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을 따지지 않는 '크로스젠더(Cross Gender)'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속옷 브랜드 임프레션 매장. 남성용 트렁크를 사는 20·30대 여성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선물용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입기 위한 구매다. 회사원 김효진씨(34)는 '홈웨어로 남성용 트렁크만큼 좋은 것도 없다. 여성용 트렁크는 너무 딱 맞아 불편하기 때문에 앞트임이 없는 남성용 트렁크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속옷 브랜드 비비안의 박종현 차장은 '드라마 <천생연분>에서 황신혜가 남동생의 트렁크를 홈웨어로 입는 장면이 나올 정도로 남성용 트렁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남성 사이즈로는 가장 작은 95사이즈 수요가 늘어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니커즈에도 크로스젠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남녀구분이 확실했던 예전과 달리 스타일 구분이 모호해지는 것. 패션에 민감한 남성들은 화려한 색상의 여성용을 구매하고, 튀는 것을 싫어하는 여성들은 심플한 남성용을 찾는 경우가 빈번하다. 현대백화점 본점 스니커즈 매장 '플랫폼' 관계자는 '이런 현상에 따라 아주 작은 남성용과 아주 큰 여성용 등 사이즈 선택 폭을 넓히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성용 화장품을 즐겨 쓰는 남성도 많아졌다. 화장품 브랜드 '크리니크'의 여성용 화장품 '쓰리스텝 스킨케어 세트'(5만∼6만원)는 구매고객 10명 중 3∼4명이 20·30대 젊은 남성일 정도로 인기다. 남성용 스킨과 로션이 별도로 판매되고 있지만 여성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다. 매장 관계자는 '무향·무알코올인 데다 피부 타입에 따라 골라 쓸 수 있기 때문에 피부에 신경을 쓰는 젊은 남성들이 주로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공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아 탈모 방지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여성용 화장품 브랜드 '아베다'(1만7,000원)의 로즈마리 민트샴푸도 하루 평균 4∼5명의 남성 고객이 즐겨 찾는 인기상품이다. 남성용 향수도 여성들의 아이템이 되고 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향수 관계자는 '남성용 향수 구매고객의 절반이 소비용으로 구매하는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트렌드에 따라 크로스젠더 상품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선보인 비비안 남성용 타이츠는 두달 만에 3만족(11억4,000만원어치)이 팔려나갔다. 여성용과 달리 배가 나온 남성들을 위해 복부 부위에 패널을 덧대는 특수 디자인을 가미했다. 내복과 달리 몸에 밀착돼 옷맵시를 살려준다는 것이 이유다. 현대백화점 본점 잡화코너의 정중용 대리는 '20대 전후 고객층에서는 남녀간의 구별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남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고, 상품의 기능을 우선시하는 자유로운 신세대 사고방식의 반영이다'고 말했다.
출처: 굿데이 2004.01.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