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82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는 권종필 시인의 <독백>과 박기원 시인의 <실직>을 소개한다. 두 작품 모두 금주의 디카시로 선정한다.
디카시는 디지털 문학의 중심에 있다. 디카시는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축이다. SNS의 날개를 타고 빛 보다 빠른 속도로 국가와 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디카시는 세계 최고의 문화 아이콘이다. 또한 디지털 발명품이다.
먼저 권종필 시인의 디카시 <독백>을 감상해 본다.
#금주의디카시
독백 / 권종필
평생 솔잎만 먹다 보니
집 한 채 짓지도 못하고
허옇게 늙었다오
권종필 시인은 소나무 가지 위로 쌓인 눈의 전경을 순간 포착하여, 이를 <독백>이라는 제목의 한 줄짜리 카피로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평생 솔잎만 먹다 보니 / 집 한채 짓지도 못하고 / 허옇게 늙었다오'라는 시적 문장은 문명의 이기로 인해 느껴야 하는 소시민적 단상이 그대로 녹아 있다. 하얀 눈송이를 옷처럼 덮은 디지털 영상(영상기호)에 부합되는 디지털 글쓰기(문자기호)의 철학적 사유를 통해, 디지털 제목과 연동된 주제로 각인시키고 있다.
특히 '평생 솔잎만 먹다 보니'의 시적 언술 속에는 보통 노동자의 경우, 정직하게 돈을 벌어서는 서울 강남의 집 한 채도 사지 못한다는 한계 상황적 인식이 그대로 전해진다.
<독백>은 보통 사람들의 애환을 그려내면서, 허리가 휠 정도로 내린 적설의 현장을 포획하고 동시에 이를 거부하지 않고 극복하려는 스토리텔러의 관찰력이 숨겨져 있다.
권종필 시인의 <독백>은 자연의 섭리를 노동자의 삶과 적절하게 비유하고 있는 수작이다.
한편, 박기원 시인의 디카시 <실직>을 확인해 본다.
실직 / 박기원
어깨 너머로 관심이 지나가는 새벽
잃어버렸습니다
들판을
새들을
인용된 박기원 시인의 디카시 <실직>의 경우, 한겨울 새벽, 빨랫줄에 와이셔츠를 말리고 있는 중, 폭설이 내려 세상이 모두 흰 색으로 점령 당한 현실을 자각하고 있다.
아울러 '어깨 너머로 관심이 지나가는 새벽 / 잃어버렸습니다 // 들판을 / 새들을'이란 시적 문장을 통해 새로운 문물에 의해 정체성이 사라진 현실을 질타하고 있다.
빨랫줄에 매달린 와이셔츠의 이미지를 극순간 담아내고, 스토리텔러의 목소리로 소중한 것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결국 <실직>이라는 한 줄의 시적 문장이 현실 인식을 구현해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을 밝히는 아름다운 디지털 별이다.
"스마트폰이 켜져 있을 때 디카시 심장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이는 우리 시대 진정한 디카시 철학자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