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대학졸업 기념 온가족 여행기(2011. 2. 25~26 )
2011. 2. 25 아침이 밝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온가족이 여행을 함께 떠난다는 설렘을 가득 안고 일찍 일어난 집사람이 재바른 손놀림으로 이것저것 준비를 한다. 미리 예약해 놓은 펜션에서 1박하며 먹을 음식들과 여벌 옷가지, 세면도구들이다. 귀찮아함이 없는 밝은 표정에 덩달아 기분이 좋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 철들어서 처음으로 4명 전원이 함께 해보는 뜻 깊은 가족 여행이기 때문이다. 여행 명분도 그럴듯한 아들의 대학 졸업 기념이다. 보름 전에 예약해둔 펜션은 불과 몇 년 전에 동창 홈피에 글쓰기로 참여하게 되면서 반가운 글 친구 고등학교 동창생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정작 가보고 싶었던 바였고, 인터넷으로 조회를 하였더니 영동고속도로 평창 면온 IC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서 대구에서 찾아 가기에는 꽤나 먼 곳이었지만 몇 십 년 전원생활을 하며 표현한 친구의 여러 글들과 영상들이 가슴에 와 닿았기에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었다.
8시에 함께 아침을 먹고 아들이 먼저 집을 나선다. 학교에 일찍 도착해서 졸업학위복을 대여 받아 11시 거행되는 단대별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딸아이는 집에 기르는 푸들 강아지 털 과민반응 알레르기로 코에 염증이 생겨서인지 연신 재치기를 하고 있어서 인근 이비인후과 병원에 들려 이른 진료를 하고 가기로 하였고, 우리 부부는 그 사이 짐을 챙겨 차에 싣고, 택배 취급소에 들려 딸아이가 보았던 책을 인터넷으로 구입 주문한 사람에게 화물을 보내고 나서 딸아이가 간 병원을 찾아가기로 하였다. K대학 명물장소인 일청담에 10시 반에 도착하여 아들에게 연락을 하였더니 이내 멋쟁이 학위복을 입고 나타나서 기념사진을 몇 장 찍었다. 곧 11시의 졸업식장 참석으로 아들이 먼저 자리를 떠나게 되자, 딸아이에게 오빠가 다녔던 대학교 교정을 차에 탑승한 체로 한 바퀴 둘려보았다. 아빠, 엄마, 오빠가 다니고 졸업한 의미가 큰 대학이어서인지 세 사람의 감정이 좋았다. 많은 옛 이야기들을 나누었으며 기분도 이상야릇 묘하였다. 어릴 때 뛰어난 총명함으로 온 집안의 큰 기대와 다르게 지방의 국립대 자율전공학부에 입학하여 아쉬움도 주었으나 동시에 서울 유학이 부담되었던 이 아버지에게 조금이나마 효를 실천하여 주었기 때문이다.
11시 반 경에 아들의 졸업식장에 들어가 보았다. 많은 학부형님들이 찾아와서 저마다 축하해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졸업을 담당하신 학장님들 졸업축사가 애절하게 들렸다. 취업난이 어려워서 장래를 걱정하는 내용이 많이 내포된 이야기인 탓으로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몇몇 친구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분주하게 마친 아들이 빌린 학위복을 반납하면서 졸업장을 받고, 지도교수님과의 인사를 마치고 나오니 오후 1시가 넘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인근 피자헛 가게에 들려 점심 식사를 해결하려니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기다리기에는 너무하다 싶어서 여행 가는 길목에 위치한 코스트코 매장 안에 있는 식당의 피자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도착하였더니 값도 저렴하면서 맛도 좋아 서로 흡족해하며 잘 먹었다.
