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1505)
라파엘로
<피에타>는 라파엘로(Raffaello, 1483-1520)가
페루자에 있는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수녀원 교회를 위한
<콜론나 제단화>의 프레델라에 그린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제단화는 1505년경에 완성되어 1663년까지 성가대 중앙 벽에 남아 있었지만,
수녀원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프레델라는 분리되어
1663년에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의 대리인에게 팔렸고,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다가
현재 이 작품은 보스턴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에 있다.
이 작품은 <콜론나 제단화>의 프레델라에서 오른쪽 끝에 위치한다.
프레델라는 왼쪽부터 <고뇌하는 그리스도>, <골고타 가는 길>, <피에타>가 있고,
수난 전, 수난, 수난 후의 그리스도와 주변 인물들을 그린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내려져 성모와 제자들이 애도하는 이 장면은
성경에서 명확하게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그리스도의 매장을 그린 성화에서는 감동적인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뒤에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
예수님의 시신을 거두게 해 달라고 빌라도에게 청하였다.
그는 예수님의 제자였지만 유다인들이 두려워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빌라도가 허락하자 그가 가서 그분의 시신을 거두었다.
언젠가 밤에 예수님을 찾아왔던 니코데모도
몰약과 침향을 섞은 것을 백 리트라쯤 가지고 왔다.
그들은 예수님의 시신을 모셔다가 유다인들의 장례 관습에 따라,
향료와 함께 아마포로 감쌌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정원이 있었는데,
그 정원에는 아직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새 무덤이 있었다.
그날은 유다인들의 준비일이었고 또 무덤이 가까이 있었으므로,
그들은 예수님을 그곳에 모셨다.(요한 19,38-42)
이 작품은 풀밭에서 그리스도를 둘러싸고 있는 다섯 사람을 묘사하고 있다.
아들을 품에 안고 앉아 있는 성모와 무릎을 꿇은 사도 요한,
발에 볼을 비비고 있는 마리아 막달레나,
그리고 뒤에 서 있는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과 니코데모가 그들이다.
이 등장인물들은 라파엘로의 스승 페루지노가
성 유스토 교회에 그린 <피에타>에 나오는 인물들과 같다.
그러나 라파엘로는 수녀들이 개인적으로 묵상하는 데 쓰인다는 점을 고려해
스승보다 엄격함을 훨씬 줄였고 부드럽고 친근한 기운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페루지노의 <피에타>에서 길게 늘어진 그리스도의 자세가 뻣뻣하게 느껴진다면,
라파엘로가 그린 그리스도는 팔다리가 둥글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그리스도 몸에 난 상처 주위의 멍과 눈 밑에 어두운 그림자는
그가 인간과 같이 나약한 신체를 가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아함이 느껴지는 그리스도의 자세는
그가 죽었다기보다 깊이 잠든 것처럼 보인다.
그리스도를 비롯하여 모든 인물은 머리 주위에 얇은 후광이 있다.
배경에는 푸른 산이 있고 황금잎이 달린 가느다란 나무 세 그루가 서 있다.
중앙에는 성모 마리아가 무릎에 예수 그리스도를 안고 있다.
성모는 빨간색 튜닉과 두건이 달린 푸른색 망토를 입고 있다.
성모는 오른손으로 아들의 허리를 바치고, 왼손으로 아들의 다리를 바치며,
슬픈 표정으로 아들의 시신을 내려보고 있다.
예수는 옷자락만 허리를 덮고 있는 벌거벗은 몸이다.
그는 목숨을 잃었기에 주변 사람들보다 더욱 창백하다.
오른쪽에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예수님의 발에 입을 맞추는 여인이 있다.
그녀가 예수님을 사랑한 마리아 막달레나이다.
그녀는 길고 짙은 금발 머리에 파란색 튜닉과 붉은색 망토를 입고 있다.
그림 왼쪽에는 노란 튜닉에 붉은 망토를 입고 무릎을 꿇고
예수님을 등을 바치고 있는 젊은이가 있다.
그가 예수님의 사랑받던 제자 사도 요한이다.
그는 자기 얼굴로 예수님의 머리를 기대게 하고 있다.
초록색 튜닉에 파란색 망토를 입은 남자가 고개를 돌려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바로 예수님의 시신을 수습한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다.
그는 긴 갈색 수염을 가지고 있고, 몸을 비틀어 다음 일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아직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새 무덤에 예수님을 모시려 한다.
오른쪽에는 짧고 엷은 수염을 기르고 파란색 두건을 머리에 쓴 남자가 있다.
그가 바로 몰약과 침향을 섞은 것을 백 리트라쯤 가지고 온 니코데모이다.
그는 노란색 튜닉과 녹색 망토를 입고 있고
두 손을 꼭 움켜쥐고 몸을 꼬며 슬픈 표정으로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다.
그도 요셉을 도와 예수님의 시신을 무덤에 모실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