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에서 수락산을 거쳐 용현동까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2005.10.29(토, 맑음)
하계역(09:10)→주공9단지→무수동터널(09:40)→299봉→헬기장(10:45)→불암산정상(11:20~30)→406봉(11:50)→덕능고개(12:10~20)→373봉(12:50~13:20)→탱크바위(13:40)→564봉(13:50)→남근바위(14:00)→코끼리바위(14:00)→철모바위(14:30)→수락산정상(14:30)→608봉→기차바위(14:50)→524봉(15:30)→509봉(15:40)→용현동 천지사우나(16:40~19:00)
지난번 삼각산 산행후 거의 3주만에 집에 왔건만 오늘 아침도 집사람은 부랴부랴 출근하고 아들녀석은 눈비비고 아침을 드는둥 마는둥 하더니만 잠자리로 슬그머니 다시 들어가고...
대학생이 되더니만 무슨 일이 그리도 많아졌는지 밤늦도록 친구들과 어울리며 해병대 지원해 놓고 이런저런 핑계로 놀자판이다. 매번 젊은 시절을 의미있게 보내야 한다고 주문하지만 그 녀석 생각은 누구로부터 들었는지 군생활하고 나면 잊어버린다며 모든 것을 제대후로 미루기만 하고..... 아빠 말보다 친구나 선배 말이 더 신뢰할만한지 ....
모처럼 집에 와 보면 나만 기다리고 있는 숙제까지 쌓여 있기도 하고 이래저래 마음속만 탄다. 이럴 땐 모든 것을 떠나 홀로 사는 것이 제일 마음 편할 것 같다. 다행이도 오늘 해야할 숙제가 없으니 보온 도시락과 김치반찬 과일 챙겨 일찍 산으로 내달린다.
전철역으로 나가면서 삼각산과 도봉산을 생각했다가 큰 형님 기일도 가까운 것 같아 수락산쪽으로 정한다. 지금까지 겁에 질려 인사드리지 못했던 불암산으로 올라 수락산 능선상에 올라앉아 있는 기암들도 담아보고 하산길에 의정부 형수님 집에 들러볼 생각으로 7호선 전철에 오른다.
서울산업대 뒤편이 불암산일테니 하계역에서 불암산 방향으로 무작정 달려간다. 까르프를 지나고 노란 은행나무 학교(하계중학교)담벽을 따라가니 큰길 횡단보도와 만난다. 건너편으론 주공아파트 9단지가 보이고 그쪽으로 붙으면 불암산 들머리가 있을 것 같다.
단지외곽은 또 하나의 대로가 지나는데 909동 옆 담장중간에 대로와 통하는 계단길이 있다. 대로 건너편에 불암산 자락이 보이니 들머리도 있을 것 같다. 등로는 맨발로 다녀도 좋을만한 부드러운 소나무 숲길이다.
좌측 계곡넘어로 보이는 불암산은 태능 선수촌쪽으로 우회하며 올라가는데 어디로부턴가 사격소리가 가까이 들려온다.
학도암 갈림길을 지나 헬기장에 이르니 불암산 정상의 거대한 바위들과 국기봉이 바로 눈앞이다. 안부에서부터 정상까지 거대한 바위가 솟아 있지만 내 기역속에 자리한 급경사 암벽지대는 아니다. 상계동 방향과 불암사쪽으로 거대한 바위면이 흘러 내리고 있으니 그쪽 사면에 있을 것 같다.
정상으로 오르는 암벽 중간 중간에 기이한 형상으로 움푹 파인것도 있고 두부 잘라놓은 것처럼 각지고 평면인 것도 있다.
국기가 휘날리는 정상(510m)은 몇 개의 바위들이 모여있는데 서 있을만한 여유 공간이 없다. 북쪽으로 수락산이 가깝고 바로 밑 당고개역 부근은 오밀조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인데 동쪽의 남양주 별내면은 예전모습 그대로 한가하다.
개통을 앞둔 수도권외곽 고속도로만이 불암산과 수락산을 꽤뚫고 사패산으로 달려가며 그동안의 침묵을 깨는 듯하다.
덕능고개 양지쪽 잔디밭에 신발벗고 따스한 햇볕도 쬐어보니 좋다. 어느새 햇볕이 좋아지는 때가 되었으니....
정상에서 식사할 생각으로 군부대 옆 능선길로 수락산을 찾아가는데 허기가 느껴져 정상까지는 곤란할 것 같다. 불암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양지쪽에 앉아 곡주 두잔하고 보온 도시락으로....
덕능고개부터 함께하신 산님은 먼저 식사했다며 곡주도 사양한채 정상으로 향하시고.... 바로 부근에 여성 산님 3분은 컵라면을 드시다가 맛있는 찰떡도 맛보라며 건네 주신다. 그분들 곡주 한잔 하시라고 했지만 사양하신지라 나홀로....
탱크바위(540m)를 지나면서부턴 하산하시는 산님들로 떠들썩하고 본격적으로 아름다운 수락산 바위모습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동쪽 산자락엔 청학리 아파트 단지도 보이고.... 무엇을 찾는것처럼 열심히 디카에 담는데 수락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한 모습들이다.
찐빵모자같이 사면에 붙어 있는 바위, 덩치 큰 바위는 새끼 코끼리 한 마리를 업고 있고, 에밀래 종같은 바위, 남근처럼 묘한 모습으로 솟구친 바위, 미끌려 떨어지는 큰 바위를 작은 바위가 힘주어 받치고 있는 모습. 정상부근 바위엔 한 병사가 철모 벗어놓고 수도 서울을 바라보다가 그만 두고 갔는지 철모만 댕그렁.....
창조주가 무슨 뜻을 전하려고 저런 모습으로 올려 놓았는지 너무도 신기하다. 곧 굴러 떨어질 것 같지만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올라보고 바로 밑을 지나기도 하며 즐거워 한다. 창조주가 정성드려 붙여 놓았으니 굴러 떨어지겠나 하며....
국기봉 정상(641) 넘어 기차바위로 내려 가려는데 여성산님들도 조금도 두려움 없이 잘도 오르내린다. 음과 양이 세월따라 바뀌어 가는지.....
위에서 아래까지 각진 홈통이 흘러 내린 것도 신기한데 바로 밑에 기이한 동물형상의 바위가 머리를 들고 오르내리는 산님들을 바라보고 있다.
안부로 내렸다가 다시 올라보니 또 다른 기암이 솟구쳐 있고 드디어 의정부 시가지와 용현동 아파트 단지가 한눈에 들어 온다.
급경사 안부로 내렸다가 마지막 봉우리를 거쳐 용현동 현대 아파트 단지내 천지 사우나를 찾아간다.
입욕료 4000원인데 시설이 좋은 편이다. 냉온탕에서 개구리처럼 물놀이 하는 초등생들을 보니 역시 저럴때가 좋은 것 같다. 우리 아들녀석도 저랬는데 중학교 들어간 이후부터 지금까지 목욕탕과는 완전히 발을 끊었는지....
아이스탕은 16도라 엄청 차갑다. 하반신만 담구어도 추위가 느껴질 정도인데 온몸을 담구신 어르신 분도 계시고...... 놀라는 나를 보고 사우나실 들어갔다 오면 딱 맞는다며 들어갔다 오란다.
형수님댁은 딸 조카들만 옹기종기.... 사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는 풀기 어려운 숙제들을 안고 살아가는 것 같다.
매일같이 밤늦도록 수고하면서 밝은 희망이 엿보이지 않을지라도 우리의 생명이 있는한 수고끝에 찾아오는 순간의 낙을 위하여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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