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작은 대상을 마주한 마음은 업을 짓지 않는 것일까? 아비담마 길라잡이 1권 제4장, 인식과정의 길라잡이에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8. 작은 대상
자와나(속행)가 일어날 때까지 존속할 수 없고 [4개에서 9개의 심찰나가] 지나간 뒤 영역에 나타난 대상을 ‘작은 것’이라 한다.
여기에서는 속행은 일어나지 않고 두 번 혹은 세 번 결정하는 마음만이 일어난다. 그 다음에 존재지속심으로 들어간다.
§9. 매우 작은 대상
결정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까지 존속할 수 없고 [10개에서 15개의 심찰나가] 지나간 뒤 영역에 나타난 대상을 ‘매우 작은 것’이라 한다.
여기에서는 바왕가의 동요만 있을 뿐이다. 인식과정은 일어나지 않는다.
작은 대상과 더불어 진행되는 인식과정은 4개에서 9개까지의 지나간 바왕가들이 먼저 지나간다.
여기서는 속행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결정하는 마음만이 두 번이나 세 번 일어나 인식과정은 끝나고 존재지속심으로 들어간다…(중략)…
이런 종류의 인식과정을 ‘결정으로 끝나는 과정(votthapana-vāra)’이라 부른다.
…(중략)…
(매우 작은 대상과 더불어 진행되는) 이런 인식과정에서는 인식과정의 마음은 일어나지 않고 단지 존재지속심의 동요만이 일어난다.
그래서 대상은 결정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까지 존속할 수 없다. 대상이 너무 작은 것이기 때문에 단지 존재지속심의 동요만 있을 뿐 실제 인식 과정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효과가 없는 과정(mogha-vāra)’이라 부른다.
따라서 자와나(속행) 과정을 거치지 못하는 작은 대상 or 매우 작은 대상을 대상으로 한 마음은 무기의 마음이 된다. 작은 대상을 대상으로 한 마음은 결정 과정에서 인식과정이 종료가 되어 자와나로 이어지지 못하고 존재지속심으로 돌아가며, 매우 작은 대상은 오문전향, 전오식, 받아들임, 조사, 결정이 일어나지도 못하고 바왕가의 동요만 있은 후에 다시 존재지속심이 흐를 뿐이다.
이 오문인식과정은 아래 도표에 정리되어 있다.
작은 대상을 대상으로 한 무기의 마음에 대해서 수행자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선배 도반께 여쭤본 후 얻은 대답은 다음과 같다.
저는 이 부분도 수행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업을 짓지 않는 무기의 마음이 일어나고 있음을 관찰하는 것도 심념처 수행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육근과 육경이 만날 때 마다 업을 짓는 아니고, 매우 큰 대상과 큰 대상이 일어날 때는 마음챙김이 일어날 조건이 되지만, 작은 대상은 놓쳐버리고 갈 확률이 크고 그것은 어리석음에 뿌리박은 마음으로 나타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어리석음에 뿌리박은 마음은 대상을 놓치게 될 때 일어나는 ‘평온이 함께하고 들뜸과 결합된 마음’일테다.
책 인용 출처: 대림스님·각묵스님 옮김, ‘아비담마 길라잡이 1권’, 초기불전연구원(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