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나태주 -
날이 개면 시장에 가리라
새로 산 자전거를 타고
힘들여 페달을 밟으며
될수록 소로길을 찾아서
개울길을 따라서
흐드러진 코스모스 꽃들
새로 피어나는 과꽃들 보며 가야지
아는 사람들 만나면 자전거에서 내려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할 것이다
기분이 좋아지면 휘파람이라도 불 것이다
어느 집 담장 위엔가
넝쿨콩도 올라와 열렸네
석류도 바깥세상이 궁금한지
고개 내밀고 얼굴 붉혔네
시장에 가서는
아내가 부탁한 반찬거리를 사리라
생선도 사고 채소도 사 가지고 오리라.
시 /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군 초현리에서 태어났으며, 1971년 서울신문 시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대숲 아래서>, <산촌엽서>, <눈부신 속살>, 등이 있음
박용래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함.
이렇게 세상을 긍정하며 살고 싶다. 마음속에는 한적한 소로가 있고 시냇물이 돌돌 여돌차게 흘렀
으면 좋겠다. 코스모스 아니라도 싱싱한 마나리 새순이 자라나고 맵찬 추위 속에서도 매화꽃이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풍경. 그것이 나의 눈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자전거에서 안장에서 내려 지나가는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또 얼마나 다정한가. 그러면 나는
두 손으로 그이의 손을 꼬옥 감싸 잡으리라.
세상이 더 궁금했으면 좋겠다. 새봄을 앞둔 꽃씨처럼 세상이 황홀해서 가슴이 막 쿵쾅쿵쾅 울리고 몸이
근질근질 했으면 좋겠다. 잔손이 드는 일도 성가신 부탁도 다 들어줄 수 있는 너그러움이 있었으면
좋겠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 문태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