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목회자 성범죄가 잇달아 언론에 보도되면서 한국 교회를 향한 사회의 비난이 더욱 거세졌다. 문제는 언론을 통해 접하는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목회자 성범죄가 실제로는 더욱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은폐·축소되고 있어 더욱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 백종욱·오세택),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 우창록), 바른교회아카데미(원장 김동호)는 상처받은 교회 공동체를 다시 세우기 위해 목회자 성윤리를 공론화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지난 12월 20일 명동 청어람에서 ‘목회자 성윤리,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된 포럼은 목회자 성문제에 대해 함께 반성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교회 내 성범죄 예방책 공론화해야 “목회자의 성범죄는 단순히 해당 목회자와 피해자의 문제, 해당 교회의 문제에서 나아가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불명예와 치욕을 안겨주며, 궁극적으로는 기독교 진리의 전파를 가로막는다.”
박종운(법무법인 소명, 기독법률가회 사회위원장) 변호사는 최근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교회 내 성범죄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박 변호사의 말처럼 목회자의 성범죄는 한국 교회 전체에 큰 타격을 준다. 그래서 실제로는 더 많은 사건이 발생하지만, 드러나는 사례는 드물다.
김승호(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성적 이슈 자체를 금기시하는 전통적인 한국 교회 문화, 목회자의 성적 탈선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목회자뿐 아니라 해당 교회가 입을 이미지 손상, 그리고 이런 이미지 손상이 곧 교인 수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교회 내 성범죄가 공개적으로 다뤄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목회자 성적 탈선의 문제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왔을 뿐이며, 최근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간과해선 안 된다. 이에 김 교수는 “이 이슈는 더 이상 교회 내에서 비밀리에 다루어질 사항이 아니라 공론화되어야 하며 분명한 원인 규명과 함께 예방책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대책이 개신교계 전체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해 목회자의 권력 남용과 성서 오용은 큰 문제
교회 내 성범죄의 가장 큰 특징은 피해자와 피의자의 수직관계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성자(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은 “교회 내 성범죄는 목회자와 신도 간의 절대적인 위계관계 속에서 쉽게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목회자의 성폭력 행위에 대해 이상하게 느끼면서도 거부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당한다.”고 말했다.
홍인종(장로회신학대학교 목회상담학) 교수는 “보통 성적 타락은 신뢰가 전제되고 어느 한 쪽이 더 우월한 힘을 갖는 불균형 관계에서 종종 발생한다.”며, “목회자는 영적 문제의 진단이나 영적 지도를 하는 차원에서 신뢰 관계에 있으며, 동시에 성경을 가르치고 설교하는 역할에서 우월적 위치에 있다 보니 자신의 힘을 남용하여 성도와 성적인 부도덕한 관계로 발전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가해 목회자가 피해자에게 자신의 권위를 남용하는 과정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성서의 오용이다.
박종운 변호사는 “목회자에 의한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을 들어보면, 대부분 ‘사랑하는 자매’라 부르면서 성적 접촉을 시도하고, 아담을 돕는 배필인 하와, 목자의 기쁨이 되어주는 양 하나님께 드리듯이 가장 소중한 것을 바치라는 등 이단이나 사이비 교주의 입에서나 나올 만한 말들로 피해자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목회자가 여성도에 대해 성범죄를 행할 때에는 성서의 오용과 자의적인 해석이 반드시 뒤따르게 마련”이라고 그 특징을 설명했다.
@2차 피해 심각해
교회 내 성범죄는 교회에도 치명적이지만 피해자의 후유증도 치명적이다. 박성자 소장은 “목회자에 의한 성범죄 피해자들은 일반 성범죄 피해자들이 겪는 일반적 강간 후유증, 예를 들면 ‘나는 더럽혀졌다, 순결을 잃었다.’라는 순결이데올로기에 의한 상처 말고도 신앙적인 혼란을 겪게 된다.”며, “하나님을 대표하는 사람에 의해 배신당했기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고 스스로를 비난하다가 결국은 신앙의 위기에 빠진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교회 내 성범죄 피해자는 심지어 교회 공동체를 떠나거나 신앙을 버리게 되기까지 한다. 이 같은 결과는 교회가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피해 사실이 드러난 후 피해자는 교회 내 분파에 휘말려 이용되다가 사탄·마귀로 정죄되어 교회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이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할 경우, 교회 문제를 세상의 법정에 맡겼다고 신도들에게 비난과 협박을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박성자 소장은 이런 정서적인 문제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교회법에 성폭력에 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의 어느 교단 법에서도 성폭력과 관련한 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성폭력 가해 목사를 징계·처벌하거나 피해자를 돌보고 치유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교회는 성폭력의 범죄 규정과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상담·치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윤리교육의 부재가 문제
그렇다면 교회 내 성범죄를 막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 전에 목회자들의 성적 탈선의 원인을 짚어보자. 김승호 교수는 “목회자의 성적 탈선 문제는 목회자로서 훈련받는 신학대학원 과정에서의 성윤리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대학원 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신학생들이 성윤리에 관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이 이슈에 직면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목회 현장에 나가서 적당한 환경에 노출되면 쉽게 성적 탈선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회 내 성범죄의 원인에 대해 김 교수는 목회자와 교인 사이의 힘의 차이, 과거 심방 위주의 목회에서 최근 상담 위주의 목회로의 전환, 과거보다 더 개방적인 신체 접촉의 문화가 교회 내에 들어온 점 등도 들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목회자의 성적 타락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그 책임은 목회자 당사자의 몫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교회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이에 김승호 교수는 “국내 신학교들이 성윤리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신학생들에게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신학대학원 커리큘럼에 성윤리 관련 과목 개설 △성윤리와 관련된 설교, 특별강연, 포럼, 컨퍼런스, 토론 등을 통한 성윤리 의식 함양의 기회 제공 △영성 훈련과 성윤리 교육의 병행 △신학생·목회자뿐 아니라 교인들의 성적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적극적 차원의 교육 시행 등을 방안으로 꼽았다.
홍인종 교수는 “잘못된 성적 타락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영적인 회개가 우선되는 것”이라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영적인 각성과 민감함을 유지하도록 힘쓰고, 자신의 결혼 생활에 우선순위를 두고 가정에 열정이 식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음행과 온갖 더러운 것과 탐욕은 너희 중에서 그 이름이라도 부르지 말라. 이는 성도의 마땅한 바니라.’(엡 5:3)는 이 마땅한 말씀에 목회자가 두려움과 떨림으로 순종해야 한다.”며, “그 때 성도와 교회의 순결함이 유지되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목회자와 성도의 진정한 교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목회자 성性윤리 어떻게 할 것인가?’ 포럼
<주간 기독교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