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25-27일 석봉산악회1729차 한라산 안내산행
대상산 한라산 1950m 제주도 제주시 서귀포시
날짜 2011년 2월25일(금요일)-27일 2박3일산행
모임 장소 및 시각 25일 저녁6시 연안여객부두 제주행 대기실
참가자 39명(명단은 추후 게재)
회비 22만원
교통편 25일저녁-26일새벽 부산-제주여객선 코지아일랜드
27일저녁-부산 제주에어(제주국제공항)
제주에서는 45인승 버스로 이동
날씨 25일 맑음 온화한 초봄
26일 맑음 온화한 초봄 (하루 종일 폭우 예보 빗나감)
27일 하루 종일 비 제주 일대 호우주의보
일정 25일 저녁6시 코지아일랜드 승선 다인실서 하룻밤
26일 6시:제주항 하선 7시:식사 8시:성판악 도착
08시10분:산행 시작 12시10분:백록담 15시55분:관음사 주차장
17시30분:숙소 도착 19시:저녁 식사
27일 6시30분:식사 8시:돈내코 도착 8시10분:산행 출발
8시20분:국립공원사무소 착 호우주의보로 산행통제
9시:영실로 이동 영실주차장 도착 폭우로 산행 포기
10시30분:올레길 7코스 외돌개 도착
13시20분:점심 식사 후 7코스 걷기 중단
16시:삼방산 탄산온천 목욕 17시30분:저녁 식사
18시40분:공항착 19시30분:제주에어 탑승
20시50분:김해공항 착
운행 26일 39명 중 34명이 참석 성판악-백록담-관음사주차장 산행
27일 19명 돈내코 등산 참가 악천후로 영실산행도 취소
33명 돈내코 등산 참가자 포함 올레길7구간 걸음
(6명은 제주 시 등에서 자유행동)
산행 26일 성판악-정상-관음사주자창18.3km 7시간45분 후미8시간30분
08:10성판악출발-09:05 해발 1000m지점 -09:25사라오름 대피소-10:40
진달래대피소-11:55 해발1800m 수목한계선-12:10 백록담-12:30 왕관릉 백록담쪽 입구 나무테크서 식사-13:00 식사 끝냄-14:00 삼각봉산장-14:45
해발1000m지점-14:55 적십자대피소-15:55관음사주차장(18:30분후미 도착)
27일 돈네코-윗세오름산장-어리목 13.8km 산행통제로 취소
27일 올레 7길 7.5km 1시간40분 걸음 점심식시 후 걷기 중지
장비 26일 아이젠 스패츠 방풍복 사용
27일 우의
기타 26일 산행 발열도시락 사용 겨울 높은 산에선 이용 무방할 듯
27일 각자 가지고 온 보온 도시락에 밥 싸줘 반찬은 별도로 줌
보온 통 아닌 경우 도시락을 별도로 줌
산행 대장 이선균 011-578-0883
석봉산악회 051-895-0732
다음카페 석봉 산악회(pssukbong)
찬조 목욕비110,000원 전광우총무부장. 식사비 240,000원 이재윤회원
한라산 등산 및 제주도 2박3일 이모저모
2011년 2월25일 저녁 6시 부산 연안여객선 뱃머리에서 만난 33명. 대부분이 너무나 오랜만에 만남이라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웃고 떠든다. 설날이나 추석 때 가족들의 만남처럼 기쁨과 정감이 연안여객선 대합실을 홍수처럼 덮친다.
제주행 배를 탔다. 우리는 40명 잘 수 있다는 다인실을 배정 받았다. 비행기로 떠난 6명을 제외한 33명이 한방에 들었다. 소주, 떡, 과자 과일 등으로 끼리끼리 시작한 파티가 모두 함께하는 먹거리 잔치가 됐다. 33명이 한마음을 모은 축제다. 시간이 지나자 일부는 화투와 트럼프로 어울리고 대다수는 눕는다. 방이 비좁지만 즐거움은 넘실댄다.
어깨가 맞닿고 새우잠을 잔다. 베개를 들고 옆방인 식당에 가서 의자에 눕기도 한다. 새벽이 되자 식당에 자던 이들까지 방으로 와 잠자리는 더욱 비좁다. 얼굴과 얼굴이, 얼굴과 팔 다리가 닿기도 하고 세로와 가로로 눕는다. 담요나 이불은 아예 없지만 밀폐된 창과 만원인 탓에 방은 후텁지근하다. 한국전 때 피난생활이 문득 떠오른다. 얕게 코고는 소리도 들린다.
산악회에서 6인실 배정이 다인실로 바뀌어 배삯이 줄었다며 6천원짜리 저녁식사를 사 주었다. 밥맛 시원찮고 반찬 가지 수 적고 양까지 적은데다 손님에 대한 봉사자세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아무리 돈 가치가 없다고 하지만 세상에 아직도 이런 식사가 있다니. 그래도 6천원짜린데.
자는 둥 마는 둥 하다 아침 6시 제주항에 내렸지만 모두의 표정이 싱싱하다. 식당서 식사를 한 뒤 바로 성판악으로 가(08:10)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등산을 시작했다.
