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에 도랑연못을 만든 지 두 달이 되어간다.
처음엔 어색해 보이던 것이 시간이 차차 지나감에 따라 원래부터 거기에 연못이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변했다. 연못에 방생한 미꾸라지와 금붕어도 제법 성장해 안정적으로 살고 있다.
물이 있으면 물과 함께 살아가는 수서곤충과 개구리들이 모여든다.
물방개, 소금쟁이 물땅땅이들이 물속에서 수면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였다.
개구리는 참개구리와 옴개구리 두 종류가 경쟁하듯 연못을 근거지로 삼고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 너무 더워서인지 꿀벌들이 많이 찾아와 이끼에 묘기하듯 내려앉아 물을 마시곤 한다.
며칠 전엔 누룩뱀 한 마리가 돌틈으로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뱀이 나타나는 건 썩 기분 좋은 현상은 아니다.
이는 연못 하나가 생기면서 나타난 일종의 먹이사슬고리가 잘 갖추어진 것이라 보면 뱀이라고 징그럽거나
무섭단 생각보단 나의 수로고 하나의 작은 자연생태계가 구축되었다는 보람을 갖는다.
현장에서 버리는 화산석으로 만든 판석을 쎄랙스로 한 차 들였다.
후원 연못을 끼고 있는 통로에 자연석 박석을 걸음걸이에 맞게 한 줄로 깔았는데 여기에 판석을 촘촘히
깔려고 맘을 먹고 있던 터에 마침 재생용 판석을 득템 하여 퇴근 후 늦은 밤 열 시까지 옥외 전등불에 의지해
작업을 하였다. 병원에선 청력저하 원인이 체력저하로 생긴 것일 수도 있다며 앞으로 무리하지 말라고 했는데
눈으로 보고 안 할 수 없어서 예전보단 천천히 몸 상태를 봐가면서 일을 하였다. 그리하여도 일의 강도는 같다
다행히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을 잘 마쳤다.
이로서 후원의 도랑연못 일명 길지(吉池: 이름은 길할 길 연못지이지만 긴(長) 연못이란 뜻도 포함)가 완결되었다.
모모헌에 밤이 찾아오면 집 둘레와 베데스다 연못까지 합처서 하나의 팔자 코스의 사색로가 완성되었다.
기껏해야 백오십 평의 대지 안에서 무슨 사색로냐고 반문하겠지만 거리의 길고 짧음을 떠나 조용히 사색하며
반복적으로 걸을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어제는 달이 밝아 사색의 길을 돌며 이런저런 일들을 생각하였다.
지난 한 달 동안 몸이 아팠던 일 그리고 수련을 얻어와 심던 일 길지의 통로 박석을 깐일 등 이 모든 게 가능한 것은
내게 건강이 있었기 때문이란 사실에 나의 신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렸다.
정원을 조성하는 일에 있어서 나의 참 스승은 한결같이 자연이다. 계곡과 언덕 다랭이논 화전의 흔적지 등은 최고의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