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과 독서, 그 불가분의 관계

[mathmania]

논술과 독서, 그 불가분의 관계

독서와 논술 어느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 논술고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의 강조한다는 것이다. 작년 서울 주요대 논술고사의 특징은 제시된 글이나 자료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구체화하여 표현하였는가가 더 중요한 요소이며, 비판적 사고 능력과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내용전개에 많은 배점을 부여했다고 한다. 논술에서의 창의성은 결코 남들이 생각해 내지 못하는 기발하고 엉뚱한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고 구체적이고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참신하게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능력을 말한다. 창의적 사고력은 비판적인 독서를 통해 신장할 수 있다. 책을 열심히 읽되 그 내용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비판해 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문제점은 없는지, 배경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중국 송나라 정치가이자 문인이 구양수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삼다(三多)’ 즉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 필요하다고 했다. 많이 읽는 것은 지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되고, 많이 쓰는 것은 문장력을 기르는 훈련이 된다. 또 많이 생각하는 것은 구성력을 연마하는 데 보탬이 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기본 요소는

첫째, 세계를 깊이 있게 분석해낼 수 있는 지식

둘째, 현상과 세계를 적절히 조직해낼 수 있는 구성력

셋째, 생각과 사고를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력이다. 글을 읽을 때 어떤 것이 지식에 해당하고, 어떤 것이 구성력에 해당하며, 어떤 것이 문장력인가를 눈여겨보며 읽는 습관이 중요하다. 글을 쓰는 행위는 끊임없이 글을 읽는 행위를 수반한다. 독서는 단지 지식을 얻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남의 문체, 구성, 표현력을 배울 수 있는 과정이다. 따라서 글을 쓰는 행위와 독서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논술은 제시된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고 논리적으로 글을 써야 하는 글이다. 여기서 글을 쓰는 행위에 초점을 맞춰, 가장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독서감상문 쓰기에 대해 살펴보자. (아직 독서감상문의 개념이나 어떻게 글을 써야할지 모르는 학생들이 다수인 것같아 옮겨봅니다.) 사실 독서감상문에는 어떤 형식이나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독서 감상문이기에 글의 줄거리와 읽고 느낀 감상이 들어가야 하는데, 줄거리를 먼저 쓰고 뒷부분에 느낌을 쓸 수도 있고, 줄거리를 쓰면서 느낌을 사이사이에 넣을 수도 있다. 다만 짜임새가 있는 독서 감상문을 쓰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글을 쓰게 된다.

1. 책의 내용 중 가장 감명 깊었던 내용을 마음속으로 정리한다.

같은 책을 읽고도 읽는 사람의 생각이나 배경지식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를 수 있다. 책에 나오는 많은 내용 중 자신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었거나 새롭게 알게된 사실 등을 떠올려 정리해 본다.

2. 제목을 정한다.

단순히 책의 제목 그대로를 독서 감상문의 제목으로 쓰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책의 내용을 마음속으로 정리한 것을 바탕으로 제목을 정하되, 쓰려고 하는 글의 주제에 맞게 제목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제목과 글이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

3. 독서 감상문의 첫머리를 자연스럽게 쓴다.

책을 읽게 된 동기가 될 수도 있고, 책을 처음 대했을 때의 느낌이나 책의 저자나 주인공 을 소개하거나, 또 책과 관련된 내용을 ‘자신이 겪었던 경험’으로 먼저 이끌어 낼 수도 있다.

4. 독서 감상문의 가운데 부분은 책의 내용과 느낌을 쓴다.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와 감명 깊었던 내용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쓴다. 줄거리만 쓰거나 줄거리 없이 감상만을 나열하면 그것은 감상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과학 독서 감상문의 경우는 새로 알게 된 사실과 나의 생각을 함께 쓰는 것이 좋다.

5. 글의 마무리는 책을 다 읽은 후 전체적인 나의 생각을 쓴다.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이나 감동을 정리한다. 주인공이나 다른 등장인물의 행동과 성격, 그 로 인한 결과에 대해 전체적인 자신의 생각을 쓴다. 작가가 왜 이런 글을 썼는지 생각해보 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또 글의 끝맺음 부분과 제목이 적절하게 어 울리는 지도 확인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자주 많이 써 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 글을 잘 쓴 사람들의 글을 읽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은 서울대학교 모의 논술고사(2004. 4. 22) 결과 86점으로 1등을 한 학생의 작품 일부이다.

[제시문1]은 기계의 발달이 시장체계를 발전시켰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고, [제시문2]는

철동의 부설이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변화시켰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두 제시문의 논지를

발전시키고 그것들을 서로 연결하여 산업혁명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기계의 발전이

인간의 ①사회적 관계와 ②문화적 양식을 어떻게 변화시켜 왔으며, 이러한 변화가 지니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논술하시오.

