御製詩(肅宗大王)
惟我 端宗大王 定順王后復位 / 유아 단종대왕 정순왕후복위
우리 단종대왕과 정순왕후를 복위하고
祔廟之禮實國家莫大之慶也 / 부묘지례실국가막대지경야
종묘에 모시는 전례는 국가의 가장 커다란 경사다.
嗚呼 予於追復之事 / 오호여어추복지사아!
나는 예전부터 추복하는 사안에 대해
有志未就積有年 / 유지미취적유년
의지는 있었으나 여러 해 동안 시행하지 못했다.
所頃當特復六臣官爵遣 / 소경당특복육신관작견
그러다가 지난번 육신의 관작을 특별히 회복하고
官設祭寧越之日 / 관설제영월지일
영월에 관원을 파견하여 제향을 설행할 때.
追懷往事感愴倍切 / 추회왕사감창배절
옛일을 회상해보니 서글픈 마음이 곱절이나 애틋하다.
何幸申奎之疏一出 / 하행신규지소일출
다행스럽게도 신규가 상소문을 한번 올려
而予志成予從 / 이여지성여종
이내 뜻을 이루게 되었으니
此可無餘恨矣玆 / 차가무여한의자
앞으로 나에게 무슨 여한이 있겠는가!
豈非惟天惟祖宗之陰隲也 / 기비유천유 조종지음척야
어찌 하늘과 조종께서 남몰래 도와주신 은덕이 아니겠는가!
耶謹以一律用志其喜 / 야근이일률용지기희
이에 한 편의 율시를 지어 삼가 이내 기쁨을 기록하니 경은 의당 화답하여 바치도록 하여라 <해창도위 海昌都尉에게 주다>
해창도위(海昌都尉) 오태주(吳泰周)
興言疇昔事 흥언주석사 예전 일을 이야기하며
感淚幾沾裳 감루기첨상 느꺼운 눈물로 몇 번인가 옷깃 적셨던가!
授受同堯舜 수수동요순 왕위를 주고받은 건 요순과 같았고
聖神邁禹湯 성신매우탕 성스러움은 우탕보다 뛰어났지.
縟儀追擧日 욕의추거일 성대한 의식을 거행하는 날
世廟德彌光 세묘덕미광 세조의 성덕은 더욱 빛났네.
獲遂平生願 획수평생원 평소의 바람 이루었으니
歡欣我獨長 환흔아독장 이내 기쁨은 영원하리라.
사릉정자각상량문(思陵丁字閣上梁文)
예문제학(藝文提學) 신(臣) 최규서(崔奎瑞)
종묘에 올려서 부묘하는 의식을 거행하니 위호(位號)는 옛날과 같이 되었고, ①원릉(園陵)은 ②침묘(寢廟)의 제도에 따르니 집도 새로워졌습니다. 예식[情文]이 비로소 베풀어지니 보는 사람 어깨가 치솟아집니다.
공손히 생각하건대, 정순왕후(定順王后)께서는 명문에서 돈독하게 태어나시어 아름답고도 성스러운 자태에 있어, 중곤(中 중궁(中宮))으로서 지존의 배필에 합당하셨습니다. 임금의 교화를 크게 도우셨고, 상왕(上王)으로 선위하심에 미쳐서는 함께 아름다운 칭호를 받으셨습니다. 불행하게도 변고가 누차 일어나니, 숭봉(崇奉)함도 마침내 바뀌기에 이르렀습니다. 원통함은 ③읍죽(泣竹)보다 깊었고 아픔은 산천에 길게 가로막혀, 꽃을 보며 멀리서 노닐었으나 해가 바뀜을 한탄하였습니다.
비록 정성어린 제사는 갖추었으나, 누조(累朝) 이래로 일찍이 욕의(縟儀)는 베풀지 않았으니, 오늘을 기다린 것입니다. 이에 전대미문의 전례를 거행하여 마침내 추원(追遠)하는 정성을 폅니다.
왕가의 법도가 회복되니 예의는 아울러 곤극(坤極 : 황후의 지위)에 융성하였고, 비로소 묘(廟)를 수축하여 향사하니, 산릉(山陵)의 급함도 일이 적당하였습니다. 이미 사당에 높여 부묘하여서 봉안하고 이에 침각(寢閣)을 만들었으니, 뭇 인정(人情)이 서로 기뻐하고 백성들은 앞을 다투어 자래(子來 서민이 유덕한 임금 밑에 모여옴을 말함)합니다. 큰 역사가 쉽게 완성되고 이미 정자각(丁字閣)의 영조가 이루어지니, 홀연히 아름답고 훌륭하여 지붕과 서까래는 서로 비추고 황홀하게도 봉황이 날아오르고 용이 서린 듯하며, 언덕과 산도 빛깔이 바뀌었습니다. 새로 능호를 더하였으니 전날에 바랐던 생각을 나타내었고, 사가(私家)의 분묘를 그대로 두었으니 중국의 ④배장(陪葬)하던 미덕을 취하였습니다. 진실로 신리(神理)에 유감이 없음을 알겠고 더욱이 성덕에 빛남이 있음을 보겠습니다. 이에 수축한 대들보를 들고서 좋은 송시를 삼가 고합니다.
