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지의 꽃이 산자락을 따라 올라서는 5월은 온 산이 눈부시게 아름다워지는 때다. 그중에서도 `꽃불`이라 불리는 철쭉이 산 능선을 따라 피어날 때면 사람들은 힘들다고 마다하지 않고 산을 오른다. 꽃불이 피어오른 나지막한 산자락을 바라보며 달뜬 마음을 겨우 부여잡고 있었던 것. 해발 1000m 위, 산과 하늘이 맞닿은 능선 가득 피어난 꽃을 만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대표 산상화원(山上花園)이라 손꼽히는 지리산 바래봉에서 하늘꽃밭을 만나보자. 붉은 카펫 깔아 놓은 듯 피어난 철쭉 철쭉은 제주에서부터 피어 서서히 북쪽을 향해 올라온다. 덕분에 시기를 달리하며 전국 곳곳에서 피어나는 꽃불을 맞이할 수 있다. 5월의 철쭉 꽃맞이 장소로 가장 좋은 곳은 붉은 카펫을 펼친 듯 능선 양옆으로 꽃이 피어나는 지리산 바래봉(1165m)이다. 산기슭과 능선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철쭉을 봉우리 아래의 도로와 마을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 사람 키를 넘지 않는 이곳의 철쭉은 잡목과 섞이지 않고 철쭉끼리만 둥그렇게 군락을 이루어 피었다. 일반적인 산철쭉과 달리 꽃 빛깔이 선명하게 붉은 것도 특징. 철쭉 군락지에 푹신한 초원도 형성돼 있어 하늘정원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아름답다. 본격적인 꽃길을 누리기 위해서는 능선으로 올라가야 한다. 바래봉은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산이지만 정상의 꽃길까지 오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산행이 시작되는 남원시 운봉읍내의 평균 고도가 해발 400여 m나 되기 때문이다. 등산로도 비교적 완만하게 이루어져 있어 가족과 함께 봄나들이를 겸해 산을 오르기도 수월하다. 철쭉을 보기 위해 바래봉으로 오르는 사람들은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가 있는 운봉읍 용산마을의 바래봉 주차장에서부터 등산을 시작한다.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세 갈래로 나뉘는 산길 삼거리에 이른다. 오른쪽으로는 운지사 뒤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왼쪽으로는 운봉목장의 관리도로로 사용되던 길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곧장 철쭉 군락지로 올라설 수 있지만 경사가 급해 올라가기 힘들다. 왼쪽 길을 이용하는 것이 좀 더 수월하니 참고할 것. 이곳에서부터 철쭉이 보이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꽃길은 운봉고원 일대의 들녘과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널찍한 길을 따라 약 1시간 30분쯤 오르면 만나게 된다. 바래봉 정상을 목전에 둔 등성이에 올라서면 바래봉ㆍ팔랑치ㆍ세걸산(1198m) 등의 지리산 서북릉 일대를 붉게 물들인 철쭉이 장관이다. 특히 바래봉과 팔랑치를 잇는 약 1.5km 능선에 피어난 철쭉은 등산객들이 최고로 손꼽는 산상화원이다. 광한루원에서 춘향을 만나다 전북 남원은 예향이다. 고전문학 `춘향전`, 현대문학 `혼불`, 국악의 한 기둥을 형성하고 있는 `동편제` 등이 모두 남원에서 만들어진 것. 그중에서도 춘향전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져 남원을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는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 두 곳 모두 아직도 촬영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 대표 정원으로 손꼽히는 광한루원(063-625-4861 www.gwanghallu.or.kr)의 시작은 세종 원년인 1419년, 황희가 그의 선조인 황감평이 지은 서실을 헐고 광통루를 지으면서다. 이후 1444년, 정인지가 신선들이 사는 월궁의 광한청허부와 같다하여 광한루(보물 제281호)라 이름을 고쳐 부르면서부터 지금껏 광한루라 불린다. 월궁을 완성시키는 은하수가 생긴 것은 1582년께, 남원부사 장의국이 광한루를 고쳐 지으며 오작교를, 전라관찰사 정철이 호수를 만들고 3개의 섬에 배롱나무와 대나무, 연정을 세우면서다. 이로써 하늘, 땅, 사람을 상징하는 전통 정원이 완성되었다. 평양의 부벽루,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더불어 우리나라 4대 누각으로 손꼽히는 광한루는 정유재란 당시 불탔으나 1626년에 복원돼 지금껏 전해진다. 이 밖에 춘향사당, 완월정, 춘향관, 월매집 등이 광한루원에 자리하고 있다. 광한루원 건너편 산 언덕에는 춘향전을 테마로 조성된 춘향테마파크(063-620-6792 www.namwontheme.or.kr)가 있다. 만남의 장, 맹약의 장, 사랑ㆍ이별의 장, 시련의 장, 축제의 장 등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춘향전 이야기를 자연스레 알 수 있다. 남원향토박물관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으니 들러볼 것. △가는 길=대전~통영고속도로 함양분기점을 지나 88올림픽고속도로 지리산IC로 나올 것. 인월에서 24번국도 남원 방면으로 진입하면 운봉읍 바래봉 주차장에 닿는다.
출처 매일경제 09.5.4.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