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을 내일 / 이문주
세상이 나를 속이고
모든 이가 나를 속였더라도
넌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내가 살아가는 이세상이
아무리 각박하더라도
너의 마음은 진심이길 바랬다.
나를 보고 웃는 웃음이
진실이라 믿었기에
너에게만은
내 마음을 털어 놓아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나는 너의 웃음을
믿을 수가 없고
네가 웃는 미소 뒤에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내가 살아가는 생애에
너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에
기뻐하던 순간도
잠시 뿐인 착각 이었나보다
무너져 내린 내 가슴을
넌 어찌 할 것인가
나 진심으로 좋아했던 너였기에
지금 만약 내 모습을 네가 본다면
초라해지고 허탈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 인간을 바라보게 될 거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가
이런 것이었다면
내 진정 너를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이 나를 외면 할 때도
넌 나를 기다리는 줄 알았다.
어쩔 수 없이 기다린 삶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이제 네 마음속에서 나는 떠나가고
기억했던 모든 것에서
너를 지우려한다
이미 기우는 해를
아침으로 돌아가게 하기엔
나의 몸과 마음이 너무나 지쳐있다
이 시간을 잡아 둔다한들
지나간 아름다운 마음을
만날 수가 없을 것 같아
이쯤에서 너의 손을 놓아버리려 한다.
아픈 마음이야 시간이 흐르고 나면
조금씩이라도 낮게 되지 않을까한다.
진즉에 나를 버렸더라면
지금처럼 너를 원망하며
가슴 시린 시간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과연 너에게 난 무엇이었는지
난 아직도 널 다 알 수가 없다
늘 네가 나에게 주는 시간은
나 혼자만의 시간이라 생각해서
유심히 살펴보지도 않았다
지금은 안타깝다는 말보다는
내가 미운 시간이다
무슨 말로 나를 위로해야 할까?
세상을 살아오면서
마지막으로 숨 쉬고자 했던
내 가슴을 이렇게 헤집어 놓을
네가 아니라고 굳게 믿었기에
오늘 당한 상처는
정말 치유하기가 힘들 것이다
이 시간 내게 주어져서
해야 할일이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을 떠올려도
너를 좋아했던 순간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남은 시간 내 무엇이 되어
너를 바라보기를 원한 것인지 알 수가 없구나.
세상이 나를 속이더라도
너 만은 아니라고 믿었던 내가
지금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오늘의 의미를 부여하라 한다면
결코 지울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만 적어둘 것이다.
오늘 하루해가 무척 길게 느껴진다.
긴 하루를 보낸 느낌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내일의 행복을 꿈꾸었던 꿈은
정말 꿈으로 남고 말았다
이제 내일이란 약속은
내 안에서 존재시키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는 어느 누구를 사랑하는 마음도
영원히 존재시키지 않을 것이다.
출처 : 염화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