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아주 많이 여론 조사 결과를 보고 마음이 많이 상했다. 그동안 자주 보도된 MB 지지율에 생각해보자. MB의 30% 후반에서 최근에는 50% 안팎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를 높다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늘어놓는다. 30% 후반의 지지율이라면 그것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광팬들의 지지율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40% 후반이라면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이 더 많다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내가 겪는 체감온도와는 그것도 생각보다 좋은 것이다.
이번 선거에도 많은 여론 조사가 보도되었다. 도대체 언제 얼마만큼의 표본과 어떤 설문으로 조사를 하였기에 이해할 수 없는 지지율이 나왔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요즘 처럼 바쁜 시절에 대낮에 설문조사를? 통신기기가 어지러울 정도로 발전한 시대에 집전화로 설문을? 설문 내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기에 저런 결과가? 과연 한낮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설문에 응답했을까? 100명 중에 10사람이 설문에 응답했는데 그 중 지지자는 3명이었을까? 자세한 상황이나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나온 지지율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100명 중에 3명한 것인데 어찌 그것이 30%가 되는가?
다행히 나의 이런 의혹은 많은 언론들이 반성보도를 내어서 많이 풀렸다. 언론은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서 민심을 읽지 못했다고 겸허하게 반성을 하였다. 그러나 우리 언론이 처한 상황으로 볼 때에, 읽지 못한 것보다는 읽지 않은 측면이 더 강한 것은 아닐까. 언론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참에 언론은 이 시점에서 변명이나 책임회피를 위한 분석 결과를 제시해서는 안 된다. 감성적인 반성보다는 표본 조사의 범위. 설문조사 방법, 설문조사 내용, 설문조사 시간, 설문 응답률 등을 정확하게 제시한 다음에 국민들로부터 점검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떳떳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은 이번 전국지방선거 기간 동안 여론 조사 때문에 귀가 힘들었고 보도된 결과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초반에 보인 수도권의 지지율은, MB맨과 야당 단일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20% 조금 못 미칠 정도로 희망이 없었다. 그러다 10% 중반까지 차이가 났다. 반가운 것은 충남 지사와 경남 지사가 뜻밖의 초접전을 보였다. 신뢰도 수준 차이에서 미세하게 우세를 보이기도 하였다.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획기적인 일이고 경이로움 자체였다. 이런 차이는 충남과 충북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일까?
선거를 하던 날의 출구조사는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아니 이럴수가? 아직은 현실이 아니지만 기적과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실제의 여론조사결과와 많은 차이를 보였다. 인천, 경남, 강원, 충남 등에서 놀랍게도 야당 단일후보을 비롯한 야당 후보들이 MB맨들을 극복한 것이다.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서울은 0.2% 차이로 한명숙 후보의 지지가 낮게 나타났다. 부산도 야당 단일 후보가 MB맨과 잘 싸워서 10여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 놀라움! 강원도와 경남과 부산은 박정희와 DJ가 처음 겨룬 이후부터는 무조건 여당의 표밭이었다. 그런데 출구조사 결과의 경이로움!
영국 시인 바이런은 잠에서 깨어나보니 유명해졌다고 하였다. 개표 상황은 꿈이 조금씩 현실로 드러났다. 잠에서 깨어나보니 다른 세상이 펼쳐진 듯하였다. 오우, 경남 김두관 당선자. 강원의 이광재 당선자. 충남의 안희정 당선자. 충북의 이시종 당선자. 인천의 송영길 당선자. 서울의 결과가 참으로 아까웠다. 부산의 김정길 후보자도 정말로 잘 싸웠다. MB맨과 10여%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지자체 단체장도 전 선거 결과와 달리 월등하게 MB 맨들을 물리쳤다. 참으로 살맛이 났다.
교육감은 또 어떤가? 자사고와 특목고와 영어 체험학습장으로 대표되는 MB 맨들의 교육 정책이 한국을 어지럽게 하지 않았는가? 그 문제의 중심에 공정택씨가 있다. 많은 부조리를 저질렀지만, 그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목숨이 끈질겼다. 그러다가 여론의 물꼬를 터야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긴 시간을 지체한 후에 구속을 당했다. 공정택의 반대편에 경기 교육감 김상곤씨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고른 혜택을 주기 위해 무진 애를 쓰다가 경기 김문수 지사와 경기도 의회의 심한 저지를 당했다. 예산 삭감은 물론 예산 자체를 한나라당 출신 경기도 의원들이 없애버렸다. 그리고 고소고발까지 당하게 이르렀다.