옛 우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산에 원숭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원숭이가 자연 속에서 자유와 행복을 누리며 살던 어느 날, 여우가 꽃신을 들고 찾아왔다. 이걸 신으면 발에 돌이 박히지 않고 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여우의 말에, 원숭이는 그 후로 계속 여우가 준 꽃신을 신고 다녔다. 처음에는 여우의 말대로 더 많은 자유를 얻은 것 같았지만, 여름이 되어 꽃신을 벗자 발바닥이 아파 더 이상 맨발로는 걸을 수 없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원숭이는 뒤늦게 여우가 자신에게 준 꽃신이 더 큰 자유가 아닌 무서운 속박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원숭이와 꽃신의 관계는 인간과 기계문명사이의 관계와 같다. 산업혁명이후로 계속된 교통과 통신등 과학기술의 발달과 공업의 발달은 인류에게 많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한 베이컨의 발전지향적 사고에 따라 노력해 온 결과, 재화의 생산량은 증대되고 공간거리는 단축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원숭이가 더 이상 맨발로 걸을 수는 없었듯이, 문명의 발달에 따른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났다.

(본문 일부 상략)..시장자본주의에서 인간은 단지 한 단위의 노동요소로 간주된다. 소설 ‘변신’에서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날만 결근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걸어 그레고르를 몰염치하고 불성실한 무뢰한으로 몰아붙이는 회사의 태도를 보면 인간소외현상을 볼 수 있다. 일말의 인간애도 없이 결근의 대가로 해직을 선고하는 회사의 행동은 인간자체보다 그 인간의 노동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의 모습을 그래도 보여준다. ...(중략)...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보면 주인공 싱클레어는 가정에서 어머니의 무조건적이고 따뜻한 사랑을 받으면 산다. 언제나 화목한 이 독실한 크리스트교 가정은 존재 양식적 삶을 대변하고 있다. 반면에 싱클레어가 사회에서 접하게 되는 아이인 크로머는 소유 양식적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싱클레어가 사과를 훔쳤다고 거짓말한 것을 빌미로 싱클레어를 협박하여 돈을 갈취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이기주의적이고 모든 것을 가지려고 하는 소유양식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도 기계문명아래 오로지 성장과 발전만을 목표로 자연과의 생태학적 관계나 다른 구성원과의 유대는 고려하지 않으며 달려 나가고 있다. (이하 본문 중략)

그간 인류는 기계의 발달을 통해 물질적 풍요라는 혜택과 시공간의 단축이라는 혜택을 향유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분리 시켰고 지역의 고유성을 파괴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결국 이것은 현대사회가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이익사회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익사회는 소유양식의 삶을 의미한다. 요즈음 불고 있는 슬로우 푸드, 느리게 살기 운동은 이익사회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며 미래의 우리사회, 문화적 모습은 이익사회의 부작용들을 어떻게 고쳐 가느냐에 달렸다.

구분	심사평	점수
이해 분석력	제시문에 대한 충실한 이해에 바탕을 두고 제시문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창조적인 논의 또한 가능했다. 아쉬운 점은 제시문 밖에서 제시된 예들에 대한 논의가 제시문에 나오는 논의들보다 양적으로 많다는 점과 문화적 양식의 변화레 대한 논의가 미흡	16점
논증력	본인의 주장과 제시문의 주장이 결합되어 있다. 글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도 서론과 본론 그리고 결론으로 이어지는 논리적인 전개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기계의 발달이라는 제시문과 논제의 취지에 충실하게 논지를 전개시킨 것이 아니라 이를 현대사회의 제반 문제들로 확장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식의 논지전개가 갖는 문제는 현대사회의 문제에 관한 천편일률적인 논의로 흐리기 쉽다는 점인데 이 글은 창조적인 예들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피해가고 있다.	26점
창의력	이 글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바로 창의적인 논리 전개이다. 특히 문학 작품에 대한 풍부한 예들과 철학적이고 이론적인 논의를 결부시킴으로써 글의 흐름이 딱딱해지지 않도록 한 것은 이 글의 돋보이는 점이다. 특히 도입부에 나오는 우화는 문제를 고찰하는 신선한 시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논의의 중요한 마디마다 구체적인 작품에 대한 검토를 집어넣음으로써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논의를 가능하게 해준다.	35점
표현력	이 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표현력이다. 문장이나 어휘의 구사력은 전반적으로 매끄러우나 특히 띄어쓰기의 경우 여러 군데에서 틀린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반드시 시정해야 할 단점이다. 또한 한 문단이 지나치게 길게 작성된 것도 이 글의 단점 가운데 하나인데, 전체를 4문단으로 구성하기보다는 보다 문단을 세분화했으면 더 좋은 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9점
	최종결과	86점

