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분화 임박?’ 점점 활발해지는 한중일 공동대응
8월부터 韓中 공동연구…백두산 현지로 대규모 연구진 파견
기존 단순관측 벗어나 직접시추·마그마탐지로 화산징후 점쳐
2013년 다목적실용위성 3호의 촬영 영상을 3차원으로 재가공한 백두산의 모습. <사진=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 몇 년 새 화산 폭발 가능성이 꾸준히 대두되고 있는 백두산에 대해 주변국가들의 공조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중국과학원 지질지구물리연구소는 지난 달 3일 합의각서를 체결하고 빠르면 8월부터 백두산 화산활동에 대한 공동연구에 나서기로 했다. 기존의 단순 관측(지진·가스·지표 변위 등) 연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심부 과학시추공을 뚫고 화산 분화를 일으키는 마그마의 움직임을 직접 탐지해 화산징후를 살피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13개 연구원과 대학에서 모인 39명의 과학자가 백두산 현지로 파견된다.
한중일 3국은 이에 앞서 지난 2012년에도 제주도에 모여 백두산 분화 가능성에 대해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제안으로 열린 이 세미나에는 8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지진 및 화산재해에 관한 연구논문 50여 편을 발표했다.
백두산은 당초 휴화산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화산지진이 현격하게 증가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활화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2002년에는 백두산 천지 하부에서 리히터 규모 7.3의 강한 심발지진(深發地震)이 발생한 후 약 5년에 걸쳐 화산지진이 계속돼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을 긴장시켰다.
백두산 화산활동에 대해 동북아 국가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백두산 화산의 위력 때문이다. 백두산은 지난 4000년 간 약 10번에 걸쳐 폭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서기 969년에 발생한 대폭발은 인류 역사 이래 최대급의 화산분화로 알려져 있다. 960억㎥의 분출물이 터져 나와 성층권인 25km 상공까지 올라간 뒤 1000km 이상 떨어진 동해와 일본 동북부에 도달했고, 불화수소 약 2억 톤과 아황산가스 2300만 톤이 함께 방출돼 야생동물과 가축의 질식을 일으켰다. 1980년대 일본 지질학자들은 백두산에서 날아온 화산재 성분이 홋카이도와 아오모리현 일대에 약 5cm 두께로 쌓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 백두산의 화산폭발지수는 7 VEI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VEI는 화산재의 양과 상승높이 등을 기준으로 0부터 8까지 9단계가 있다. 단계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폭발력은 대체로 10배씩 커진다. 서울 면적의 땅을 화산재로 초토화시키며 57명의 목숨을 앗아간 1980년 미국 세인트헬렌스 산의 분화는 VEI 5였고, 국제적인 대규모 항공기 결항사태를 불러온 2010년 아이슬란드 분화는 VEI 4였다.
10세기에 백두산에서 발생한 VEI 7 정도의 화산 폭발은 지난 1만 년의 지구 역사 속에서 6차례 정도 밖에 없었다. 가장 최근의 대규모 분화인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으로 인한 피해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했다. 화산재가 성층권까지 올라가 몇 년 간 햇빛을 차단하면서 여름 냉해로 지구 곳곳에서 흉작이 발생했고 아사자가 속출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2013년 5월 천리안 위성이 촬영한 눈 덮인 백두산(붉은원). <사진=해양과기원 해양위성센터 제공>
지질연 관계자에 따르면 백두산 화산은 몇 가지 특이한 환경을 갖고 있다. 천지(天池)에서 약 10km 아래에 점성이 매우 강한 유문암질의 거대한 마그마가 자리를 잡고 있는데, 평소 엄청난 압력의 화산가스를 잡아두다가 한계치를 넘으면 강력한 폭발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천지에 담겨 있는 물 역시 위협적이다. 오늘날과 같은 모양의 천지는 약 1000년 전 대폭발 직후 형성됐다. 당시 마그마가 터져 나온 부분으로 주변의 암괴와 화산재가 굴러 떨어져 함몰되며 오목한 분화구가 생성됐고 여기에 약 20억 톤의 물이 담겼다. 천지 아래 복잡한 균열대를 따라 형성된 천지의 수계는 평시에는 마그마로부터 공급되는 열을 식히는 냉각기능도 하지만, 균열을 따라 마그마가 올라와 접촉하게 되면 수증기로 기화하면서 초대형 2차 화산폭발의 뇌관으로 작용될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는 잦은 심발지진이다. 일본열도 아래로 연간 약 10cm씩 파고 들어가는 태평양판이 백두산 근처의 북한-중국-러시아 경계부 아래에서 끊임없이 심발지진을 일으키고 있는데 여기에서 제공된 에너지가 백두산 마그마를 흔들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 지질연 관계자는 "맨틀까지 연결된 백두산 마그마 시스템과 태평양판에 의한 섭입시스템이 연계되어 있다는 것은 백두산이 언제 폭발할지 예측하기가 그만큼 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백두산이 언제 어떤 규모로 터질 것인지 정확히 예측하는 일에 주변국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중 공동연구로 진행되는 백두산 화산 마그마의 변화와 거동에 관한 시추연구는 화산 폭발의 예측가능성을 크게 높여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백두산 천지 아래 심부의 마그마 변화거동을 모니터링 장비로 탐지하는 모식도. <사진=지질자원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