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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격려 편지를 받은 도서!
가족은 어쩌다 억압이 되었을까?
출판사 동아시아 한성봉 대표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지난주 금요일(19일) 대통령비서실에서 전화가 왔다”며 “문 대통령께서 『이상한 정상가족』을 읽으셨는데, 격려 편지를 보내고 싶으시다고 저자인 김희경 선생님의 주소를 물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책 만드는 자존심이 눈물로 살아났다”며 “책을 읽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후에 10년을 견뎌, 책 읽는 대통령을 만났다”고 반가워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책 읽는 사회를 만들 수 있냐고 사람들이 묻는데 대안은 ‘책 읽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상한 정상가족』은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이상적 가족의 형태로 간주하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로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책이다. 청와대 은수미 여성가족비서관이 문 대통령에게 책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은 사회를 반영하고, 가족 내에서 사회의 비극이 되풀이 된다는 지점에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부조리를 다양한 사례들과 연구 결과를 통해 드러내는 책. 18년 경력의 기자 생활과 세이브더칠드런에서의 6년에 걸친 경력 활동가 생활을 바탕으로 사회 시스템 차원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할 지점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특히 사회적 사각지대라 볼 수 있는 아동 인권의 문제를 가족과 가족주의에 관한 문제로까지 서사를 확장시켜 나간다. 가족주의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라는 거대 담론이 사실은 사회가 만들어낸 구성물임을 밝히고 이러한 담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우리 일상에 반영되었는지를 살핀다. 저자 김희경씨는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세이브더칠드런, 인권정책연구소,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등에서 활동했고 최근엔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로 임명됐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18년간 동아일보 기자, 6년간 국제구호개발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권리옹호부장, 사업본부장으로 일했다. 현재 인권정책연구소,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이사이며 아동인권, 인권옹호활동 기획 등을 강의하고 글을 쓴다.『흥행의 재구성』,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내 인생이다』, 『여성의 일, 새로 고침』(공저)을 썼고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아시안 잉글리시』, 『푸른 눈, 갈색 눈』,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공역)를 번역했다. 기자로 일할 때는 가장 긴 시간을 문화부, 사회부에서 보냈다. 비영리 단체에서는 제도와 인식 개선을 목표로 하는 ‘권리옹호(advocacy)’를 맡아 일했다. 이력이 드러내듯 사람들의 행동에서 문화적 패턴을 읽어내고 사회 현상을 관찰하고 어떻게 바꿀까 궁리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쓴 책들의 목록에서 보다시피 초지일관 한 우물을 파는 전문가는 되지 못했다. 그때그때 관심이 꽂히는 영역에 뛰어들어 경험하고 질문하여 책을 써왔다. 여러 분야를 훑고 다녔지만 꾸준히 몰두하는 주제는 사람의 개별적, 집단적 마음이 만들어내는 변화와 성장의 이야기다.
