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받으면 열나는 증상을 치료한 경우 (조세신보 치험례 61)
29세의 H씨는 발열감이 너무 심해 한의원으로 찾아온 환자였다. 특이하게도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만 받으면 증상이 나타나는데, 몸에 열감을 느끼면서 실제 땀도 줄줄 흘러내려서 사회생활하기에 무척 불편하다고 호소하였다. 원래 이 환자는 5년 전에 아래턱이 돌아가는 증상 때문에 한의원에 내원했던 환자였다. 상급병원 진료 받기를 원해서 진료의뢰서를 발급해줬었는데, 병원 응급실 검사에서는 모두 정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후 신경정신과에서 ‘근경련’이라고 진단을 내리고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았었다고 했었다. 이 발열 증상은 그 때부터 생기기 시작했는데, 조금씩 심해져서 급기야 본 한의원에 찾아온 것이었다.
<진단과 치료>
일반적으로 몸에 열이나 화를 느끼는 경우에 체온과 상관이 없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염증이나 감기처럼 외감성 질환들에 의해서는 실제 고열이 발생하지만, 그냥 본인만 열감을 느끼는 경우들도 제법 있는데, H씨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율신경 계통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 이러한 증상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인체 신진대사가 촉진되면서 열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많다.
원래 화나 열은 위로 상승하기 때문에, 인체에서도 그 증상이 상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얼굴이 빨개진다든지 피부에 뭐가 난다든지 코나 눈에 출혈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열을 발산시키기 위해 땀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H씨가 바로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땀을 그치게 하는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몸속의 쓸모없는 열을 없애야 땀이 사라지는 것이다.
열이 발생하는 원인도 매우 다양하다. 원래 타고난 체질이 열(熱)체질인 사람도 있는데, 한겨울에도 반소매 반바지 차림으로 돌아다니기도 할 정도다. 이러한 경우에는 체질을 개선시켜야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성기능저하나 호르몬 부족으로 열이 발생되는 경우도 있는데, 엄마들의 ‘갱년기증후군’을 연상하면 된다. 몸속의 음혈(陰血) 성분이 줄어들다보니, 상대적으로 화나 열이 많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특히 허열(虛熱)이라고 부르는데, 화를 내리는 치료뿐만 아니라 진액을 보충해주는 치료를 병행해야만 병이 낫는다.
H씨의 경우처럼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심화(心火)라는 표현을 쓰는데, 말 그대로 마음이 움직여 불이 생겨난 것이다. 스트레스나 울화 등으로 인해 열이 생기다 보니, 발열감도 느껴지고 땀도 나게 된 것이다. H씨는 특이하게 운동을 하면 상쾌함을 느끼고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하였다.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몸속 열을 밖으로 발산시키기 때문에 증상이 좋아진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 비만상태였기 때문에 체중감량의 목적으로도 운동을 더욱더 권고해드렸다.
일단 그동안 누적된 노폐물로 인해 순환장애가 생기고 이로 인해 비만까지 발생된 것이기 때문에, 순환을 촉진시켜 노폐물을 배출시킬 수 있는 처방을 선택하였다. 더불어 마음을 다스리는 약을 함께 처방했으며, 기운을 높여주기 위해 녹용도 같이 처방하였다. 혹시 살찌면 어떡하냐고 걱정했지만, 이후 체성분검사를 통해 체지방이 줄어들었음을 확인시켜드렸더니, 만족해하며 연거푸 3번의 한약을 더 복용하였다. 두 번째 약부터는 자하거를 추가 투약하였는데, 실제 호르몬부족으로 인한 허열도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약을 먹고 체중이 감량과 더불어 열감과 땀이 좀 줄어든 것을 느꼈으며, 두 번째 한약을 먹은 이후에는 현저하게 열감이 줄어들었다고 하였다. 이후 추가로 복용한 한약은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차원에서 투약한 처방이었다. 이렇게 몸에 열감이 느껴지는 경우도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가까운 한의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처방받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