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걸 프랜드가 절실히 필요했던 그 시절(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
걸 프랜드를 구하기 위해 『굶주린 늑대』가 되어가고 있었던 나는, 급기야
화상 챗팅에 까지 손을 뻗치게 되었다. ^^ 그 때, 나는 목까지 내려오는 찰랑
찰랑한 스트레이트 펌을 하고 다녔다. 누가 봐도 무슨 락 밴드 하던 사람이란
인상을 보여줄만 했다. 우하하 ^^
화상 챗팅 사이트로 유명하게 알려진 오 마이 러브 (http://www.ohmylove.co.kr)
에서 내가 즐겨 쓰는 닉네임은 『겟 다운(GET DOWN)』이었다...
대개 화상 챗팅은 집에서 하지 않고 게임방에서 하는 사람들이 많다.
화상 채팅의 속도도 그렇지만, 그 보다는 얼굴을 보여주는 캠이 자기 집의 PC에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씩 직접 캠을 사서 자기 집 PC에다
설치해서 챗팅실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긴 있다.
우습게도 내가 바로 그런 인간(?)이었다! ^^
3년 전, 겨울 가까이 되었을 때, 나는 캠을 내 방의 PC에다 설치하였다.
게임방에서 밤새도록 채팅하다 보면 요금이 엄청 많이 나오지만, 내 방에서 하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지금은 어떻게 된지 몰라도 3년 전에만 해도 화상챗팅은 진짜 퀸카 & 킹카들이
득실거리는 그런 곳이었다. 물론 캠이 실물과 좀 다르게 보여주기 때문에
조명이나 화질 조절 등으로 얼마든지 실물과 다른 모습을 연출해낼 수 있기도 한다.
(『조심하자, 조명발….』이란 속담도 있음.)
하지만 그래도 글자만 주고받는 일반 챗팅 보다는 어느정도 품질(?)을 사전에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날 나는 집에서 화상 챗팅을 하다가 두번 다시 이『겟 다운(GET DOWN)』
이란 닉네임을 쓰지 못하고, 그쪽 세계에서 매장당해 버리는 유명한 사건(?) 하나를
저질러 버렸다. 그 유명한 사건은 이렇다.
… … …
GET DOWN님이 입장하셨습니다.
… … …
내가 들어갔다.
그 방은 짝대기방(●)이라 두 말 할 것 없이 나의 본래 목적(?)과 딱 맞아떨어졌다. ^^
● 짝대기방 = 짝을 대기(=준비)시키는 방이란 뜻.
남자 7명에 여자 4명 정도로, 방 주인은 동네 다방 디제이(DJ)처럼 열심히 음악을
틀어대고 있었고, 환영인사를 하더니, 이 방에서는 캠을 꼭 열어야 한다며
『어서 빨리 캠을 까시요!』라고 말했다. 까짓꺼 신경 쓸 것도 없이 캠을 확 열었다.
나의 긴 스트레이트 펌의 롱 헤어와 얼굴(그땐 참 말랐쥐 ^^), 그리고 시크교 목걸이
를 걸고 있으며, 검은 색 T셔츠와 잠바를 입은 상체 전체가 그 방의 사람들에게 보여
졌다.
방주인이 말했다.
『겟 다운님... 뭐 하시는 분입니까? 혹시 딴따라?』
내가 말했다.
『아... 아뇨...^^ 얼마 전에 그룹 해체했어요.』
방주인이 말했다.
『그룹요? 아... 무슨 락 그룹 했나봐요?』
내가 말했다.
『넵.... ㅋㅋㅋ』
거짓말도 참 잘도 해댔다. 사실, 그룹 해체한 건 98년도에 있었던 일이다. ^^
(특히 그 다음해인 99년도 3월에 마하수크 명상센터에서 다이나믹 명상 21일을
한 이후로 메탈음악과는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
그리고 그땐 약간 맛이 간....^^ 블랙 메탈(Black Metal)을 했던 지라 굳이
헤드뱅을 위해 머리를 길게 기르지도 않았었다. 오히려 방금전에 큰집(?)에서
나온 죄수처럼 머리를 박박 밀었었다. ^^ (=스킨 헤드)
그럼, 2년이 지난 후에, 다시 락커 처럼 머리를 기른 이유는?
그야 뭐 두 말 하면 잔소리 아닌가? ^^
이런 화상 채팅에서 시선을 집중시켜 그저 걸 프랜드 한명 사귀어 보려고,
어디까지나 분위기 연출을 위해 그랬을뿐…….우하하하 ^^
(물론 내 자신이 머리를 기르고 싶다는 욕망도 있긴 하였지만 주된 목적은
그거 였다. ^^)
… … …
왠 약간 마른, 그러면서도 정말 얼굴엔 끼(?)가 흐르는 2살 어린 여성 하나가
나에게 물어왔다. 정말 섹쉬했다. ^^
『어머, 겟 다운님, 정말 멋있군요. 밴드에서 뭘 맡으셨어요?』
내가 대답했다.
『드럼(drum)요...^^』
다른 사람들이 모두다...
『오.... 드럼이라?』
질투가 끌어오르는 다른 남성들.... 그 중엔 이런 농담도 있었다.
