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5일, 곡성 카누 캠핑장, 남도의 맛에 빠지다.
지난 4일과 5일에 있었던 전남 곡성 지역에서의 카약킹 후기 올립니다. 매 주 쉬지 않고 달린 탓일까요? 어제 오늘은 몸살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신세였지만 지난 주말의 남도에서의 그 느낌은 정말 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남도의 맛에 빠진 리베로님과 우분투… 불러만 주신다면 몇 번이고 다시 와 보고 싶더군요. 이하 후기에서는 존어체는 생략합니다.
5월 4일~5일, 곡성 카누 캠핑장, 남도의 맛에 빠지다.
1주일이 체 못 되는 홍보 기간 때문인가, 아니면 너무 먼 거리 때문인가? 출발하기 하루 전까지 같이 가자는 분들이 안 보인다. 늘 함께 하시던 파란하늘님과 반지왕님도 바쁘신지 함께 가지 못하는 눈치다. 외로운 여행이 되겠거니 생각할 무렵, 전날 리베로님으로부터 같이 갈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리베로님도 전부터 한 번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고 한다. 마침 시간이 되어서 가능 하다고… 아무튼 그렇게 동료가 생겼다.
4일 아침, 짐을 챙기고 곡성으로 떠나다.
어두운 새벽에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전날 늦게까지 밖에서 다른 일정이 있어서 미리 챙기지 못햇다. 헤드 랜턴을 끼고 여러 종류의 카약을 챙긴다. 늘 하던 일이라서 익숙하다. 캠핑을 할 물품 등등 다 챙겼다고 생각하며 출발하기 시작했다. 조금 지난 후에 중요한 물품을 하나 빼먹을 것을 알아냈다. 썬글라스. 카약킹에 필수라면 필수인 물품인데… 이미 많이 와서 어쩔 수 없이 이번 카약킹은 맨눈으로 해야 했다. 제발 구름이여 잔뜩 껴라.
경기도가 이렇게 큰 땅이었나 보다.
분명 네비에 나온 도착 예상 시간은 4시간 20분이 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예상은 경부고속도로를 들어가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이른 시간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도로는 주차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집에서 출발한 시간은 7시30분 정도였으나 경기도를 빠져나간 시간은 약 11시가 조금 안 되는 시간이었다. 세 시간 이상을 경기도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이 지역에 사시는 분(송선생님)과 만나고자 하는 시간은 오후 1시였는데 이미 너무 늦어 버렸다. 충남 공주에서부터 겨우 길이 열리고 있었다. 충청도에서 출발하는 리베로님은 길이 막히지 않아서 제시간에 도착할 듯 보여서, 먼저 도착하면 송선생님께 인사를 부탁 드렸다. 이런, 우분투는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군… 결국 오후 2시에 도착을 한다. 6시간 30분이 걸린 셈이다.
늦은 도착, 짐 정리 및 조립 준비
도착을 하니 리베로님이 미리 와서 반겨 주셨다. 몇 차례 카약킹으로 이미 친한 친구가 된 듯 낯설지 않고 좋다. 리베로님이 구축해 좋은 자리에서 우선 짐을 풀고 송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러 간다. 늦게 도착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반겨주셨다. 그리고 늦었으니 바로 점심을 먹자고 하신다. 내가 방문을 한다고 했을 때부터 먹을 것은 걱정 말고 오라고 하셨었다. 그래도 어떻게 그러냐라는 생각에 나름대로 먹을 것을 가지고 왔다. 하지만 다음 날 이 곳을 떠날 때까지 내가 가져온 것은 먹을 틈이 없었다. 남도 음식은 매우 훌륭했다.
대충 짐을 정리한 후 리베로님과 카약을 조립하고 있는데 식사 준비가 다 됐다고 한다. 와서 먹으라고 재촉을 해서 송선생님의 텐트 사이트로 이동을 했다. (거리는 약 30미터 정도이지만 막상 오고 가려니 멀게 느껴졌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첫 식사, 그리고 첫 번째 감동.
캠핑을 자주 하신다는 송선생님 부부, 이미 완벽한 상차림이 완성되었다.닭 육회, 난생 처음 경험하는 음식이다. 꿩 육회는 들어는 봤는데 닭 육회는 기억에 없는 것으로 보아 내게 새로운 영역이다. 리베로님도 나도 처음에는 좀 꺼림직했는데 맛을 본 다음에는 느낌이 바뀌었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한가 보다. 송어회 씹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부드러웠으며 별 거부감은 없었다. 식사는 송선생님의 지인분들도 동참하셨다.
