니 남녀차별이 심한 곳이었다.
수업 중에도 발표를 하거나 자료를 나눠줄 일이 생기면 남학생이 도맡아했다. 여학생을 시키려하면 남학생이 양팔로 밀어내고 자기가 나서는 모습이 당연시되었다.
딸 가진 아버지들이 의식을 바꾸지 않으면 발전이 힘든 지역이었다. 경제 자림을 하는 여성이 늘어가고 1996년 뻬이징 세계여성대회를 계기로 성차별이 줄어드는 변화의 흐름이 아직 룸비니까지 감지되지는 않은 걸까.
결국 수업 최종평가 시간에 현직교사들에게 특별한 부탁을 빼놓지 않았다. 여학생에게 좀더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하여 모든 아이들이 함께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학부모와 청소년들이 수업에 직접 참여하고 관심을 갖는 모습도 이채로웠다.
그들은 단순한 구경꾼 역할이 아니라 보조교사 역할까지 기꺼이 자원했다. 이색적인 열정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학교가 생활의 중심지인 것 같아 한편 다행스러웠다.
학부모교육이나 농사법 그리고 사업하는 방법을 가르치면 잘 항 것 같은 기대감이 묻어났다.
소똥은 운동장이든 마을 담장이든 구석구석에 널려있었다. 지푸라기를 섞어 둥그렇게 반죽한 소똥은 연료와 담장벽돌 재료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소똥을 이용한 바이오가스 만들기가 생태보전과 온실가스 감축 성공사례로 각광받고 있다니 예사로 볼 일이 아니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관련기업도 많아져 고용효과도 뛰어나단다.
교실 앞쪽에 희망꽃밭을 만들었다. 현지교사와 주민들도 참여해 땅을 고르고 흙으로 구역을 만들어 꽃과 나무를 심었다.
꽃 모종과 어린나무는 룸비니 시장에서 진흙에서도 잘 자라는 종류를 골랐다.
크리스마스 트리 500루피(7,500원), 임파첸스 150루피, 구아바 160루피, 루비 소나무 110루피, 블루베리 125루피, 버넥스 250루피, 슈플란트 125루피, 블루베리 200루피, 카네이션 제라늄 측백나무 장미 다알리아 각각 150루피 등 400개 모종을 10만원에 샀다.
진흙더미에 섞인 풀뽑기 보다 종류가 다른 꽃을 배치하여 심기가 더 어려웠다.
왕정시대에는 모든 민족이 하나이니 사이좋게 지내라는 정책의 영향으로 꽃밭에도 여러 종류의 꽃을 섞어 심었다고 한다. 현지교사의 말에 세 개로 나눠진 구역마다 종류별로 섞어 심고 물을 주었다.
그냥 평범한 꽃밭보다는 한국을 느낄 만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싶었다. 꽃밭은 직사각형 형태였지만 양쪽 가장자리에 둥근 원을 만들고 구아바와 블루베리를 심었다.
동양의 우주관인 천원지방을 표현한 것이었다. 천원지방(天圓地方)이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의미로 창덕궁 후원 정원의 형태에도 이러한 철학이 깃들어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제주도의 구상나무가 원조라기에 특별히 고른 것이었다.
10년만 지나면 어른 키만큼이나 자라 기품있는 나무가 될 거란 희망으로 가슴이 부풀었다
과일나무가 잘 자라 구아바와 블루베리 열매를 따먹으며 한국을 따뜻한 이웃으로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꼭꼭 담았다.
다음에 오면 팻말을 가져와 꽃과 나무이름을 네팔어와 한글로 써서 매달아줘야겠다. 아름다운 꽃시도 한 편 심어야겠지.
꽃과 묘목은 명지대 김시형 교수의 부모님이며 한밤의 사진편지 회원인 김태종 양정옥 부부께서 주신 금일봉으로 구입했다.
그래서 꽃밭이름을 김태종의 태와 양정옥의 양을 본따 태양꽃밭이라고 명명했다. 좋은 일을 하다보면 꼭 도와주는 분이 있어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니까.
알뜰시장을 열면서 정한 원칙 하나는 물건을 공짜로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만 부담없이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현지교사의 도움을 받아 값을 매겼다.
서울국제고 학부모 봉사단(샤프론) 회원이 직접 짠 장갑과 목도리, 모자 아동복 학용품을 합쳐 이 천점 이상을 진열해 놓으니 삽시간에 동이 났다.
어찌나 많은 사람이 인산인해처럼 모여들었던지 잘못하면 안전사고가 날까봐 엄홍길재단 홍순덕 현지지부장이 질서를 유지하느라 애를 썼다.
연필 2개(헌연필 4개)에 1루피(≒15원), 볼펜 한 자루 1루피, 공책 한 권 2루피, 장갑 한 켤레 10루피, 털모자 20루피, 치약 20루피, 필통 20루피, 털목도리 30루피, 어른 바지와 방한복 50루피, 아동복(순모 신제품)400~500루피 등
판매금액은 총 9,611루피(≒14만원, 116$)였다. 얼마전 준공식에 참석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카트만두에서 룸비니로 떠나기전 엄대장은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고 우리를 격려했다.
