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7.
여수 여행
향일암이 처음이라고 한다. 아내는 어째서 이렇게 명성이 자자한 암자를 욕심내지 않았을까. 나만 숱하게 들락거린 게 부끄러워진다. 동료들과 야유회나 친구들을 앞세워 여수를 여행할 때면 늘 향일암을 거쳤다. 관음전에 삼배하고 돌아서면 먼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구분이 안 될 만큼 모두가 파랗다. 볼수록 빼어난 경관이다.
관세음보살은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고 이끄는 보살이다. 강화 보문사, 양양 낙산사 홍련암, 남해 금산 보리암과 함께 소문난 관음 기도 도량이다. 가파른 계단에서 법구경의 불견(不見), 불문(不問), 불언(不言)을 조형한 석불상을 볼 수 있다. 화엄사 일주문을 들어서면 늘 보는 것이지만 멀리 여수 향일암에서도 마주하니 전혀 낯설지 않아 더 반갑다.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구하기 전에 보고 듣고 말하기에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돌산 갓김치는 조건 반사 항목이다. 적당히 곰삭은 갓김치 향이야 지극히 당연하겠지만 갓김치라고 중얼거리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그러니 좋아하는 게 확실하다. 오죽하면 한 박스 구매하겠다며 덤벙거리다가 손에 익은 아끼는 골프 우산을 두고 왔을까. 가져오는 게 있으니 두고 와야 하는 것도 있어야 하나 보다. 업보는 두고 자비를 챙겨왔으니 관음 기도 도량이 틀림없어 보인다.
여수는 6월이면 하모가 제철이다. 하모를 뜨거운 물 속에 푹 넣거나 해서 서리가 내린 듯한 모양으로 만드는 것을 하모유비끼라 한다.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에서 맛집으로 소개된 바 있다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귀동냥으로 얻어들은 이야기들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하모가 어떤 생선인지도 모른다.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배를 타고 5분 정도 들어와서 대경도 경도회관에 자리를 잡았다.
차림표에는 2인 기준 100,000원이다. 억수로 비싸지만, 여기까지 와서 물러설 수는 없다. 주문과 함께 갯장어와 샤부샤부 상이 준비된다. “이게 뭐야. 이건 ‘아나고’ 아니야?” 아내도 상에 올라온 바닷장어가 이렇게 비싸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동해보다 남해의 생선이 더 비싼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회로 먹는 붕장어와 무엇이 다른지도 모르겠다. 웃는 거 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
여수에는 전라좌수영 진남관이 있다. 이순신은 여수에서 거북선을 건조하고 휘하 각 진의 전선을 동원하여 경상도 남해안으로 진출하여 가는 곳마다 연전연승했다. 여수는 왜란을 이겨낸 구국의 도시며 성웅의 바다이다. 하모가 비싸도 이순신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비쌀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순신의 바다를 누빈 생선이니 긍지나 자부심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비싸도 되겠다.
오늘 하루는 관음보살의 품 안에서 주고받아 아까운 게 하나도 없다.
첫댓글 옴마야 놀랫뿌랫다 10만원짜리 밥 먹었네 요사히 있을수없는 일을 하네 아리송하네 해탈햇나??
들어갔다가 나오는 게 쪽팔려서 ... 아니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러나 싶어서 가만히 앉아 있어 봤다. 그래야 담부터 안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