사라오름 대피소를 지나 진달래대피소에 도착했다.(10시40분) 선두와 후미가 30분정도 차이가 났지만 등산의 고통보다 눈길을 걷는다는 기쁨이 회원들의 얼굴에 스몄다. 폭우를 예보했지만 예보와은 아랑곧없이 등산객이 길게 열을 지어 올라 쉽게 앞지를 수 없다. 흐렸던 하늘이 시간이 지날수록 개고 햇볕이 강해진다.
수목한계선인 해발1800m에 도착했다. 손가락을 꾹 지르면 파란 물이 뚝 뚝 떨어질 것 같은 푸른 하늘. 그 아래 하얀 눈을 덮어 쓴 한라산 고스락. 그 짜릿함에 가슴이 파르르 떤다.
1950m의 한라산 고스락에서 백록담을 내려다본다. 하얀 분화구 바닥은 눈과 함께 얼음까지 하얗다. 하얀 백록담과 하얀 한라산 고스락이 푸른 하늘아래 모습을 정감 있게 드러낸 건 매우 드물다. 20여차례 한라산을 올랐지만 이렇게 환하게 모습을 드러낸 겨울 한라산 정상과 만남은 처음이다. 오늘 이 산을 오른 모든 산꾼은 행복 열차를 탄 사람이다. 빗나간 예보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너무 너무 행복하다.
백록담 분화구벽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왕관릉-용진각으로 내려가는 입구 나무판을 깐 전망대에서 백록담을 바라보며 점심식사를 한다. 찬바람이 제법 강하지만 이 멋진 광경에 추위는 줄행랑을 쳤다. 발열 도시락은 물을 부었더니 보글보글 끓으며 토하는 따뜻함이 또 다른 재미를 안긴다.
먼저 먹은 대원은 자리를 뒤에 온 대원에게 내 준다. 왕관령까지 대단한 경사라 먼 산만 보면 미끄러진다. 왕관령에서 옛 용진각대피소까진 사다리를 세워 놓은 것 같은 급경사.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 아예 계단을 뒤덮어 버렸다. 정신을 바짝 차려도 엉덩방아를 찧는다. 미끄러지다 급경사아래로 눈덩이처럼 구를까 왈칵 겁이 난다.
용진각대피소를 대신해 지은 삼각봉대피소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적십자 대피소-관음사 주차장까지 2시간이상 걸리는 길은 지겨움을 즐기는 마음가짐이 절실하다. 하지만 오늘은 그나마 주차장 가까이까지 눈이 있어 그래도 걸을만하다.
관음사 주차장 버스에 오른 34명은 다리를 약간 절기도하지만 표정은 기쁨과 자랑이 어울러져 너무나 싱그럽고 살갑다. 8시간 등산 한 피로는 온데 간데 없고 활기가 촉촉이 밴 목소리가 버스안에 가득하다.
여관방은 따뜻해 나무랄게 없지만 식사가 시원찮았다. 밥이나 반찬은 두고라도 손님에게 정성을 다 한다는 그런 의지도 자세도 보이지 않았다. 언제쯤 숙박업소에서 진짜로 손님을 모시게 될는지. 영업엔 조금 손해가 있더라도 작은 배려를 해야 하는데.
오늘 같은 한라산과 만남 때문에 모든 불만이 스르르 녹아 없어진다. 잠이 쏟아진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온 뒤 그쳤다. 오늘은 진짜 비가 퍼 부울 같아 걱정이다. 서둘러 돈내코에 갔다. 돈내코는 호돈이란 동네 이름에다 내는 개울을 말하고 코는 입구라는 제주 사투리. 돈내코 주차장에서 출발해 국립공원 사무실 앞을 지나는데 호우주의보로 오늘 산행은 금지란다. 우리 19명은 이미 출발한 버스를 불러 탔다. 영실에서 어리목까지 등산은 가능하다고 해 영실주차장으로 갔다.
영실에서 등산은 허용됐다. 버스는 우리를 내려놓고 떠났다. 등산을 시작하려는데 폭우가 쏟아진다. 모두가 주춤 주춤하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로 몰려든다. 잠시 비가 그쳤다가 5분이 되지 않아 다시 폭우다. 대장은 악천후로 인해 오늘 등산을 포기하고 그 대신 올레7길을 걷는다고 발표한다. 다시 버스를 불렀다.
버스를 탔더니 그래도 버스에 있던 동료들이 우릴 환영한다. 어떤 이는 오늘 아침에만 버스를 2시간이나 탔다는 즐거운(?) 비명을 토한다. 올레7길은 파도소리가 갯내음과 함께 질펀하다. 화산석이 뒤덮인 바닷가를 걷는 것도 무지무지 좋다. 비도 안개도 올레길 산책의 즐거움을 만드는 조미료. 습기 가득한 바닷가에서 갯바람과 함께 먹는 점심식사도 기분을 달군다.
탄산온천, 고등어조림에 홍삼회 곁들인 저녁식사, 그리고 황급히 달려간 제주국제공항. 도착에서 비행기 탑승까지 숨 가빴던 시간들. 안개가 자욱해 비행기가 뜨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깬 이륙. 눈을 감으니 제주2박3일이 흥미로운 영화 한편이 된다.
김해 공항에 내린 39명 모두는 등산을 한 게 아니고 꼭 축제에 참가 한 이들 같이 환하다. 웃음과 더불어 작별인사를 한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을 빈다. 참 멋진 2박3일이다. 우리는 남남이지만 이렇게 남 아닌 우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