나는 선량한 많은 이들이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금을 매우 쉽게 긋는다는 걸 깨달았다. ‘정상가족’ 내에서 허용하는 체벌과 ‘비정상가족’에서나 일어나는 학대. 두 가지는 서로 다르고 섞이지 않는다고들 생각한다. 마치 정상과 비정상이 매우 동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런 사고방식은 뭔가 좀 이상하다. 여성에 대한 폭력에 빗대어 생각해보자. 요즘 우리는 ‘성폭력은 나쁘지만 부부나 연인 사이에 다투다 보면 뺨 몇 대쯤 때릴 수 있지 뭐’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성희롱을 더 이상 직장 내에서 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농담으로 간주하지 않고 성폭력에 포함시켜 금지한 게 한참 전의 일이다. 여전히 성희롱이 자주 일어나는 현실이기는 해도, ‘대부분의 회사에서 다들 하니까 그 정도는 괜찮다’고 말하지 않을 정도로까지는 사회적 인식이 발전해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아이들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학대는 나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리지 않고 키우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버릇을 가르치기 위해 체벌은 어쩔 수 없고, 나도 맞고 자랐지만 잘 크지 않았느냐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앞에 예...나는 선량한 많은 이들이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금을 매우 쉽게 긋는다는 걸 깨달았다. ‘정상가족’ 내에서 허용하는 체벌과 ‘비정상가족’에서나 일어나는 학대. 두 가지는 서로 다르고 섞이지 않는다고들 생각한다. 마치 정상과 비정상이 매우 동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런 사고방식은 뭔가 좀 이상하다. 여성에 대한 폭력에 빗대어 생각해보자. 요즘 우리는 ‘성폭력은 나쁘지만 부부나 연인 사이에 다투다 보면 뺨 몇 대쯤 때릴 수 있지 뭐’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성희롱을 더 이상 직장 내에서 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농담으로 간주하지 않고 성폭력에 포함시켜 금지한 게 한참 전의 일이다. 여전히 성희롱이 자주 일어나는 현실이기는 해도, ‘대부분의 회사에서 다들 하니까 그 정도는 괜찮다’고 말하지 않을 정도로까지는 사회적 인식이 발전해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아이들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학대는 나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리지 않고 키우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버릇을 가르치기 위해 체벌은 어쩔 수 없고, 나도 맞고 자랐지만 잘 크지 않았느냐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앞에 예로 든 검사와 기자처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벌과 학대는 동떨어져 있으며 그 사이의 경계가 뚜렷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왜 우리는 이런 생각을 갖게 됐을까?
--- p.19-20
부모의 친권이 지나치게 강한 나라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권리는 부모의 자유권이라기보다 자녀의 보호를 위해 부여되는 기본권으로 권리보다는 의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가족 내에서 부모의 양육방식은 치외법권적 ‘천륜’의 영역이 아니며 인권 보호를 위한 국가의 제재 대상이어야 한다. 비대한 국가를 선호해서가 아니다. 공공의 개입이 닫힌 방문 안에까지 이루어질 때에만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고 자유로워지는 약자들이 가족 안에 있기 때문이다.
--- p.57
벼랑 끝에 몰린 미혼모가 영아유기라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 처벌은 여성만 받는다. 현행법이 직접 아이를 버린 행위를 한 사람만 처벌하기 때문이다. 친부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지만 도움을 거절당해 아이를 유기했을 때도 친부는 법적 책임이 없다. 아이는 남녀가 함께 있어야만 만들 수 있는데 왜 여성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는 걸까.
--- p.113
‘평소 다문화가정의 아동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두 개만 적어보라’는 주관식 질문이 있었다.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이랬다.
“따돌림, 더럽다, 외모, 의사소통, 아프리카, 초콜릿, 짜장면, 흑인, 불행….”
그 학교 학생 중엔 외모로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다문화가정 아이는 없다고 했다. 설문에 응답한 학생들이 다문화가정 아이를 직접 본 적이 있건 없건 간에 ‘다문화’라는 개념 자체에 따라붙는 혐오의 리스트가 놀라웠다. --- p.148-149
한국에서 가족은 왜 이렇게 중요해졌을까?
자녀 체벌, 매니저 엄마, 미혼모 차별, 해외입양…가족 안팎의 그림자부터
회사, 학교, 사회로까지 퍼진 대한민국 가족주의의 민낯을 드러내다!
“그의 글은 아이와의 관계에서 대다수의 어른은 폭력자였음을 실토하게 만든다. 해부학자처럼 촘촘하고 집요하게. 사회학자처럼 넓고 깊게. 고발기자처럼 핵심적이고 빠른 속도로. 그 모든 것은 김희경의 일이기도 했고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이기도 하다.”
_정혜신(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치유공간 이웃] ‘이웃치유자’)
“이 책은 가족의 이름으로 아동의 인권이 어떻게 짓밟혀왔는지 생생히 보여주며, 가족의 문제를 왜 가족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되는지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개인적으로 ‘올해의 발견’으로 꼽고 싶은 책이다.”