네비게이션에 안내된 3시간 예정 목적지 펜션 길을 3시에 출발하여 단양휴게소에 들려 쉬면서도 2시간 반이 경과된 5시 반경에 도착하였다. 눈이 많은 평창이어서인지 따뜻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음달진 곳에는 아직도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운영이 여의치가 않아서 처제에게 운영을 넘기고 서울로 가버린 친구 대신에 반가이 인사를 하며, 여러 가지 편의 친절을 베풀어주었다. 그 유명한 횡성 한우 불고기로 그 간 마음고생이 많았던 아들을 위로하고자 아니 온 가족 그 동안 열심히 살아온 것에 보답을 하고자 위치를 물었더니 왔던 길을 한 참 되돌아가야 되었다. 전혀 개의치 않으며 관광 안내 팜플렛을 보며 이곳저곳 가게를 찾아가 보았더니 놀랍게도 엄청 비싼 가격이었다. 어쩌랴, 벼르고 벼른 것을.....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 중에 바로 위의 서울형님께서 전화가 왔다. 시골 엄마 눈 수술 걱정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아들 졸업 기념 온 가족 1박 2일 여행 이야기를 실토하였더니 크게 반기면서 위로를 하여주었다. 기분이 한결 좋았다. 역시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되는 것인가 보다.
모처럼의 4명 모두가 함께하는 즐거운 여행길의 밤을 즐기기 위해서 집 사람은 윷과 화투를 준비하여 왔다고 하였으나, 본인은 “이제 모두 성인이 되었으니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훈련에 좋은 포커게임을 해보자.”며 카드를 인근 가게에서 구입하게 하였다. 집에 돌아와서 후식을 한 후 윷놀이 세 판을 먼저 하였다. 아들과 엄마가 한 팀을 이루었고, 아빠와 딸이 한 팀이 되었다. 첫 판은 말을 잘 쓴 딸 팀이 이겼다. 둘째 판은 큰 사리를 많이 한 아들 팀이 이겨서 비겼다. 무승부로 그만 하려다가 끝장 결과를 보자는 의견이 우세하여 마지막 판을 하였더니 두 사람이 고루 잘한 딸 팀이 감격의 승리를 ...... 이어서 고수톱 판이 벌여졌다. 네 명이 즐겁게 동참한 점 백원 놀이였다. 1시간 반 정도의 놀이를 즐긴 결과는 세월에 비례하여 경험이 많은 아빠가 가혹하게 판을 휩쓸었다. 그 나마 아들이 선전하여 졸업 축하 기분이 유지되었고, 여행에 가장 애를 쓴 내자가 큰 바가지를 여러 번 쓰게 되어서 내심 많이 미안하였다. 이어서 포카판 놀이로 연결되었고, 게임의 룰을 잘 모른 내자가 직접 참여를 하지 않은 체 딜러가 되었다. 고수톱 결과로 여유 판돈이 많았던 아빠가 우세함을 보이다가 아들의 분발로 막상 막하가 되었을 때 엄마가 배워보기를 희망한 훌라 게임으로 넘어갔다. 두뇌 회전이 빠른 아들과 딸이 쉽게 게임을 주도하였다. 새로이 배운 게임이 좋은지 내자는 웃음이 얼굴 가득하였다. 심야 전기온돌 장판으로 몹시 따뜻한 방에서 11시 반경에 행복한 단잠을 잤다.
이튿날 제일 먼저 내자가 일어나 새벽 산보를 나갔다 왔다. 함께 나갔어야 마땅하였지만 따뜻한 방이 너무 좋아서..... 새벽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내자가 ‘좋으니 가보라’는 권유에 벌떡 일어나 펜션둘레를 산책하였더니 좋기는 좋았다. 여행이란 이래서 좋은가 보다. 밝아 오는 아침 햇살에 삶의 행복이 함께 찾아들었다. 여유가 있는 인생이 이래서 부러움을 사고 있는가 보다. 준비해온 음식 재료로 즐겁게 차린 아침상을 늦게 일어난 아이들과 둘러앉아 먹고 짐을 챙겨 9시 50분에 펜션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튿날의 여행길에 나섰다.
