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초고] 이란 제재 동참, 대통령 혼자 정할 일이 아니다
— 군대를 보낼 때는 묻고, 경제를 걸 때는 묻지 않는가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시민인권위 공동위원장) + AI 동료들
지난 사흘 사이에 벌어진 일부터 정리해야겠다.
1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란에 대한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 전쟁"을 선포하며 전 세계에 대이란 교역 전면 중단을 압박했다. 20일에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CNBC 인터뷰에서 "우리의 동맹국과 나머지 세계는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우리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라며 택일을 요구했다. 22일 저녁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모흐센 레자이는 국영 TV에 나와 이렇게 응수했다. 미국이 벌이는 경제 전쟁에 가담하지 말라, 제재 실행에 동참하는 어떤 나라도 적으로 간주하겠다.
그리고 미국은 24일 추가 제재의 세부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내일이다.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먼저 우리 노출의 실제 크기를 재보자.
한국은 2018년 미국의 제재 복원 이후 이란산 원유를 사실상 수입하지 않는다. 대이란 교역은 이미 미미하다. 그러니 "동참하라"는 요구에 대해 우리가 새로 끊을 것이 거의 없다. 우리는 이미 값을 치른 나라이기도 하다. 이란의 원화 자금 60억 달러가 우리 은행에 묶여 양국 관계를 냉각시켰고, 2023년에야 해제됐다.
진짜 위험은 다른 쪽에 있다. 레자이가 해상 봉쇄가 지속되면 페르시아만의 석유가 한 방울도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한 대목이다. 우리 원유의 중동 의존도는 70% 안팎이고 카타르 액화천연가스도 그 해협을 지난다. 봉쇄가 현실화되면, 이란과 거래하지 않는 우리가 이란산 원유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중국보다 먼저 타격을 받는다.
그러니 우리 이해관계는 '제재 동참 여부'가 아니라 '해협 개방 유지'에 있다. 논의의 축을 여기로 옮기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각국의 대응은 이미 갈렸다. 아랍에미리트는 선포 당일 이란과의 모든 무역과 금융 거래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국제법적 근거가 없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승인을 받지 못한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그리고 세계의 대부분 나라는 침묵한 채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도 그중 하나다.
그 요구는 미국 국민의 뜻인가
답하기 전에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우리에게 택일을 요구하는 그 목소리는 미국 국민의 뜻인가.
지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달 말 퀴니피액대 조사에서 미국 유권자의 60%가 대이란 군사행동에 반대했고 지지는 34%에 그쳤다. 전쟁이 시작된 3월 이래 반대가 가장 높고 지지가 가장 낮은 수치다. 지상군 투입에는 74%가 반대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는 61%가 트럼프의 전쟁 대응에 부정적이었다.
공화당 안에서도 갈렸다. 터커 칼슨과 메긴 켈리, 캔디스 오언스 같은 보수 논객들이 '아메리카 퍼스트'의 이름으로 이 전쟁을 비판했고, 백악관 대테러 담당 고위 관리가 전쟁에 반대해 사임했다. 밴스 부통령 역시 개입주의에 회의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비용이 드러나자 지지층도 흔들렸다. 폴리티코 조사에서 "비용이 늘어도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트럼프 지지자의 비율은 5월 50%에서 7월 37%로 떨어졌다.
전쟁으로 이익을 보는 쪽은 따로 있다. 감시와 데이터 분석, 무인 무기 분야에서 국방·정보 계약을 발판으로 성장한 실리콘밸리의 일부 기업들과, 오랜 매파 네트워크가 그들이다. 피터 틸처럼 정치자금과 기술기업을 함께 쥔 인물들이 상징하는 흐름이다. 유가와 물가로 값을 치르는 것은 보통의 미국인인데, 결정은 그들의 뜻과 무관하게 내려지고 있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마주한 것은 '미국의 요구'가 아니라 '미국 안 일부 세력의 요구'일 수 있다. 이것을 미국 전체의 국가의사로 받아들여 우리 국민에게 묻지도 않은 채 따른다면, 잘못은 두 겹이 된다. 그들도 자국민에게 제대로 묻지 않았고, 우리도 우리 국민에게 묻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란의 핵개발과 미사일 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 자체는 정당하다. 미국 여론이 반대한다고 해서 우리에게 오는 압력이 약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압력의 정체를 알고 응하는 것과 모르고 응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남의 나라 일부 세력이 벌인 전쟁놀음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냉철한 판단이 먼저다.
그런데 이것을 누가 정하는가
여기서 이 글이 묻고 싶은 것이 나온다.