※ 모의논술고사 결과 분석 : 학생들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지시사항 불이행

모의 논술고사인 점과 감점 사항을 사전에 충분히 공지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길이 및 필기구에 의한 감점은 적용하지 않았다. 답안 길이 기준(2500자 ±300)에 미달한 답안은 26개였으며 그 가운데 1400자 이하는 7개였다. 실제 논술고사에서는 감점 사항이 적용될 것이며, 특히 길이 기준에 크게 미달한 답안은 과락 처리할 수 있다. 신원을 노출시킨 학생은 없었다.

이해분석력

이해분석력이란 논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논제와 제시문의 의미를 찾아 연결하는 능력이다. 제시문이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접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개념과 표현을 포함하고 있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익숙한 주제인 기계문명의 폐해에 초점을 맞추었다. 두 제시문은 기계문명의 폐해라는 피상적인 수준을 넘어서 기계적인 체계의 인위성과 자연성사인에 놓인 인간의 모순적 상황을 둘러싼 인위적 체계가 작동하는 양상을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을 중심으로 기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해분석력을 키우려면 다양한 텍스트를 접하고 그 속에서 핵심 어구를 찾아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논증력

논증력은 주장과 논거의 논리적 연관, 논의의 정합성 및 일관성을 의미한다. 자신의 주장을 제시함에 있어서 일관적이지 못한 글의 흐름과 논리적 비약은 빈번히 나타나는 문제점이고 무엇보다도 반대 주장과 논증에 대한 신중한 고려 없이 자신의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형식적으로는 서론, 본론, 결론의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논의가 전개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또한 자신의 주장을 제시한 후 논거나 사례를 제시하는 경우에도 그것들이 자신의 주장을 적절히 뒷받침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 제시문 2 ] 와 관련하여 ‘사이 공간’의 소멸을 말할 때 고속철의 예는 속도의 문제일 뿐 본질적으로는 같은 내용의 반복이다. 일괄적인 논리와 적절한 증명능력은 자신의 주장을 설득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하며, 특히 예증을 할 경우에는 논리의 적합성에 대해 깊이 검토해야 한다. 논중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평소에 자신이 쓴 글을 반복해서 읽고 검토하는 습관과 함께 자신의 글이 갖는 문제점을 다른 살마과 함께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창의력

여러 평가 항목 가운데 가장 기대에 미치기 못했으며 점수 편차가 가장 심한 항목이다. 창의력은 심층적-다각적 사고를 통한 주장 및 관점의 독창성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비슷한 문장으로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교훈조의 결론으로 끝맺는다. 이는 기존 논술 참고서에 제시된 정형화된 방식에 기초하여 비슷한 예상 문제를 가치고 연습한 결과로 추정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독자적인 사고능력을 표출하기보다는 예상문제에 대한 답안을 암기하는 방법으로 논술에 대비하지 않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논술의 원래 목표인 논리적, 비판적, 창의적 사고의 표출을 도외시하고 모범답안의 작성에 치중한다면 결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이번 채점 결과에서도 독창적인 논리를 전개한 답안은 예외 없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표현력

표현력은 단락의 구성 및 어휘사용의 적절성, 어법에 맞는 글쓰기 및 원고지 사용법 등을 말한다. 채점 결과 드러난 대표적인 잘못된 사례는 다음과 같다.

-구어적 표현

-불분명한 지시 대명사의 남발

-논리 전개와 무관한 접속사 사용

-잘못 사용된 현학적인 어휘

-부적절한 조사 -띄어쓰기, 원고지 사용법, 정자법 미숙

-의미 없는 단락구분

앞의 논술 예에서 볼 수 있듯, 논술에 있어 독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고나서도 무슨 내용의 책이었는지도 모른다면 그것은 책을 읽은 것이 아니다. 비판적으로 따져보고 적어도 글의 요지 파악과 줄거리 요약은 가능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논술에 대한 정보 전달을 위해서 부청교육청에서 실시한 독서교육과 논술관련 강의와 인터넷 자료, 글쓰기 관련 단행본에서 발췌, 요약, 편집한 것입니다.

참고자료

1. 강병혁, ‘독서교육과 논술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 2006. 4. 27 부천교육청 연수자료

2. 정희모, 이재성, 「글쓰기 전략」, 들녘, 2005

3. 네이버 블로그(영재교육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