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내린 러시아, “북한-러시아 조약은 한국 겨냥한 것 아니다.”♦️
꼬리 내린 러시아, “북한-러시아 조약은 한국 겨냥한 것 아니다.”
[한국에 이해심 구한 러시아, “동북아시아 상황 악화시킬 의도 없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한-러시아 조약에 거칠게 항의하는 한국에 대해 “북한에 더 많은 기술을 공급할 수 있다”며 압박하다가 돌연 태도를 바꿔 “북한-러시아 조약이 한국을 겨냥한 것도 아니고 동북아 상황을 악화시킬 의도가 없다”고 정중하게 해명했다. 한마디로 한국을 비롯한 미국 및 유럽 국가들의 거센 반발에 꼬리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통신은 25일(햔지시간),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푸틴 대통령의 방북 당시 체결한 북한-러시아 조약('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과 관련해 “(이번) 조약은 한반도 및 역내 전체 문제를 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하기를 바라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 국가들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일 뿐이며, 한국이나 제3국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면서 “이미 어려운 동북아시아 지역 상황을 약화시키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루덴코 차관은 특히 “우리는 한국이 새 협의를 이해심을 갖고 수용하길 기대한다”며 “그리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포함, 건전한 접근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루덴코 차관의 이러한 해명은 북한-러시아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 체결에 따른 후 폭풍으로 한국-러시아 관계가 냉각한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한 스푸트니크 통신이 루덴코 차관 발언 부분을 보도하면서 “지난주 (한국의) 연합뉴스는 대통령실을 인용해 러시아와 북한이 포괄적 전략 동맹을 체결한 이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제공 가능성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는 내용을 거론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루덴코 차관이 그동안의 고압적 태도를 버리고 돌연 정중하게 한국의 이해를 구하면서 “화를 풀으시라”는 개념으로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러시아가 군사 동맹을 사실상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 체결로 레드 라인을 넘자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 검토라는 초 강수로 대응한 바 있다.
또한 대통령실 장호진 국가 안보 실장은 지난 23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재검토 방침과 관련,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 무기를 북한에 준다고 하면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는가”라며 “러시아 측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푸틴도 지난 20일 북한과 베트남 순방 결산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무기를 지원하게 된다면 이는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보복을 경고하면서도 “조약 상 군사적 원조는 오직 침공, 군사적 공격이 있을 때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내가 알기로는 한국은 북한을 침공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이런 분야의 협력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며 상황 관리에 나서는 듯한 발언도 내놓은 바 있다.
이렇게 푸틴이 직접 나서 한국 정부에 대해 해명성 발언을 내놓기는 했지만, 푸틴 발언의 방점이 오히려 ‘한국에 대한 보복’에 두다 보니 한국 측을 격앙하게 만들었고, 이에 루덴코 차관이 직접 나서 또 다시 푸틴 발언의 진의를 해명하면서 한국 측의 양해를 구한 것으로 판단된다.
푸틴은 이달 초에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데 대해 사의를 표하며 관계 개선 의지를 표하기도 했다.
[기세 등등하던 러시아는 왜 한국에 돌연 고개를 숙였을까?]
그렇다면 그렇게 기세 등등하던 푸틴의 러시아가 왜 이렇게 돌연 한국에 고개를 숙이면서 정중한 이해를 구하려고 하는 것일까?
(1) '북한-러시아 간 무기 거래'에 극히 부정적인 글로벌 반응.
러시아가 돌연 태도를 바꾼 이유 중 하나는 북한과 러시아 간의 무기 거래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의 반응이 워낙 거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마저 이달 말에 공식 회의를 열고 북한-러시아 간 무기 거래를 논의하겠다고 나설 정도다. 러시아의 이 같은 행동은 북한산 무기 수입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엔 뿐만 아니다. 국제 사회는 지금 북한-러시아 간 위험한 군사 밀착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북한이 손을 잡음으로써 유럽 사회까지 이에 대한 대응책을 거론하고 나설 정도로 파급 효과가 일파만파 커지자 러시아도 상당히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러시아가 예민한 한반도 지정학을 건드렸고, 이로 인해 이 리스크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도록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도 당장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협력 상대로 한국과 일본을 꼽으면서 파트너십 강화를 예고했고, 일각에서는 아예 동아시아 판 나토(NATO) 결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 푸틴이 새로운 냉전 시대를 만들면서 자초한 일이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 (사진출처: X@mfa_russia)
(2)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러시아에게는 치명타.
