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 남2문 앞을 지나갑니다.
크기는 작지만 노랗고 빨갛고 하얗고 보라색 꽃들이 옹기종기 얼굴을 맞대고 화단 위에 예쁘게 피어 있습니다.
그리고 백제역사박물관을 지나 소마미술관 들어가는 작은 문을 들어서자,
하얀 조팝나무 꽃이 길 양쪽에 서 있다가 나를 보자 반갑다고 방긋방긋 고개 숙여 인사를 합니다.
4월 20일 수요일.
오늘 함께 조각작품을 감상할 어린이들은 하남시 검단산 아래에 있는 창우초등학교 2학년 5반,
여자 13명 남자 14명 모두 27명, 김소영 담임선생님, 어머니 몇 분도 따라 오셨습니다.
급훈은, "고운 꿈을 키우며, 친구를 배려하는 어린이가 되자. "입니다.
급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은, 문신선생님의 <올림픽 - 화합> 입니다.
이곳 조각작품 중에서 가장 키가 큰 높이 25m, 재료가 스테인레스 스틸.
거울처럼 빛나며 주위에 있는 잔디밭이며 하늘이며 나무며 사람들을 비추고 있습니다.
9살 밖에 안 된 어린이들이니까 곧장 본론에 들어갔습니다.
" 저기 높은 기둥이 두 개 마주보며 서 있어요. 한쪽 기둥이 우리 대한민국이라면 한쪽 기둥은 어느 나라일까요 ?
얼마 전에 우리나라 배를 침몰시키고 우리나라 섬을 대포로 쏜 나라예요. "
대답을 잘 하면 미술연필을 상으로 주겠다고 약속을 미리 해서 그런지,
일본이요,라는 대답이 나왔고, 엉뚱하게 미국이요, 하는 주체사상 강한 대답도 나왔고 ^^^,
드디어 상기된 얼굴로 외치듯이 북한이요,라는 정답이 남자 어린이에게서 나왔습니다.
얼른 미술연필 두 자루 상으로 주며,
" 잘 맞췄어요, 지금은 우리나라가 북한과 싸우고 있지만 북한 사람은 우리와 같은 한민족이에요.
이 작품의 제목은 <올림픽 - 화합>인데, 화합이란 싸우지 않고 서로 친하게 사이 좋게 친구처럼 지내는 좋은 말이지요.
저 기둥 아래 있는 네 개의 작은 기둥을 보세요.
두 개의 기둥이 서로 이어져 있지요 ? 서로 손 잡고 있는 다정한 모습입니다.
서울 올림픽의 주제가는 '손에 손 잡고' 입니다.
자, 옆에 있는 친구와 손 잡아 보세요. 그리고 활짝 웃어 주세요. "
물의 나라 이탈리아의 작품 <호상도시> 앞에서 집에 대해서 물어 보았습니다.
초가집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학교가 검단산 아래니까 기와집도 있고, 빌라도 있을 텐데 27명 모두 아파트에 산다고 손을 들어 잠깐 당황했습니다.
< 가족 > 앞에서 사랑에 대해 설명하다가 다리를 가리키며 튼튼한 다리일까요, 허약한 다리일까요, 물었더니,
한 녀석이 대뜸 허약한 다리예요, 라고 자신 있게 대답해서 또 당황했습니다. ^^^
태풍이 불고, 파도가 치고 (쓰나미란 말은 어려워 못 씁니다, ^^^), 추위가 닥쳐도,
가족의 사랑이 넘치면 저 튼튼한 다리처럼 끄떡 없이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려는 찰라,
그 어린이가 고추가루를 한 웅큼 뿌린 것입니다. ^^^
마지막 질문은 <올림픽 ― 화합>을 다시 바라보며 쉽게 냈습니다.
" 저 동글동글 공처럼 생긴 것은 어떤 물건의 모양일까요 ? 자, 이것을 보세요 ?
스님들이 부처님 앞에서 이렇게 한 알 한 알 손으로 굴리며 기도하는데, 이것을 염주라고 불러요.
천주교 신자들도 염주 비슷한 것을 가지고 기도하는데, 이름이 뭐지요 ? "
한 번 더 "손에 손 잡고"를 시킨 후,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에절교육을 잘 시키는 소문난 학교라서 그런지 처음부터 끝까지 환한 얼굴로 내 해설을 잘 들어준 어린 제자들,
초등학교 - 중학교 - 고등학교 - 대학교 다니며 열심히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 하고 싶은 일 하며 즐겁게 살게 해 주소서."
내 마음 속에 있는 묵주 한 알 한 알 마음 기울여 굴리고 있었습니다. ****
첫댓글 올림픽공원 가본적이 언젠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사진으로라도 보니 좋네요^^
그렇지? 요즘 올림픽공원은 학생들의 나들이로 무척 붐빈다.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아름다운 봄이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