_김현경(인류학자, 『사람·장소·환대』 저자)
한국에서 가족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한국 사회를 옥죄는 가족주의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2017년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사교육비는 1인당 월 25만 6,000원으로 역대 최고였다. 같은 기간 한국의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동시에 302명의 갓난아기가 버려졌고, 334명의 아이들은 해외로 입양 보내졌다. 아동학대로 숨진 아이들은 한 달 평균 3명이었다. 한국 남성이 집에서 자녀와 함께 보낸 시간은 하루 평균 6분이었고, 육아휴직을 한 여성의 43%가 복직 1년 안에 사표를 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삶의 질 종합지수’에서 10년 전보다 후퇴한 유일한 항목은 ‘가족·공동체’ 영역이었다.
저출산, 사교육 문제, 아동 학대, 해외 입양 등 통계 수치들은 각각의 원인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상한 정상가족』의 저자 김희경은 이 모든 문제들을 연결하는 단어로 가족을 꼽는다. 가족 안팎의 이러한 일들이 개별적 조각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었을 때 드러나는 한국 사회의 맨얼굴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가부장제를 근간으로 한 한국의 가족주의와 특정한 가족 형태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 그동안 가족주의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은 여성주의적 입장에서 많이 제기되어왔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가족을 둘러싼 문제로 아이들 또한 고통 받고 있음을 차근하게 이야기한다.
가족주의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한국 사회에서 어...한국에서 가족은 왜 이렇게 중요해졌을까?
자녀 체벌, 매니저 엄마, 미혼모 차별, 해외입양…가족 안팎의 그림자부터
회사, 학교, 사회로까지 퍼진 대한민국 가족주의의 민낯을 드러내다!
“그의 글은 아이와의 관계에서 대다수의 어른은 폭력자였음을 실토하게 만든다. 해부학자처럼 촘촘하고 집요하게. 사회학자처럼 넓고 깊게. 고발기자처럼 핵심적이고 빠른 속도로. 그 모든 것은 김희경의 일이기도 했고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이기도 하다.”
_정혜신(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치유공간 이웃] ‘이웃치유자’)
“이 책은 가족의 이름으로 아동의 인권이 어떻게 짓밟혀왔는지 생생히 보여주며, 가족의 문제를 왜 가족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되는지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개인적으로 ‘올해의 발견’으로 꼽고 싶은 책이다.”
_김현경(인류학자, 『사람·장소·환대』 저자)
한국에서 가족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한국 사회를 옥죄는 가족주의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2017년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사교육비는 1인당 월 25만 6,000원으로 역대 최고였다. 같은 기간 한국의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동시에 302명의 갓난아기가 버려졌고, 334명의 아이들은 해외로 입양 보내졌다. 아동학대로 숨진 아이들은 한 달 평균 3명이었다. 한국 남성이 집에서 자녀와 함께 보낸 시간은 하루 평균 6분이었고, 육아휴직을 한 여성의 43%가 복직 1년 안에 사표를 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삶의 질 종합지수’에서 10년 전보다 후퇴한 유일한 항목은 ‘가족·공동체’ 영역이었다.
저출산, 사교육 문제, 아동 학대, 해외 입양 등 통계 수치들은 각각의 원인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상한 정상가족』의 저자 김희경은 이 모든 문제들을 연결하는 단어로 가족을 꼽는다. 가족 안팎의 이러한 일들이 개별적 조각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었을 때 드러나는 한국 사회의 맨얼굴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가부장제를 근간으로 한 한국의 가족주의와 특정한 가족 형태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 그동안 가족주의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은 여성주의적 입장에서 많이 제기되어왔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가족을 둘러싼 문제로 아이들 또한 고통 받고 있음을 차근하게 이야기한다.
가족주의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사적 맥락을 가지고 있는지 구체적 제도의 사례를 통해 밝히면서, 저자 김희경이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활동했던 당시의 생생한 경험들과 고민도 함께 담아냈다.
‘가족이니까 괜찮다’고 여겨지는 폭력들에 반대한다!