영주 부석사 가는 길에 순흥 안씨 추원단 선조들 유적지를 둘러보았고, 기념관을 지키며 사시는 할머니께서 조상 유래를 설명하면서 관련 책 몇 권 사주기를 권하여 그 보다 비싼 책이 집에 있음에도 사드렸다. 소수서원을 지나 한 참을 더 갔더니 말로만 듣고 배웠던 부석사를 감동 깊게 관광하였다. 소백산 연봉들이 넓게 빙 둘려 쳐있는 명당자리로 느껴졌다. 여러 문화재 유물들도 인상 깊었다. 절 입구에 좌판을 펴고 특산품을 파시는 어느 할머니의 사과가 탐스러워서 가격을 물어보았더니 1만원이라기에 얼른 샀더니 2개를 덤으로 주는 시골 인심의 후덕함을 네 명이 함께 체험하였다. 다시 풍기 IC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려 돌아오는 길에 금성대군을 기리는 유적지를 둘러보았고, 소수서원과 선비촌은 다음 기회의 관광으로 미룬 체 안동 하회마을 관광으로 길을 재촉하였다.
달리는 차 안에서 오늘 점심을 어떻게 해결할까를 의논하다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안동찜닭>을 먹어보기로 하였다. 네비게이션 안내로 안동시장을 찾아갔더니 전에 와보았던 곳이 아니어서 차에서 내려 행인 어떤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더니 웬걸 안동구시장으로 찾아가야 한다고 하였고, 막상 찾아가보았더니 공용주차장이 마침 공사중이어서 주차하기가 많이 힘들었다. 도로가에 불법주차하듯이 차를 세워두고 가고자 하였던 집을 이리저리 찾아보았으나 대학 동기들과 오래전에 함께와서 먹어보았던 그 유명한 집을 찾지 못한 체 유사한 O 안동찜닭 식당에서 먹게 되었는데 그 맛이 지난번의 경험과 달라서 몹시 실망해하는 본인에게 집 사람이 애써 위로를 해주었다. 차로 돌아오는 길에 애타게 찾았던 J 안동찜닭 가게가 바로 입구에 위치해있지를 않은가..... 많이 아쉬웠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십리 길이 넘게 떨어져있는 하회마을로 차를 몰았다.
도착하여보았더니 수학여행에 동참하면서 얼핏 와 보았던 곳이었는데 새삼 네 명의 가족이 오붓이 와보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휴일이라서 많은 관광객이 붐볐다. 공용 주차장에서 목적지까지의 1km 남짖 거리의 입구 길목을 걷기가 뭣해서인지 모두가 서틀버스를 타고 오갔다. 관심의 깊이가 다름에 비례하여 보이는 대상의 느낌도 달랐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방문 기념관에 먼저 들어가서 옛 조상들의 정취를 새삼 느낄 수 있었고, 마을 입구에서 하회마을유적지를 설명해주신 연륜이 꽤 되신 여성분의 말씀이 새로이 귀에 담겼다. 가보기를 간절히 권한 곳을 다 보지는 못하였으나 무척 흡족한 관광을 마치고 대구 집에 돌아오니 저녁 7시가 넘었다. 집을 외로이 지켰던 우리 집 반려견 <루이>가 공중으로 연신 뛰어오르면서 뜻 깊었던 이 번 가족여행을 반기며 축하해주었다. 덩달아 내 마음도 하늘을 향해 자꾸만 솟구쳤다. 찍어온 사진들을 컴퓨터에 옮겨서는 집안 카페에 올리느라 한 동안 부산을 떨었다.
(2011.2.27 시골 고향 안방에서 이틀 전의 여행 감정이 좀 가라앉게 되자 잊어버리기 아까워서 몇줄의 이야기를 남겨본다.)
첫댓글 온 가족 여행하면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는 많큼 인생의 행복한 순간이 있겠는가! 행복은 찾아오는게 아니며 스스로 만들고 가꾸어 가야함을 새삼 느겨보게 하네요~
아이구, 형님! 좋은 말씀 남겨주셨네요....번번이 감사합니다.
그려, 애들하고 같이 보내는 시간은 많을수록 이를수록 좋은 것 같애. 가족애가 돈독해서 보기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