가장 감동적인 입맛을 선사한 것은 김치와 각종 장아치 종류들이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느껴지는 김치의 깊은 맛, 그 외에 병풍나무잎, 고추, 매실 등으로 담은 장아치 종류. 이런 맛은 처음 경험해 보는 영역이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그 맛의 감동이 느껴진다. 리베로님과 나, 연신 싱글 벙글 즐거워한다. 서로 속닥속닥... 오길 정말 잘 했다고... 올 때 도로에서 느꼈던 교통체증의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진 느낌이다. 아~ 남도의 맛이여!~~~
즐거운 식사를 뒤로 하고, 드디어 패들링을 하다.
식사 시간이 길어진 탓에 오늘 카약을 못 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서 조립을 시작했다. 식사 전에 미리 어느 정도 조립을 해 놓은 상황이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보성강 모습
수량이 많아 보이나 짧은 구간만 이런 형식의 깊은 곳이 형성되어 있었다. 본격적인 카약킹을 하기에는 약간 부족해 보였으나 레크레이션용으로 즐기기에는 상관 없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보성강에 위치한 죽곡카누캠핑장
조립의 완성, 보성강에 카약을 띄우다.
리베로님의 쿠퍼, 우분투의 나락, 그리고 송선생님 부부와 지인들은 그린랜드2를 선택했다. 그린랜드2가 있었기에 오늘의 남도 카약킹도 가능했던 것이다. 고맙구나 그린랜드2야...
드디어 보성강에 카약을 하나, 둘씩 띄우기 시작한다. 우선 그린랜드2를 옮기고 나머지를 차례로 옮겨서 타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일러두기 전에 송선생님 부부께서 먼저 카약을 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직 초보라서 걱정이 됐지만 여기 카누학교 관계자이신 분께서 인도를 하신 듯 하여서 좀 안심이 됐다. 아무튼 가까이 가서 이런 저런 안전에 관한 설명을 드리고 기초 패들링을 알려 드렸다. 카약은 첫 경험이라고 하시던데 잘 저으며 잘 가셨다. 캠핑을 좋아하셔서인가? 자연과 물에 적응하는 능력도 좋아 보였다. 안정적인 그린란드2도 한 몫을 거뜬히 해 낸 것이다. 그렇게 송선생님 부부와 지인님들은 번갈아 가면서 카약을 탔다. 다들 즐거워하는 모습에 나도 뿌듯했다.
나락과 쿠퍼에게는 좁은 보성강
처음에 카누캠핑장이라고 해서 좀 긴 거리를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했다. 하지만 잔잔하게 즐길 수 있는 길이는 체 1km가 안 되었다. 물론 현재는 좀 건조한 날씨라 그렇다고는 하지만 예상보다는 못하였다. 언제나 나의 패들링 0순위인 나락을 뽑아들고 오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1순위인 레이드 I 416을 선택했어야 맞을 듯 싶다. (사실 우분투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들, 나락과 레이드1 416) 쿠퍼에게도 좀 좁은 지역이긴 하다. 바다에서나 어울릴 듯 한 두 녀석을 좁은 곳에서 타려니 약간은 어색한 모습니다. 이런 아쉬움은 다음날의 패들링까지도 계속되었다.
보성강의 작은 여울. 사진에서는 매우 거친 것으로 보여지나 실제로는 작은 규모의 여울이었다. 이런 것이 앞 뒤로 있었는데 그 중간의 카약을 탈 수 있는 공간은 체 1km가 되지 않은 것에 아쉬웠다.
나락 위에서 본 보성강의 전경들이다. 봄이 잔뜩 묻은 강 위의 분우기는 매우 밝았다. 저 멀리 송선생님 일행이 탄 카약들이 깨알같이 보인다. 몇 장 찍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진이 안 나온거 보니 아니었다. 도대체 무엇을 찍었던 것인가?
카약을 타기에는 너무 짧은 거리를 제공하던 보성강 죽곡카누캠핑장. 놀이터를 발견하다.