한국에서 바른 생각과 균형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제대로 숨쉬고 살기에는 너무너무 힘든 상황이 전개되었다. 어려운 아이들에게 교육비를 절감하고 친환경 식자재로 무상급식을 한다는 데, 그것이 그렇게 그들에게 눈엣가시였는가? 그들은 배불리 잘먹고 잘사니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예산이 몹시 아까웠을 것이다. 오히려 잘먹고 잘사는 사라들의 세금을 면제해주듯이 그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까지도 힘있는 사람들을 위해 쓰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투표 결과는 예상보다 잘 나왔다. 서울, 경기, 강원, 전남, 전북, 광주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교육기회를 고르게 주고 소외계층을 생각하며 좀 더 인간다운 교육을 하겠다는 교육감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미 국민들에게 학습효과가 아주 컸다. 경기도와 경기도 의회에서 경기도 교육감을 심하게 모멸감을 준 일이 크게 잘못이라거 국민들이 판정한 것이다. 광주광역시의 장휘국 당선자는 전교조 출신이다. 교과부와 MB가 크게 거부감을 품고 있는 후보자를 광주 사람들은 뽑은 것이다. 이를 알고도 장휘국 씨를 교육감으로 뽑은 광주 사람들은 전교조의 본질과 장휘국 후보의 공약을 인정한 셈이다.
조중도이 앞장 선 수구보수층은, 김대중과 노무현을 사전에도 없는 좌빨이라는 말로 공격하면서 자기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근거도 없는 논거를 만들어서 두 전임 대통령을 마구 공격하자 거기에 편승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감정적인 언행으로 여론을 조작하여 했다. 그 후유증으로 이광재 당선자, 안희정 당선자, 김두관 당선자가 모진 고초를 당했다. 그러나 사람 사는 세상을 이루려는 신념이 그들을 죽지 않게 하였고 많은 국민들이 그를 지지하여 이번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야권 단일화의 위력과 국민들의 균형감각 및 판단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것이 바로 기적이 아닌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어찌 보면 그동안 수구보수와 치열하게 다투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렵게 키워온 정신을 많은 국민들이 더 많이 알게 되어 표로 결정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난한 세월을 걸어온 그분들이 있어서 그래도 한국은 이만한 희망의 열매를 거둘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는 그동안, 먹고살기에 바빠서 사람 사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를 잠시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가쁜 숨이 턱까지 차오르자 그분들의 신념을 국민들이 옳다고 밀어준 것은 아닐까. 이로 볼 때, 많은 국민들도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정치를 소망한 것이다. 권력보다는 양심을, 금력보다는 정의를, 다툼보다는 평화를, 나보다는 우리를, 개발보다는 환경을 중시하는 정치를 국민들은 소망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몹소 가꾸려다가 새로운 변화는 기득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오판한 수구보수 세력의 위협을 받았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바쁘게 살다가 자신이 소외된 줄을 몰랐다. 그러나 호랑이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말처럼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자 국민들은 그것을 체감한 것이다. 이번의 좋은 기회를 우리 모두 살려야 한다. 정말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이웃과 인사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도 개인적으로는 살기에 크게 불편하지 않는다. 그러나 양심과 정의와 평화와 우리와 환경이라는 가치를 매우 중시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기회가 왔다.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서 새로운 희망을 표시했다. 언론이 자유롭지 못해서 제대로 된 정보를 만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했다. 균형감각을 되찾은 것이다. 그동안 먹고 살기에 바쁘다는 이유로 바른 정치에 대한 관심을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한 감이 있었다. 이번 투표가 막무가내의 정치에 대한 민심을 여실히 증거했다. 일부 정부여당 인사들인 이마저도 자신들이 전략 문제나 홍보 부족으로 오만한 오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자감세 혜택을 받은 서울 강남 지역을 제외한 많은 지역에서 표로 국민들의 의사를 똑똑히 보여주었다. 바른 정치, 국민을 편하게 하는 정치를 정치인들이 할 수 있도록 시민단체에만 기대하지 말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으로 지켜보면서 정치 사회에 대한 우리들의 균형감각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 사람의 의견은 잘못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의사가 공통분모를 지닌다면 그것은 우리들의 균형감각으로서 정치 개혁을 이룰 수 있다. 우리들의 균형감각을 끝까지 놓지 말고 보여주어야 나라와 민족이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