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감자 사기
겨울과 봄 사이에 시장을 지나다 묵은 감자를 무데기 지워놓고 파는 노점 앞을 지나며 생각한다. 올해는 감자를 심어야지.
고향 밭에 감자를 심어야지 하고 마음먹은 지가 언제인데 아직 한 번도 감자를 심어본 적이 없다. 감자는 이월 말경에 심는다고 들었는데... 내 머리 속엔 벌써 주렁주렁 열린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아들도 오고 동생도 오고 조카도 오고...
칠성시장에 씨감자 사러 갔다
씨감자 파는 곳을 찾는 동안 배 고파 죽겠다
씨감자 사기 전에 밥부터 먹어야겠다
보리밥 뷔페 집을 찾으니 주인도 없고 장사를 안한다
양파가게 아저씨께 물었다
보리밥 집은 문 안 엽니까?
열긴 뭘 열어요 벌써 닫았는데...
앗뿔사! 보리밥 집은 점심 때만 열고 저녁에는 닫는구나 새삼 깨닫는다
지금 시간은 오후 다섯시 사십분 보리밥 집 문이 닫혀있으니 배가 더 고프다
건너편 돼지국밥집을 찾아든다
돼지국밥 오천원
뚝배기에 돼지고기가 가득 들었다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밥 한 공기와 함께 후딱 해치웠다
배부르다
천천히 이쑤시며 씨감자 파는 가게로 갔다
씨감자 있심니꺼
있지예
얼마라예
작은 것은 한 박스 이 만원 큰 것은 한 박스 삼 만원이라예
큰 씨감자를 심으면 큰 감자가 열리고 작은 씨감자를 심으면 작은 감자가 열립니껴
아이라예 거루기에 따라 큰 감자가 열리기도 하고 작은 감자가 열리기도 함니데이
씨감자 크기하고 열리는 감자 크기하고는 관계 없심더
조금은 안팝니까 오 천원어치 정도요 한 두 고랑만 심을라 카는데예
지금은 박스로만 팔고 조금은 안팝니다 심을 철이 되면 조금도 팝니다
아, 지금 심을 철이 아임니껴
예 지금 심으면 잘못해서 봄 추위에 얼어뿌만 싹이 안납니더 한 삼월 십일 이후에나 심어야지예
아, 그렇심니꺼
아재는 감자 심어봤심니껴
아이라예 올해 처음으로 심어볼라 캅니더
밭은 띠직이낫심니껴
아이라예
아이구 그라마 밭부터 잘 거라노코 거름도 하고 심을 준비해 노코 삼월 중순에 사가서 심으소 지금은 안됩니더
아, 예 알겠심더 그 때 사로 올께예 안녕 계시이소오
하지가 들어있는 토요일에 나는 감자를 캤다
감자를 캐보아라
호미 끝에 닿는 감자 속살 다칠새라
조심조심 흙을 헤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