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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리풀사진방 원문보기 글쓴이: 임윤식
해무 가득한 환상의 섬
외연도 트레킹
대천항에서 53km, 중국의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알려진 섬 외연도(外煙島)는 그 이름처럼 해무(海霧)가 잦아 지척에서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보령시에 속한 70여개의 섬 가운데 가장 서남쪽에 자리한 외연도는 20만여 평의 크지않은 섬이지만 바다에서 곧바로 솟아오른 세 개의 산봉우리와 바다가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보여준다. 산에는 빽빽한 상록수림이 자라고 있어 신비감을 더해주고, 또한 천혜의 낚시터로 훌륭한 바다낚시 포인트가 많아 사시사철 낚시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15년 4월 2일(목), 용산역에서 열차로 약 3시간 정도 달려 대천역에 도착, 택시를 타고 다시 10여 분 걸려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다. 외연도는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평일에는 오전 10시 1회, 주말에는 오전 8시, 오후 2시 2회에 걸쳐 여객선이 뜬다.
한국시인협회 문우 4명과 함께 4박5일 일정으로 외연도-녹도-호도 여행계획을 잡고 열차 및 여객선을 미리 예매해놨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걱정은 했지만 일단 대천항으로 떠났다. 날씨는 수시로 변동되기 때문에 미리 염려되어 일정을 취소하기는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려했던 대로였다. 대천연안여객터미널에 가보니 외연도행 여객선이 오늘은 안개와 풍랑 때문에 뜰 수 없다고 한다.
어찌할까 망설이다 대천항에서 가까운 섬 원산도와 효자도로 방향을 돌렸다. 두 섬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4월 4일 대천항으로 다시 돌아와 보니 날씨가 좋아져서 외연도 여객선이 정상운행한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4월 4일 오후 2시 결국 외연도 행 웨스트 프론티어호에 몸을 실었다. 웨스트 프론티어호는 쾌속선으로 215명의 승객을 실을 수 있는 140톤 규모의 제법 큰 배다. 중간에 호도와 녹도를 거쳐 외연도로 간다.
오후 4시 10분 외연도 도착, 먼저 망재산 능선에 세워진 ‘외연도’라고 쓰여진 대형 표지판이 우리 일행을 반긴다. 섬이 아담하게 보인다. 선착장 좌측으로 망재산이 솟아 있고 마을 뒤쪽에는 울창한 상록수림의 망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또, 우측에는 외연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봉화산이 솟아 있어 망재산과 함께 섬 바람막이를 하고 있다.
‘외연도 나들터’라고 쓰여진 매표소 안으로 들어가 본다. 벽에 붙여진 안내도로 섬의 대강을 파악한 후 먼저 숙소를 물색한다. 갑자기 배를 탄 터라 미쳐 숙소예약을 못했기 때문이다. 여름 성수기에는 사전 숙소예약을 하지않으면 안되겠지만 비수기인 봄에는 섬에 도착해서 숙소 물색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선착장 여기저기에 민박집들이 보인다. 외연도에는 일반 민박 외에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펜션이 한 집 있다. 우리 일행은 가능하면 식사를 직접 해먹고 싶었기 때문에 펜션으로 숙소를 정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일행이 쉬고 있는 동안 필자는 먼저 혼자 섬 트레킹의 주요 포인트를 찾아 나섰다. 내일 본격적인 트레킹 때 길을 찾아 여러사람이 우왕좌왕하지 않기 위해서다. 비가 계속 온다. 비옷과 우산을 쓰고 마을길을 돈다. 생각보다 섬 산책로가 단순하다. 망재산 입구에 고라금 해안이 위치해 있고 고라금 바로 옆이 누적금 해안이다. 당산은 마을 바로 뒤에 있어 오르기가 아주 쉽다. 당산 우측으로 봉화산 오르는 등산로가 보인다. 이정표가 잘 돼 있어 이곳에 처음 오는 사람도 지도 만 보면 길 찾는 데 어려움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마을 골목마다 어촌풍경을 그린 예쁜 벽화들이 눈길을 끈다. 시간이 되면 동네 벽화를 따라 골목길을 걸어보는 것도 멋진 산책이 될 것 같다. 내일과 모레의 일정 계획이 쉽게 잡힌다. 내일은 봉화산과 당산을 오르고, 모레는 망재산을 오르면 좋을 것 같다.