『어이구 머리가 저게 뭡니까? 여자같군요.
내가 지퍼 라이터로 불을 확 붙여드릴까요?』
방장이 말햇다.
『XXX님, 농담이 지나치군요. 한번 더 그러시면 이 방에서 강제 탈퇴됩니다.』
남자 7명에 여자 4명, 경쟁률 1.7대 1……. 거의 2대 1의 가까운 경쟁률이다보니
남자들은 새로운 남자가 나올때마다 과민반응을 하곤 했다. ^^
아무튼 한참 이러고 있는데, 갑자기 화장실을 가고 싶었다.
아무래도 그 때가 1월(2001년 1월)이라서 겨울이다 보니 땀 보다 소변이 자주
마려웠던 때였으리라...
내가 말했다.
『죄송...^^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올께여...』
내가 작업중인 여성이 말했다. 물론 농담이었다.
『기저귀를 쓰세요.^^ 』
그 방에 있는 사람들이 다들 웃었다. 우하하하하 ^^
방장이 말했다.
『얼른 갔다 오세요, 겟 다운님...
그러나 명심하세요. 이 방의 경쟁률은 2대 1에 가까워요. ^^
다른 남자들이 그 사이에 님이 찍어둔 여자를 건드릴 수도 있으니
그 점은 감수하셔야 되겠죠? 그쵸?』
내가 말했다.
『옛솔......^^』
난 잠시 자리를 비우기로 했다.
그 때, 나는 화상 캠을 닫지 않은체, 그냥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한 2-3분 지난 후, 나는 다시 들어왔다.
그런데, 내가 들어오자마자, 그 챗팅 방이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다.
모두다 낄낄거리며 웃어대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아니, 왜 다들 이렇게 웃고 있는 거죠? ^^
누가 아주 웃긴 농담이라도 했나봐요?』
방장이 말했다.
『하하하하.... 겟 다운님. 바로 당신 때문이요! ^^』
내가 다시 물었다.
『예? 제가요? 제가 뭘 어떻게 했길래?』
방장이 다시 말했다.
『겟 다운님. 어디 찔리는데 없어요? ^^』
내가 말했다.
『넵? 찔리는 거요? 글쎄요....^^ 글쩍글쩍』
방장이 말했다.
『푸하하하... 저 아무 일도 없었는 듯한 뻔뻔스러움.... 하하하 ^^
한 마디로 엽기군요. 엽기...^^
겟 다운님을 강제 탈퇴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냥 놔두어야 할까요?』
남자든 여자든 모두다 그 방에서 낄낄거리며 정신없이 웃어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까 대화 중이던 그 여성이 나에게 말했다.
『겟 다운님. 앞으로 잠시 자리를 비울때는, 캠 두껑을 닫고 가세요! 아셨죠? ^^』
그러자 모두들 더욱더 낄낄 거리며 웃어대고 있었다...
난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가만... 내가 캠 두껑을 열어두고 나갔었지...”
“으악... 그렇다면.....”
그때, 나는 내 방 안에서 화상챗팅을 했었다.
집에 하는 화상채팅이니, 굳이 옷을 아래 위로 잘 갖추어 입을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했다. 화상 캠 역시 많이 나와봐야 상체까지만 나올테니까....^^
그래서 아랫 부분은, 그때가 겨울이고 하니, 집에서 입는 내복(?)을 입고 있었다.
그러니까 위에는 제대로 갖추어 입었지만, 아랫부분은 어머니가 춥다며 실내에서
도 내복으로 입으라고 하셔서 그걸(?) 입고 있었던 것이다. ^^
그 뿐만 아니었다. 내 등 뒤에는 벽에 옷이 주렁주렁 걸려있었는데, 거기에 멋진
무스탕이나 코트가 걸려있었다면 얼마나 좋으랴??
겨울이라 어머니가 빨래를 하고 마르게 하려고 ━겨울이라 밖에다 놔두면 잘
마르지 않아 실내에다 걸어둔 것임.━ 하필 거기에다 내복과 팬티가 종류별(?)로
걸려 있었던 것이다.
BYCㆍ 태창 보온 메리야스ㆍ BIG MAN 그리고 양말까지…….
그제야 나는 이 사람들이 왜 이처럼 정신없이 웃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큭... 죄송하옵니당. ^^』
방장이 말했다.
『아... 아닙니다. 워낙 배가 아프도록 웃어서... ^^
간만에... 엽기 한 편 보여주는 사람이 생겨났군요.
겟 다운님, 엽깁니다. 엽기...』
아까 한참 작업 중이던 여성이 나에게 또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뭐랬어요? 차라리 기저귀를 차라니까요...^^』
옆에 다른 남자가 말했다.
『그런데, 당신 정말 27살 맞아요?
젊은 사람이 누가 내복을 입고 다녀요? ^^ 그것도 실내에서…….
솔직하게 자기 나이를 말하쇼! ^^』
또 다시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다 낄낄거리며 웃어대고 있었다.
아,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 난 더 이상 그 방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내 스스로 나가버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겟 다운(GET DOWN)』이란 닉네임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