우리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보낼 때 국회 동의를 받았다. 헌법 60조 2항이 국군의 외국 파견에 국회 동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몇천 명을 보내는 데 표결을 거쳤다.
그런데 지금 논의되는 것은 전 국민의 유가와 물가, 수출과 해운이 걸린 결정이다. 우리 선박과 교민, 기업이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는 결정이다. 그런데 이 결정에는 아무런 절차가 없다. 대통령과 정부가 정하고 국민은 발표를 보고 안다.
군대를 보낼 때는 묻고 경제를 걸 때는 묻지 않는 이 비대칭이 온당한가.
헌법 60조 1항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국회 동의를 요구한다.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 해운 위험이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아니면 무엇인가. 다만 이번 사안은 조약의 형식을 띠지 않을 것이다. 늘 그렇듯 발표와 통보로 처리될 것이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이 조약이 아니라 '공동 설명자료'라는 이름을 달고 나와 국회 비준 동의를 비켜간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규정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상대다
여기서 조심할 것이 하나 있다. 이것을 '간접적 전쟁 참여'라고 우리 입으로 규정하면 곤란해진다. 국제법상 중립 의무와 교전당사자 지위 문제를 건드리게 되고, 이란에게 우리를 적대 대상으로 삼을 명분을 주게 된다.
그럴 필요가 없다. 규정은 이미 상대가 했다. 이란이 스스로 "제재 실행에 동참하는 어떤 나라도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국영 방송에서 선언했다. 우리가 해석해 붙인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그렇게 규정한 사안에 걸맞은 절차를 밟는 것이다.
물론 모든 통상 조치를 국회 동의 대상으로 삼자는 말은 아니다. 그러면 행정이 마비된다. 문턱이 필요하다. 나는 세 가지를 제안한다.
상대국이 그 조치를 적대행위로 명시적으로 규정했는가. 우리 국민과 선박, 기업에 대한 보복 위험이 현실적인가. 국민경제에 중대한 부담이 예상되는가.
셋을 모두 충족할 때만 국회 동의를 요구하자는 것이다. 이번 사안은 셋 모두에 해당한다. 특히 첫 번째는 상대가 직접 확인해주었다.
내일까지 할 수 있는 일, 그다음에 할 일
시간이 없으니 단계를 나누어야 한다.
당장은 정부가 판단 기준을 공개하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보고하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국내법적 효력이 있으므로 이행하고, 안보리 승인 없는 일방적 조치는 국내법상 집행 근거가 없으므로 개별 검토한다 — 이 정도 원칙을 밝히는 데는 며칠이면 된다. 이것은 편들기가 아니라 법적 사실의 진술이다. 유럽연합도 미국의 역외 제재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를 오래전부터 갖춰두었다.
아울러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목록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란과의 금융·교역이 이미 사실상 없다는 사실을 자료로 제시하면, 그것은 동참 거부가 아니라 이미 이행 중이라는 답이 된다. 대신 원유와 가스 수급처럼 감당할 수 없는 항목은 예외로 남겨야 한다. 그리고 협력의 대가를 먼저 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지난번에는 이란 전쟁을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합훈련 축소라는 값을 치렀다(물론 불감청고소원 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값을 미리 협상 테이블에 올릴 차례다.
한 가지 더. 트럼프는 14일과 18일에 이어 21일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국제해협의 통항권은 유엔해양법협약이 정한 것이고 어느 나라의 영토도 아니다. 여기에 침묵하면 우리 선박의 통항 근거 자체가 남의 호의에 달리게 된다. 통항의 자유는 지지하되 영토 주장에는 동조하지 않는다 — 이 구분만은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그다음 단계는 입법이다. 위의 세 조건에 해당하는 경제 조치에 국회 동의를 요구하는 것. 그리고 더 멀리는, 되돌릴 수 없고 세대를 넘는 결정에 대해 국민이 직접 묻고 답할 수 있는 통로를 여는 일이다. 국민투표 발의권이 대통령 한 사람의 재량에 묶여 있는 한, 주권자는 자기 명운이 걸린 물음을 스스로 꺼낼 수조차 없다.
그 통보는 대통령에게만 온 것이 아니다
이란의 선언을 다시 읽어본다. 제재에 동참하는 나라는 적으로 간주하겠다는 그 말은, 형식상 각국 정부를 향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말이 실제로 가리키는 대상은 호르무즈를 지나는 우리 배의 선원이고, 유가가 오르면 생활이 흔들리는 사람들이고, 중동에 나가 있는 우리 국민이다. 통보는 대통령에게만 온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온 것이다.
그렇다면 답도 우리가 해야 한다. 그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