둘째날. 아침식사후 8시 반 쯤 봉화산 등산을 나선다. 밖은 여전히 이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해서 산 정상이 보이지않는다. 역시 외연도답다. 外煙島라는 이름은 한자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보령시에 속한 70여개의 섬 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연기에 가린 것처럼 해무가 짙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외연도에서 하나 뿐인 학교 외연초교를 거쳐 오른 쪽 언덕길을 몇분 쯤 가볍게 오르면 바로 당산과 봉화산을 가르는 안부능선이다. 능선에는 물탱크가 보이고 체육시설도 눈에 띈다. 이곳에 서면 우측 봉화산은 물론, 좌측으로 당산과 망재산이 보이고, 고개 너머 명금해안도 내려다 보인다. 뒤로 돌아보면 외연도 마을과 선착장도 그림같이 시야에 들어온다.
잠시 주위경관을 둘러본 후 본격적인 봉화산 등산길에 나선다. 우측길 40m 앞에 갈림길 이정표가 보인다. 우측 계단길은 봉화산, 좌측 길은 명금과 노랑배 해안으로 가는 길이다. 필자 일행은 봉화산 정상을 넘어 노랑배로 내려간 후 허릿길을 따라 명금해안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능선 체육시설 위치에서 산 정상까지는 840m 거리. 산 높이는 279m이다. 등산이라기 보다는 가벼운 트레킹 수준일 것 같다. 좌측 당산까지는 570m, 봉화산 뒤쪽 해안인 노랑배는 산허릿길로 1km 거리이다. 우측으로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완만한 계단길을 오른다. 안개가 더욱 깊어진다. 좌우에 봄꽃들이 반긴다. 제비꽃도 보이고 찔레꽃, 동백꽃들도 보인다. 비를 머금은 꽃 모습이 앙증맞기 그지없다. 10분 쯤 오르면 데크쉼터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봉화산 정상은 좌측으로 510m, 우측으로는 봉화산마루 전망대 200m 거리이다. 해무가 너무 짙어 몇십미터 앞도 거의 보이지않는다. 전망대에 가봐야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 같아 바로 정상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정상 쪽으로 동백숲길을 5분 정도 오르면 좌우시야가 트이면서 안내판이 보인다. 좌측으로는 사학금, 상투바위, 매바위, 돌삭금, 작은 명금 등 해안 명소들을 소개하고 우측으로는 등대섬 수도를 소개하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이들 명소들이 모두 내려다보이는 조망바위인데 지금은 전혀 보이지않고 안내판 만 읽어나갈 뿐이다. 외연도에는 해안이름 중 ‘금’자가 붙은 이름들이 많다. ‘명금’이란 이름은 햇빛에 반짝이는 몽돌이 금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아쉬운 마음 뒤로 하고 다시 발길을 옮긴다.
약 20분쯤 완만한 숲길을 더 오르면 정상이다. 안부능선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40분 정도 걸렸다. 예상했던 대로 등산이라기 보다는 산책 수준이다. 정상에는 돌탑처럼 쌓아올린 봉화대가 자리잡고 있다. 역사적으로 바다의 사건을 한양에 알리는 역할을 담당했던 봉화대는 외연도의 경우 제일 높은 봉화산에 설치되어 잇다. 봉화대는 폭 7.8m, 둘레 24.5m의 원형으로 석축의 높이는 북쪽이 130-150m, 남쪽부분이 180-200m정도 된다. 바다 건너 중국을 경계하는 역할과 조선후기 자주 출몰했던 이양선에 대응하기 위한 충청수영의 권설 봉수였다. 또한 지금은 제외되었지만 과거에는 당제를 지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 봉수를 관장했던 충청수영은 현재의 보령시 오천면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충청수영이 운영했던 권설 봉수는 전라북도로 편입된 어청도 봉수에서 시작되어 외연도, 녹도, 원산도를 지나 오천면의 수영 망해정에 도달하는 경로다. 어청도에서 봉수가 오르면 오천면에서 서남방 51km지점에 위치한 외연도 봉수대에 전해졌다고 한다.
정상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노랑배 쪽으로 하산한다. 이길 역시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하산길 내내 돌길이 이어진다. 안개는 여전하다. 꿈속 미로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이다. 숲길 좌우에는 동백꽃은 물론, 제비꽃, 개별꽃, 남산제비꽃 등 야생화가 지천이다. 정상으로부터 700m 쯤, 약 20여 분 내려가면 통신탑 아래 삼거리를 만난다. 우측은 마당배 방향, 좌측은 노랑배 방향이다. ‘배’가 붙은 명칭은 해안선의 돌출된 땅을 뜻하는 것 같다. 섬에 가보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정작 주민들은 지명의 유래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는 게 일반적이다. 그들은 조상 대대로 부르던 이름이다 보니 그냥 부를 뿐이다. “배‘가 붙은 지명도 주민 몇 명에게 물어봤는데도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이 없다. ’돌출된 해안‘을 뜻하는 게 아닌가 하고 추측해 볼 뿐이다.