어여차! 대들보를 동으로 드니, [兒卽偉抛梁東]
첩첩한 푸른 산이 시야에 드는구나. [重疊靑山入望中]
누가 영월 천리를 멀다고 하였던가 [誰道越州千里遠]
붉은 빛 둘러 있으니 님의 소식 전해 주네. [日邊消息繞光紅]
어여차! 대들보를 서로 드니, [兒卽偉抛梁西]
높고 낮은 송백들은 구름과 가지런하네. [參差松柏雲齊]
⑤현릉(顯陵)이 그다지 멀지 않음을 알겠으니 [顯陵也識無多遠]
아침마다 문안 행차 길도 눈에 익으리. [仙駕朝朝路不迷]
어여차! 대들보를 남으로 드니, [兒卽偉抛梁南]
잔잔한 강물은 쪽빛보다 푸르구나. [江流凝靜碧於藍]
멀리 서쪽에서 흘러오는 금강 물은 [遙憐錦潼西來水]
겨우 ⑥양근(楊根)에 오자마다 또다시 못을 이루었네. [到維楊更作潭]
어여차! 대들보를 북으로 드니, [兒卽偉抛梁北]
산세는 펼쳐져 신역(神域)을 호위하누나. [山形控列護神]
그늘진 골짜기에 일찍 봄이 찾아옴을 알겠으니 [定知陰谷早生春]
기쁜 기운이 지금 팔도에 가득하도다. [喜氣于今彌八域]
어여차! 대들보를 위로 드니, [兒卽偉抛梁上]
안개는 흩어지고 구름은 사라지니 하늘이 밝아오네. [散雲消辰宇曠]
나는 듯한 전각(殿角)은 자미성(紫微星 왕궁을 가리킴)을 떠받치고 [翼翼稜承紫微]
하늘가에 네 별은 거듭 밝고 아름답도다. [四星天極重明朗]
어여차! 대들보를 아래로 드니, [兒卽偉抛梁下]
깃 장막 구슬 주렴은 모두 깨끗도 하구나. [羽帳珠簾備掃]
엄숙한 문은 백령이 호위하니 [肅肅除護百靈]
아마도 오르내리시며 여기에 머무시리. [疑陟降於焉舍]
엎드려 바라건대, 상량한 후에는 천신(天神)께서 도움을 내리시고 ⑦지기(地祇)께서 상서를 이루어 주시어, 검푸른 칠은 점차 새로워서 영원한 세상에 드리우시어 고쳐지지 않도록 하시고, ⑧변두(籩豆)를 벌려 놓았으니 큰 복을 끝없이 내려 주시고, 큰 나라에 태평 세월이 계속되게 하여 영세에 바뀌지 말도록 기약하소서. 【장릉지】
① 원릉(園陵) : 왕이나 왕비의 무덤인 능(陵)과 왕세자나 왕세자빈 같은 왕족의 무덤인 원(園)을 통틀어 이르는 말.
② 침묘(寢廟) : 조선 시대에, 역대 임금과 왕비의 위패를 모시던 왕실의 사당. 태조 3년(1394)에 착공하여 정전을 짓고 세종 3년(1421)에 영녕전을 세웠으나 임진왜란 때 타 버리고 광해군 즉위년(1608)에 다시 세운 것이 지금 종로 3가에 남아 있다.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사적 제125호. 종묘
③ 읍죽(泣竹) : 오(吳)나라 맹종(孟宗)이 효성스레 어머니를 봉양하였는데, 겨울철에 어머니가 평소에 즐기던 죽순(竹筍)을 먹고 싶어하자 맹종이 죽림(竹林) 속에 들어가서 탄식하며 슬피울매 죽순이 솟아나와 가져다 이바지할 수 있었다는 고사(故事)로, 지극한 효성의 감동을 이른 것임.
④ 배장(陪葬) : 순장(殉葬). 고대에, 신하나 처첩의 영구를 황제나 남편의 무덤 근처에 매장하는 것[매장하다].
⑤ 현릉(顯陵) : 5대 문종(文宗)과 현덕왕후(顯德王后)의 동원이강릉(同原異剛陵)이다. 경기도 구리시 동구동 66 동구릉 내
⑥ 양근(楊根) : 경기도 양평 지역의 옛 지명.
⑦ 지기(地祇) : 땅을 다스리는 신령.
⑧ 변두(籩豆) : 제사 때 쓰는 그릇인 변(籩)과 두(豆)를 아울러 이르는 말.
변(籩)은 과일이나 포(脯)를 담기 위하여 대를 엮어서 만든 그릇이고,
두(豆)는 식해나 김치 등을 담기 위하여 나무로 만든 그릇이다.
흔히 제기(祭器)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