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예로운 상장과 졸업장을 받는 여러분을 보면서, 여느 졸업식과는 다른 특별한 감회를 느낍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말 못한 사정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보람과 기쁨도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양숙 여사는 9일 오전 서울 강서구민회관에서 열린 성지 중·고등학교(학교장 김한태) 졸업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권 여사가 축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날 졸업생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특별한 감회가 짙게 묻어났다.
성지중·고등학교는 1972년 5월 영등포 청소년 직업학교로 설립된 이후 1986년부터 학력이 인정되는 평생교육시설로 승인을 받았다. 현재 중학과정 11학급 426명, 고교과정 22학급 1298명이 42명의 교직원들로부터 수업을 받고 있다. 2005년까지 8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식 참석 요청하는 편지에 담긴 사연, 사연들
평생교육법에 의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다보니 졸업생들의 면면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날 769명(중학교 225명, 고등학교 544명)의 졸업생 가운데 전업주부가 30%, 자영업자가 15%에 이른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만학의 꿈을 접지 않은 ‘어르신’들이다. ‘젊은 학생’들 역시 쉽지 않은 가정형편에도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꿋꿋하게 자기 길을 개척해온 이들이다.
권 여사가 이날 졸업식에 참석하기까지, 졸업생들의 감회만큼이나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지난 1월 7일, 한 살 때 소아마비 장애인이 된 이후 마흔을 넘은 2002년 이 학교에 입학해 졸업장을 받게 된 양진수(46, 여)씨의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됐다. 양씨는 호원대 아동복지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보도를 접한 권 여사는 1월 10일 양씨에게 “만학의 꿈을 이루어 여대생이 되셨음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장애 아동들이 꿈을 당당하게 키울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 꼭 이루시길 바란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 권 여사는 자원봉사를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거나, 남다른 노력으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한 사람들과 같은 미담사례자들에게 축전을 보내왔다. 지난 1월 한달간 32건의 축전을 발송했다.
권 여사가 양씨에게 축전을 보내자 성지중·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의 편지가 줄을 이었다. 편지 하나하나에는 깊은 사연과 감회가 담겨져있었다.
“중학교 교복도 입어보지도 못한 한과 늘 아쉽기만 했던 졸업장, 시시때때로 흐르는 피눈물로 살다가 너무나 늦은 나이에 이 학교에 입학하여 졸업을 합니다. 백발된 나이로 지하의 교실에서 공부하는 우리 성지중·고등학교를 꼭 시찰해주세요.”(전규화, 77세, 여)
“저는 한 여자의 남편이며 두 아들의 아버지입니다. 저는 그동안 40년 이상 맺힌 한을 풀기 위해 이 학교에 왔습니다. 이런 학교가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못다한 공부에 대한 한풀이 장이 되어 지금은 얼마나 살맛나고 좋은지 모릅니다.”(정규남, 57세, 남)
1월 25일~2월 1일 100여통의 편지가 답지했다. 졸업식 참석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권 여사는 졸업식에 직접 참석하는 것으로 답장을 대신했다.
권 여사는 이날 졸업식에 앞서 졸업생들과 환담을 나누며 따뜻한 격려를 보냈다. 환담에는 축전을 보냈던 양진수씨, 중등과정을 졸업한 김선자(61)씨,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해나가며 우등상과 3년 개근상을 수상한 김수용(19)씨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배우고자 하는 분들 위해 기회 마련하는데 최선”
권 여사는 편지를 받아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사실, 너무 편지를 감동적으로 쓰셔서 제가 여기 안 올 수 없었다. 대통령께 어제 성지학교를 온다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했다”고 말했다. 양씨는 “축전을 처음 받았을 때 감동을 받았다. 작은 기사인데 보실 줄 몰랐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날 졸업식에서 권 여사의 축사는 이렇게 이어졌다.
“희수를 바라보는 연세에 배움의 소망을 이루어내신 어르신,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로 미뤄왔던 진학의 꿈을 성취해낸 어머님들, 그리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꿋꿋하게 학업에 정진해온 우리 청소년들, 모두가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평생교육에 대한 관심의 일환으로 방송대학교 발전후원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권 여사는 “이미 여러분은 배움에 대한 열정과 부단한 노력으로 가족과 후배들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주셨다”고 말했다. “정부도 배우고자 하는 모든 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졸업식이 끝나고, 권 여사는 학교를 나서면서 졸업생, 재학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저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배움의 꿈을 실현하고 있는 사람들의 박수가, 그날의 편지처럼 이어졌다.
다음은 권 여사의 축사 전문이다.
<김상철 국정홍보비서관실 행정관>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영예로운 상장과 졸업장을 받는 여러분을 보면서, 여느 졸업식과는 다른 특별한 감회를 느낍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말 못한 사정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보람과 기쁨도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희수를 바라보는 연세에 배움의 소망을 이루어내신 어르신,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로 미뤄왔던 진학의 꿈을 성취해낸 어머님들, 그리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꿋꿋하게 학업에 정진해온 우리 청소년들, 모두가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졸업생 여러분과 이 자리에 함께하신 가족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 한번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아울러 헌신적인 사랑과 노력으로 배움의 길을 열어주고 계신 김한태 교장선생님과 교직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지금은 평생학습 시대입니다. 배움에는 때가 있다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되고 있습니다. 일생을 통해 끊임없이 지식을 쌓고, 능력을 키워야만 하는 시대인 것입니다.
이미 여러분은 배움에 대한 열정과 부단한 노력으로 가족과 후배들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주셨습니다.
이제 그 열정과, 이곳에서 갈고 닦은 역량으로 더 많은 이웃들의 귀감이 되어주셔야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성공을 통해,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도 배우고자 하는 모든 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학벌이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받는 사회,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여러분의 졸업을 거듭 축하드리며, 모두의 앞날에 축복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