카약으로 1km를 가는 것은 너무나 금방이다. 하지만 여기는 그 길이 만큼도 허용되지 않는다. 아래로 타고 내려 갈 수도 있었으나 지역 정보가 없다 보니 이 마저도 쉬운 길이 아니었다. 뭐 신나는 게 없을까? 하던 찰라 위 쪽에 보아 두었던 작은 여울로 들어섰다. 흐르는 물에서 방향 감각과 스턴러더 기술을 익히는 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물론 카약의 균형을 맞추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내가 먼저 들어가서 연습을 시작했더니 곧 멀리서 지루해 하던 리베로님도 동참을 한다. 위의 사진은 리베로님이 연습하는 장면이다. 흐르는 물에서 카약의 앞부분의 방향이 갑자기 휘는 경험은 처음엔 두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경험을 하고 통제를 하는 법을 익힌다면 이 또한 패들링의 즐거움 중에 하나이다.
좁은 강이었지만 물이 집중이 되었기에 물살을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거칠게 놀다 보니 움찔할 정도로 놀란 경우도 있었지만 빠지는 것을 두려워 한다면 진정한 카약커가 아니리라. 빠져도 바로 옆이 캠핑장이니 무슨 문제인가?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패들을 저었다. 한 사람이 지치면 다른 사람이 바로 연습, 또 지치면 다시 바톤 터치. 이렇게 한 시간을 넘게 물살과 씨름을 했다. 오늘 가장 재미 있었던 기억이었다. 이름 붙이자면, ‘카약 런링 머신’이었다.
오늘의 카약킹 종료, 그리고 기다리는 즐거움... 저녁 식사
이렇게 해서 숨 막히는 막판 패들링을 마치고 선착장으로 돌아오니 송 선생님께서 저녁 준비가 다 됐다고 한다. 시간이 이렇게 기막히게 맞다니... 마침 출출하던 차에 맞게 저녘 식사가 준비됐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카약킹을 마치면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이것 저것 먹을 것을 챙겨서 저녘 준비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꿈만 같은 카약킹이다.
정리를 하고 씻고 나니 어느 덧 어두워졌다.
저녁식사는 삼겹살이다. 사실 삼겹살은 나머지 반찬을 그저 거드는 역할을 할 뿐이다.
전복, 껍데기만 있다. 사진 찍는 것보다 빠르게 없어졌다. 사실 그럴 틈도 없이 넘어갔다는 표현이 맞다.
저녁 식사는 간단하게 소개했지만 역시 최상의 맛이 느껴지는 밥상이었다. 어떤 음식점에서도 맛볼 수 없던 맛을 이런 캠핑장에서 먹어 보다니, 새롭고 신기한 느낌도 든다. 우리 나라도 무척이나 다양한 곳이구나. 나도 아직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여겨지니 살짝 웃음이 든다.
저녁 식사 후, 불 앞에서
저녘을 배 불리 먹고 나서 이제 다들 불 앞에 모여 앉았다. 각 종 음식으로 포만감을 느끼며 기분 좋은 따뜻함을 만끽한다. 사실 저녘 시간이 되니 좀 싸늘한 감이 없지 않다. 불 앞에서 또 한 잔씩을 주고 받는다. 오늘 마신 종류가 여러 가지이다. 소주, 막걸리, 오디주, 와인, 또 뭐가 있었더라? 아무튼 기분 좋게 마신 듯 하다. 불의 따뜻함과 분위기까지 더 해지니 취할 겨를이 없이 부드러움이 나를 인도한다. 좋다.
모닥불 연속 촬영. 돌려 보면 살아 움직이는 듯 보인다.
리베로님과의 2차 모닥불 토론
너무 늦어지는 듯 보여서 송선생님과는 인사를 나누고 리베로님과 나는 우리 텐트 사이트로 이동을 했다. 그냥 잘까 어쩔까 하다가 젖은 옷들도 말릴 겸 해서 불을 지폈다. 이런 저런 얘기, 할 말이 많았던 듯, 둘 모두 신나게 무언가를 이야기한다. 아쉽게도 가게가 멀어서 무언가를 사 오기가 힘들었다. 그냥 빨래 말리며 불을 쬐 가며 불 옆에 있었다. 그렇게 오늘 하루가 끝나 간다.
이상 1부 끝
1부는 보성강 ,죽곡카누캠핑장’에서의 이야기였습니다.
2부(5일)는 이제 보성강을 나와서 섬진강에서의 카약킹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카약킹... 곧 올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줄여요.
우분투
첫댓글 카약 런닝머신 딱이네요... 처음엔 좀 무서웠는네.. 패들로 스턴러더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혼자였다면 많이 심심했을 여행이었는데 동행해 주셔서 저도 덕분에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다음번 맛 기행은 어느 곳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