러시아가 돌연 고개를 숙인 두 번째 이유는 한국이 진짜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그동안 자유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가치 외교를 내걸고 우크라이나와 연대를 표명하면서도 방탄 조끼 등의 인도적 물품 외에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 공여는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만약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무기 지원에 나서게 된다면 이는 미국의 무기 지원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파급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도 크게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155mm 포탄만 하더라도 현재 전 세계에서 풍부하게 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 심지어 미국도 우크라이나에 155mm 포탄을 제공한 빈 구석을 한국산으로 메꾸고 있을 정도다. 그뿐인가? 지금 유럽을 휩쓸고 있는 K방산 제품들이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들어가게 된다면 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세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그러한 일이 현실로 일어나기 전에 러시아도 태도를 바꿨다고 볼 수 있다. 지금 한국 정부가 보이는 태도가 푸틴이 압박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봤다는 의미다.
(3)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의식한 결과.
푸틴이 김정은과 북한-러시아 간 조약을 체결하자마자 현실로 다가온 것은 한국-미국-일본 3국 군사훈련이다. 당장 미국 해군의 핵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CVN-71)이 해군 부산 작전 기지에 입항했고, ‘프리덤 엣지’(Freedom Edge)로 명명된 다 영역 3자 훈련도 실시한다. 한국-미국-일본 3국이 미국 항공모함이 참가한 가운데 연합훈련을 하는 건 2개월 만이다.
또한 미국은 북한-러시아 조약에 대응해 한국-미국-일본 간 군사 협력 강화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고, 당연히 한반도 인근에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군사력 증강도 실시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는 중국의 심기는 극히 불편하다. 중국은 사실 푸틴이 평양에 가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한국-일본-중국 정상회담을 서울에서 여는데 동의했고 또 참석까지 했다. 그뿐 아니다. 중국은 러시아 측에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여러 차례 부정적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푸틴은 문자 상으로만 본다면 한반도에 깊이 손발을 담궜고, 또 마치 북한의 후견인이라도 된 듯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은 지금 푸틴에 대해 분노하고 있고 김정은에 대해 괘씸해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의 분위기를 러시아의 푸틴을 향해 숨김없이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푸틴이 이러한 중국의 분위기를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북한-러시아 조약이 마치 공동 안보 조약인 것처럼 비쳐진다면 앞으로 중국과의 교류 마저도 끊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사실상 북한-러시아 조약에 대한 의미를 재조정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러시아 간 조약이 지금 김정은이 떠들고 선전하는 것처럼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해명의 본질 - “북한-러시아 간 조약은 별거 아니다.”]
사실상 러시아의 루덴코 차관이 스푸트니크 통신을 통해 한 해명은 북한-러시아 간 조약의 의미를 한없이 낮춰버렸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한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면 북한-러시아의 조약 자체도 별 의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약은 한반도 및 역내 전체 문제를 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하기를 바라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 국가들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고 해명한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까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면 이번 북한-러시아 조약에 대해 전혀 신경 쓸 이유도 없다고 말한 것이다.
다시 말해 러시아가 지금 말하는 의도는 세계 언론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번 북한-러시아 조약이 북한-러시아 간 군사 동맹 부활도 아니고, 특히 이를 계기로 북한에 첨단 기술 지원같은 일들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북한-러시아 조약에 대해 구구절절 의미를 격하한 루덴코 차관이 이어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러시아 방문 계획에는 구체성이 전혀 없다.
루덴코 차관은 스푸트니크 통신에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해 “그러한 방문을 위한 모든 필요한 조건이 맞고, 이 단계에서 서명 되어야 할 서류들을 위한 특정한 기반이 진전 되자마자 방문이 이뤄질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더 이상 구체적인 내용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혹시 김정은을 향해 병 주고 약 주는 그런 속내가 아닐까? 이런 측면에서 지금부터 눈 여겨봐야 할 것은 러시아를 대하는 김정은의 태도다. 그리고 러시아가 앞으로 북한을 어떻게 대하고 또 어떤 교류가 오갈지 지켜 보는 일이다.
지금 러시아 푸틴은 중국 시진핑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이고, 중국을 배제한 어떤 외교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우리는 북한-중국-러시아라는 3각 동맹의 허실을 분명히 알아야 국제 정세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깨달아야 할 것이다.
[출처] ♦️꼬리 내린 러시아, “북한-러시아 조약은 한국 겨냥한 것 아니다.”♦️|작성자 까치봉 쥔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