마당배 쪽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다. 이 길은 예로부터 주민들이 나무를 해오던 길로 좁고 험하기 때문에 우천 등 기상악화시나 트레킹을 많이 해보지않은 사람들은 가지말도록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마당배 방향은 선착장 마을까지 이어진다.
필자 일행은 일정관계상 일단 노랑배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돌면 바로 전망데크가 설치된 노랑배. 노랑배 데크에 서면 바로 앞에 당산과 함께 상투바위, 매바위 등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고 날씨가 좋으면 그 뒤로 횡견도, 대청도, 중청도 등도 시야에 들어온다.
상투바위는 상투를 튼 머리모양의 바위이며, 여인바위 혹은 중이 바람을 등지고 비는 형상과 닮았다고 해서 ‘중 둥글 빈대기 바위’라고도 부른다. 매바위는 두 마리 매가 날개를 웅크리고 마주 앉은 모습이며, 중청도와 매바위 사이에는 썰물 때 만 나타나는 소청도가 있다. 매바위 앞 바다를 향해 튀어나온 지형으로 병풍을 둘러친 듯한 형태의 해안절벽은 ‘매배’라고 부른다. 횡견도는 비스듬히 누운 형상의 섬으로 천연기념물 204호로 지정된 팔색조가 사는 섬이다. 외횡견도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해무가 너무 짙어 이들 기암과 섬들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쉽기 그지없다. 매바위가 실루엣으로 한폭의 동양화를 그려낼 뿐이다.
노랑배에서 15분 정도 산 허릿길을 돌면 ‘해막’을 만난다.
해막은 당제 기간에 예상되는 출산의 ‘피 부정’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마을신의 영역인 마을에서 임신부를 마을바깥으로 피신시켜 그 기간에 생활하며 때로는 출산도 하도록 만든 오두막이다. 지금은 오두막은 없어지고 돌담 만 남아 있다. 외연도 주민의 화합과 안녕, 풍어를 기원하는 풍어당제 기간에는 임신한 여인들과 월경 중인 여인들은 이곳 해막으로 피신해야 하며, 출산이 임박했을 경우에는 출산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들어 피막, 산막이라고도 부른다. 해막 아래에는 조그맣게 골이 파인 해막고랑이 있고 다시 그 아래에는 언제라도 물이 마르지않는 해막샘도 있다. 외연도 사람들은 음력 칠월칠석이 되면 태아물 또는 탯물을 맞으러 간다고 하여 해막샘에 다녀간다. 해막샘의 물로 간단히 목욕하는 세시풍속이다.
해막 아래쪽 숲에는 데크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 데크길을 걷는 맛도 좋다. 데크길이 끝나면 아침에 출발했던 봉화산 등산 들머리에 이른다. 해막샘 아래 명금해안으로 내려간다.
명금해안은 큰명금, 작은명금으로 구분되고, 매배 쪽으로 돌삭금해안이 이어진다. 큰 명금은 작은 명금보다 몽돌의 크기가 큰 곳이다. 신기한 모양의 바위와 몽돌이 가득하다. 여러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작은 몽돌에는 고동과 소라, 해조류 등이 서식하고 있다. 돌삭금은 외연도의 변성암, 화강암, 퇴적암 등에서 기원한 여러 가지 색의 몽돌로 이루어진 해수욕장이며 해녀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안부능선으로 다시 올라 당산 쪽으로 향한다. 안부능선에는 캠핑을 할 수 있는 데크도 설치되어 있다. 외연도에는 이곳 뿐 아니라 고라금, 누적금 등에도 캠핑족들을 위한 데크가 만들어져 있다.
당산은 해발 75m의 높지않은 산이지만 봉화산, 망재산과 더불어 외연도를 대표하는 봉우리다. 이곳은 특히 천연기념물 제 136호로 지정된 상록수림이 유명하다.
3천여 평의 면적에 동백나무, 후박나무, 팽나무 등 각종 상록활엽수 및 낙엽활엽수들로 어우러져 한 겨울에도 꽃이 피어 붉은 꽃과 힌 꽃이 대조를 보여 장관을 이룬다. 이곳 동백나무는 수백년 전 섬사람들이 남쪽으로 왕래할 때 옮겨 심었다고도 하고, 전횡(田橫)장군이 심은 곳이라고도 한다.
전횡은 중국 제(齊)나라가 망하자 한(漢)나라의 추격을 피해 500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이 섬에 정착한 인물이다. 그는 중국 사신이 와 항복할 것을 강요하자 섬주민들과 군사들의 안전을 위해 중국 낙양으로 건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그후 섬사람들은 이곳에 그의 사당(詞堂)을 세우고 섬의 수호신으로 받들어 제사를 지내고 있다. 상록수림에는 정상 아래 전횡장군 사당까지 목제데크길이 만들어져 있어 산책로가 아늑하고 아름답다.