재단에서 세운 타르푸초등학교에 이어 두 번째로 자원활동을 펼친데 대한 고마움으로 다 잘 될 거라며 새해 히말라야에서 받은 상서로운 기운을 전해주었다.
이제 포카라 카스키 지역에서 네번째 학교 기공식을 가졌다는데 학교 설립 기준은 뭘까? 나 혼자 상상해 보았다.
첫번째 팡보체초등학교는 셀파족 자녀(유족)를 교육하기 좋은 3,000m 높은 산악지대였다.
두번째 타르푸초등학교는 타망족이 많은 2,000m 문맹률이 높고 가난한 산악지대였다.
세번째 룸비니초등학교는 가난하고 일할 의욕이 부족한 아리안족을 자립시키기 좋은 평야지역이었다.
포카라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중 가장 아릅답지만 힘겨운 안나푸르나봉으로 오르는 길목이었다.
엄대장이 가장 힘들게 등정한 안나푸르나봉이 있어 애착이 가는 지역인가보다.
따뜻한 기후에 도시를 감싸는 태와호수 가까이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뛰어나 영국에서 돈을 많이 번 용병들과 부자들의 휴양지로 각광을 받을만했다.
우중충 쓰러질듯한 낡은 건물이 많은 다른 도시에 비해 밝은 페인트칠로단장한 건물이 늘어나 산뜻하게 변모하고 있었다.
문명의 편리함을 알리고 세련된 학용품을 주며 가난에서 벗어나게 돕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또 다른 유혹이나 환상을 심어주고 떠난 뒤 생태파괴와 전통의 붕괴를 가져오지는 않을까.
그것이 언제나 한 쪽 마음을 잡아당겼다. ‘아웃오브 아프리카’에서 주인공이 케냐에 학교를 세우겠다고 나설 때 지역주민들이‘당신네의 방식을 강요하지 말라고. 더 필요한 것이 없다고, 거부했던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생활의 중심지가 학교인 것도 사실이 아닐까. 빛과 생기를 머금은 아이들 눈빛에서 실마리를 찾았다면 답이 될까.
너희를 도우러 온 게 아니야. 가난하면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어.
그렇지만 가난 때문에 아파고 배고파도 참아야 하고 공부하고 싶은 꿈을 접어야 한다면 환한 빛 한 줄기를 함께 찾아 보는 거야.
다른 세상에 새롭게 눈을 뜨고 서로 친구가 되어 더 좋은 세상을 만들면 어떨까.
룸비니 지역은 나라는 네팔에 속하지만 모든 것이 인도와 비슷했다.
끝없는 벌판이 이어진 곳에 사는 같은 아리안족이기에 종교 언어 복장 생활풍습도 같았다.
부처님이 태어나신 곳이지만 불교보다 힌두교를 믿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표준말을 몰라 네팔사람들끼리도 말을 이해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왕정 시대에는 모든 민족은 하나라는 정책으로 부족끼리 평화롭게 지내려고 노력했지만 왕정이 철폐되고 나서는 같은 종족 우선의 사고방식이 강해지고 있단다.
16명이 신축 교실 2칸을 숙소로 삼아 침낭이불에 짐을 베개삼아 견딘 날들이었다.
유유가 듬뿍 든 따끈한 차 짜이 한 잔으로 맞은 아침은 보람있게 하루를 보낼 밑천이었다
밤이면 어김없이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하는 꼬마전구 희미한 불빛이 그나마 반가웠다.
개와 여우 울음소리도 밤새 끊임없이 꿈 속을 파고 들었다. 순한 눈빛의 개가 많아서 떠돌이 개에 물려 목숨을 잃은 사람이 수천 명이라는 이야기를 흘려들었다.
그런데 한밤중 혼자 밖에 나와 불빛을 비추자 큰 소리를 치며 달려드는 개 때문에 혼비백산한 기억을 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아랑곳?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표현에 익숙하며 살아왔다. 법을 아랑곳하지 않는 배짱이나 남을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었다.
1.0 고전자본주의에서, 2.0 수정자본주의로, 다시 3.0,신자유주의에서 4.0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따뜻한 자본주의로 진화하는 버전처럼 아랑곳의 진화를 꿈꾼 것이다.
남들이 아랑곳하지 않는 곳, 그렇게 스쳐가는 곳에 눈길 한 번 더 주기,
밝은 눈길, 정확한 눈길, 정직한 눈길, 새로운 눈길이 아랑곳 4.0의 의미이다.
그 네 개의 눈길로 여기저기 또 다른 아랑곳을 찾아 길을 떠나려 한다. 나는 다만 손길 필요한 곳이라면 세상 어느 곳이라도 가고 싶을 뿐이다. 이 글을 읽은 누군가에게 함께 떠나고 싶은 마음이 옮아 붙기를 바란다면 욕심일까?
지금 내 마음은 명주실꾸리처럼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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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밝은 눈길, 정확한 눈길, 정직한 눈길, 새로운 눈길이 아랑곳 4.0의 의미라고 알게되었습니다.젊은이 부럽고 봉사정신이 자랑스럽구려. 돕고 싶은 마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