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나이 들면 생기면 주름살과 같아
암 치료 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암 환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03년 중앙암관리본부에 등록된 암 환자는 11만 명이었는데 2009년 등록된 환자 수는 17만 9천 명이나 되고, 2011년 추정 암 환자 수는 무려 21만 6천 명이나 된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진수 원장은 원인으로 ‘고령화’를 지목했다.
“5년 이상 생존율은 점점 늘고 있지만 5년을 살면 5년 늙는다는 뜻도 됩니다. 나이가 들면 또 다른 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사회가 고령화되고 있어요. 예전에는 환갑만 되어도 잔치를 할 정도였지만, 이제는 평균 수명 80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진단 기술이 발달되면서 암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역시 환경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예로 대장암 환자 수가 위암을 앞지른 결과를 언급했다.
“2008년까지는 위암이 대장암보다 많았지만, 올해는 대장암이 위암보다 많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어요. 서구화된 식생활 때문이죠. 대장암은 고기를 많이 먹고 채소를 상대적으로 적게 먹는 식단에서 비롯되거든요.”
이진수 원장이 어딜 가나 꼭 받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면 암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는 언제나 단 두 가지만 이야기한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담배를 끊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금연전도사로도 유명하다. 코미디언 고 이주일의 주치의였던 이 원장은 당시 한 주간지에 고 이주일의 폐암 투병기를 연재하면서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도 했다.
“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발암물질에 노출되지 않아야 해요. 저는 흡연을 굴뚝의 검댕이라고 표현하거든요. 굴뚝은 겉으로는 깨끗해도 들여다보면 검댕으로 가득하잖아요. 담배의 발암물질도 위험하지만 폐 속에 쌓인 검댕은 더 심각하죠. 건강에 이상이 있기 전까지는 겉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고요.”
또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암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암으로 발전하기 전 단계, 이른바 ‘0기’일 때 미리 발견해 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일단 암은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죠. 생기더라도, 전암단계에서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자궁경부암은 세포검진을 통해 상피세포이형성증이라 판단되면 해당 세포층을 제거하면 되고, 대장암은 암이 될 수 있는 용종을 미리 제거하는 식이죠. 정기검진을 통해 내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는 암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그가 암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암을 수술해서 완치되지 않으면 죽는 병이라고 단정 짓지 말고 만성병으로 생각하며 치료에 임하세요. 그리고 살아갈 궁리를 해야 해요. 인간은 늙으면 이런저런 병에 걸려 어차피 죽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이제는 암에 대해서도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흰머리나 주름살처럼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이 제일 좋을 때, 오늘을 즐기자
이진수 원장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과 암으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왔지만, 정작 자신의 어머니는 살리지 못했다. 그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으로 일할 때였다.
“어느 날 어머니가 배꼽에서 뭔가 만져진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직감적으로 암이 전이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순간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이미 위암이 복강 내로 전이가 된 상황이어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의사 아들 둬봤자 소용없는 노릇이었죠.”
그는 스승이 집도한 수술에서 조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수술은 전혀 도움이 안 됐다. 조직검사도 하지 않았던 터였다. ‘암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위안 삼고 싶었던 것이다.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믿음 이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어머니에게는 그저 ‘악성 위궤양’으로 ‘좀 센 위장약’이라는 항암주사를 놓았을 뿐이었다.
어머니를 그렇게 보내고, 그에 앞서 할머니까지 자궁암으로 보내고 나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암 전문가가 됐다. 두 사람의 죽음이 암 전문의로 이르게 한 계기가 됐다. 그는 할머니와 어머니를 대하는 마음으로 성심성의껏 환자들에게 돌보며 많은 사람들이 그의 손에 의해 살아나는 기적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그러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함께 인생을 달관하는 입장이 됐다.
“대학 졸업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였어요. 고향에 내려가니 어머니가 ‘이웃 할아버지가 오늘내일하니 한번 가봐라’ 하시더군요. 그분은 음식을 잘못 드시고 설사를 심하게 해서 탈수 증세를 보이고 계셨는데 읍내에서 수액을 사와 놓아드렸더니 바로 좋아지셨죠. 그때부터 1년간은 제가 동네에서 ‘명의’였어요. 1년뿐이었던 이유는 1년 후에 그분이 반신불수가 되어 엄청 고생하시다 돌아가셨거든요. 가끔 ‘무엇을 위한 건강인가’에 대해 생각하곤 해요.”
그래서 그가 자주 쓰는 말은 이것이다. “지금이 제일 좋을 때입니다.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을 즐기십시오.”
“누구에게든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에요. 치료를 하면 좋아지는 사람도 있고 또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어요. 다만 모든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가 있다는 것이 기적이고 또 감사할 일이지요.”
이진수 원장이 말하는 암 예방 수칙
01 담배를 피우지 말고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도 피하기
02 채소와 과일을 충분하게 먹고 다채로운 식단으로 균형 잡힌 식사하기
03 음식을 짜게 먹지 말고 탄 음식 먹지 않기
04 술은 하루 두 잔 이내로만 마시기
05 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하기
06 자신의 체격에 맞는 적정 체중 유지하기
07 예방접종 지침에 따라 B형간염 예방접종 하기
08 성 매개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안전하게 성생활 하기
09 발암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작업장에서 안전 보건 수칙 지키기
10 암 조기 검진 지침에 따라 정기적으로 검진받기
/ 여성조선
취재 두경아 기자 | 사진 유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