당산에서 500m정도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누적금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을 만난다.
누적금은 볏단을 쌓아놓은 모습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노적을 쌓아올린 모습으로 위장한 바위를 이용해 외연도 주민을 먹여살린 전횡장군의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누적금에서 망재산 방향으로 100여 미터 내려가면 고라금 해안이다. 대청도, 중청도, 소청도가 한 눈에 보이는 장소로, 외연도에서 청도 사이로 지는 석양이 가장 아름다운 장소이기도 하다. 대청도는 파란 색의 바위가 많아 청도라 불리우는 섬 중 가장 크다고 하여 이름붙여진 섬이다. 고려충신인 최유열이 유배를 왔을 때 천하낙원이 따로 없다는 극찬을 했다는 섬이다. 또한 해녀들의 말에 의하면 바다밑에는 커다란 해저터널이 존재하고 있다고도 한다. 중청도는 대청도와 바다 밑으로 연결된 형제섬이다.
셋째날. 어제는 해무가 심해 여객선이 뜨지않았는데 오늘은 또 바람이 심해 배가 못뜰지모른다고 걱정한다. 바람이 불면 해무는 걷히지만 대신 풍랑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외연도 여행시는 항상 배가 못뜰 경우를 대비해 준비물 및 일정을 여유있게 잡아놓을 필요가 있다. 여객선 운항 여부는 9시가 넘어야 알 수 있다고 한다. 10시에 대천항을 출발하면 12시 10분 경 외연도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기다려야 하니 원래 계획대로 망재산을 오르기로 한다.
망재산은 해발 171m로 외연도에서 두 번째 높은 산이다. 마을 서쪽끝 한국전력 우측길로 올라가면 고라금 언덕 좌측으로 망재산 등산로가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망재산 이정표에는 ‘위험’이라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몇 개 여행기에도 꽤 위험한 등산로라고 쓴 곳도 있다. 우리 일행 중에는 여자들도 3명이 있어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부녀회장에게 물으니 대수롭지않게 답한다. 시간도 왕복 1시간 반 정도면 된다고 한다. 용기를 얻어 계획대로 망재산을 오르기로 결심하고 망재산을 향한다. 등산로 입구는 울창한 시누대숲이다. 대숲이 점점 깊어진다. 중간 쯤에는 완전히 시누대터널이다. 우측으로 대청도와 중청도를 바라보면서 걷는다. 비가 계속 오지만 안개는 어제보다 조금 덜한 편이다. 대청도, 중청도가 비교적 선명하게 보인다.
등산로 입구에서 산허릿길로 10여 분쯤 가면 로프길을 만나고 곧 이어 바위길로 들어선다. 우측은 까마득한 낭떠러지라 로프가 없다면 위험할 수도 있는 길이다. 그러나 로프난간이 있기 때문에 걱정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등산을 어느 정도 해본 사람들에게는 흔히 만날 수 있는 바위길이다. 주민들이 조심하라고 ‘위험’이라는 조금 과장된 경고판을 세워놓은 것 같다.
바위길에서 10분 정도 더 가면 ‘고래조지’라고 불리워지는 초원에 이른다. 고래의 성기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등산안내도에도 버젓히 ‘고래조지’라고 표시되어 있다. 이곳에 서면 당산양도, 오도, 횡견도 등 외연열도의 섬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고래조지 초원에서 잠시 바다경관을 즐긴 후 망재산 정상을 향해 다시 발길을 옮긴다. 약 30분쯤 비탈길을 올랐을까? 드디어 망재산 정상이다. 발 아래 외연도 마을 및 선착장이 그림같이 내려다 보인다. 봉화산도 정상을 살짝 해무로 숨긴 채 하반신을 드러낸다. 대천여객선터미널 등 외연도를 소개하는 사진에는 봉화산 쪽에서 찍은 사진이 일반적인데 어제는 해무가 너무 심해 봉화산에서 마을조망을 담을 수 없었다. 오늘 망재산에서 마을 및 봉화산 경관을 담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산행들머리에서 망재산 정상까지 약 1시간, 하산길 30분 포함하여 정확히 왕복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망재산 역시 등산이라기 보다는 가벼운 산책길이다. 등산초보자라도 별부담없이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고래조지에서 정상 쪽으로 오르는 데 해양경비안전서 외연도출장소에서 전화가 온다. 여객선이 떴다고 한다.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오늘 아침 미리 해양경찰에게 여객선 출항여부를 알려달라고 부탁해 놓은 덕이다. Out of Oeyeon Island라고나 할까? 안개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섬 외연도를 꿈에서 깨듯 이렇게 떠나왔다.(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