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토)에 집근처에 있는 백남준 아트센터에 방문했습니다. 백남준 아트센터에 방문한 것은 가까운 이유도 있었지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관련된 전시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아주 감명깊게 봤기 때문에 <1984>는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야기를 보고 전시회를 갔다.
먼저 1층에 입장하자마자 <일어나 2024년이야!>를 주제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 제목은 미국 밴드 오잉고 보잉고가 1984년 백남준의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 참여하며 발표한 노래 제목 <일어나 1984년이야!>를 2024년으로 재설정한 것이다. 여기서 실제로 촬영된 영상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중간에는 이러한 멘트들이 있었다.
이 멘트와 같이 세계는 여전히 전쟁중이다. 백남준 작가님은 실제로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주로 미군으로 구성된 연합군과 일본군의 전투 지역인 과달카날 섬에 찾아갔다. 여기서 무어먼의 연주는 물론 요셉 보이스가 펠트로 감싼 첼로, 비디오 아트스트 빌 비올라의 촬영, 백남준의 실험적인 합성 기법이 아우러진 <과달카날 레퀴엠>이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희생자들의 안식을 바라고 전쟁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 다음 영역에서는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기술 감시망으로 개인을 통제하는 전체주의 사회를 그렸다면, 백남준은 1984년이 되는 해 자신의 비디오 아트에 위성 기술을 더해 전 세계인 이 만나는 축제로 제시했다. 이 전시에서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뉴욕 라이브 방송과 이를 구성하는 22개의 시퀀스 중 주요 장면을 제시하며 백남준이 위성 기술을 통해 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했던 만남과 공존의 가치에 주목한다.
백남준은 이 작품을 통해 위성 방송 시트셈을 이용하여 대륙 간, 서로 다른 문화 간의 소통을 만들 수 있는 계기로 사용하며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세계평화의 가치를 표현했다. 백남준은 조지 오웰을 향해 1984년에 "굿모닝 미스터 오웰, 당신은 절반만 맞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조지 오웰이 <1984>를 통해 암울한 근 미래를 묘사한 것에 대해 자신이 바라는 평화가 어느 정도는 현실이 되어 가는 것을 보며 기술의 발달이 감시와 통제로 얼룩지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조지 오웰은 1948년에 소설 <1984>를 집필했고, 1984년엔 백남준이 이러한 작품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2024년에 이르러 현재의 우리들이 이러한 작품들을 보고 있다. <과달카날 레퀴엠>을 통해 여전히 전쟁중임을 느꼈다면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보고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아무래도 현대에는 고도로 발전한 인터넷으로 인해 세계인 모두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SNS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것이 이상적인 백남준 작가님이 바라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2층에는 빅브라더 블록체인이라는 프로젝트가 전시되어 있었다.
백남준이 <1984>를 보고 생각한 바를 작품으로 표현했듯이 현대의 작가들이 과거의 작품들을 보고 비슷한 이야기를 현대의 예술로 표현하였다. 특히 삼손 영 작가님의 <제단 음악>은 기계가 우릴 대신해서 기도를 하는 느낌을 준다. 이를 통해 우리의 감정은 수동적이고 우유부단하게 움직이는지로 모른다는 메세지를 전달한다.
이렇게 1948년과 1984년, 2024년을 왔다갔다 하며 시간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전시방식과 순서를 이렇게 배치하고 나니 몰입도가 더 올라갔던 것 같다. 작품 안에 이야기를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작품들의 연계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같다. 이제 이런 전시회에 가도 그냥 눈으로만 구경하는 것이 아닌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고 나만의 생각으로 정립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