: 가족의 문제를 가족에게만 맡겨두면 안 되는 이유
저자 김희경은 2013년 울산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진상조사를 하면서 부모의 체벌에 대한 근본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모든 종류의 체벌을 없애자는 캠페인을 제안했다. 당시에 주위로부터 들었던 말은 “체벌? 에이, 나도 아이들 때린 적 있어요. 그거랑 학대는 좀 동떨어진 거 아닌가?” 하는 반응이었다. 부모의 체벌을 ‘사랑의 매’로 여기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6년 국민 인권의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절반가량은 아동, 청소년을 체벌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체벌은 평범한 ‘정상가족’에서, 학대는 특별히 문제가 있는 ‘비정상가족’에서 일어나는 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들은 처음부터 부모나 보호자가 아이에게 해를 입힐 ‘의도’로 시작된 학대는 없다고 말한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은 “학창 시절 회초리나 채찍으로 매를 맞았던 이들은 거의 한결같이 그 덕에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내가 볼 때는 이렇게 믿는 것 자체가 체벌이 끼치는 악영향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랑의 매’에 대한 신뢰는 어쩌면 러셀의 말처럼 체벌의 악영향인 것은 아닐까?
영국 세이브더칠드런은 2001년, 아이들에게 체벌의 경험에 대해 질문한다. “상처받음, 무서움, 속상함, 겁이 남, 외로움, 슬픔, 성남, 버려진 것 같음, 무시당함, 화남, 혐오스러움, 끔찍함, 창피함, 비참함, 충격받음.” 아이들이 느꼈던 체벌의 경험은 과연 ‘사랑의 매’가 훈육으로서의 의미가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어른을 때리면 폭행죄로 처벌받지만 가족 안에서 이루어진 체벌은 왜 괜찮다고 용인되는 것일까? 김희경은 이러한 한국 사회 일반의 생각이 자녀를 소유물로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아이의 스케줄 관리부터 진로 설계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는 부모의 태도나 부모가 자녀의 숨을 거두고 스스로 자살한 사건을 온정 어린 시선에서 ‘일가족 동반 자살’이라고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방식 또한 연장선에서 바라본다. 서로 다른 사건 같지만 자녀를 소유물로 여긴다는 점에서 둘은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거나 포장된 폭력들을 드러내고 그 기저에 한국의 가족주의가 뿌리내리고 있다고 말한다. 제도와 정책들이 가족 단위로 설계되고, 공적 영역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까지 가족이 짐을 떠안는 사회에서 모든 경쟁은 개인이 아닌 가족 단위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이 지나치게 중요해진 이유이다.
누가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을 규정하는가
: 한국이 저출산 국가이면서 갓난아기 수출국인 이유
한국은 지난 65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해외 입양을 보낸 나라이다. 저출산을 걱정하는 나라에서 하루에 한 명꼴로 갓난아기들이 버려진다. 대체 왜 그토록 많은 아이들이 버려지는 것일까? 2011~2016년 경찰에 입건된 영아 유기 피의자의 79.3%는 여성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미혼모로 추정된다. 김희경은 ‘결혼=출산’의 등식이 지나치게 강한 탓에, 미혼모와 그 자녀들은 ‘비정상’으로 여겨지고 제도적·사회적 차별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 아이를 낳는 시기에 직장을 그만둔 미혼모는 2009년 기준 93%였다. 김희경은 이렇게 구조적으로 아이 버리기를 부추기는 사회에서 아이를 버리는 ‘주범’이 미혼모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책에서는 ‘혈통적 한국인’들이 ‘정상가족’이 되어 ‘비정상’에 해당하는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들과 그들의 자녀를 차별한다는 점도 함께 지적한다. 가족주의가 견고해질수록 내집단 중심이 되고, 외집단을 배제하는 경향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함께 살기, 가족의 짐을 사회로
근대화 과정에서 약해지기 마련인 가족주의가 한국 사회에서는 특이하게도 강력해졌다. 이는 국가가 사회 문제를 가족의 책임으로 떠넘겼기 때문이다. “사람을 먹이고, 키우고, 보호하고, 가르치고 치료해주고, 부축해주는 그 모든 일들이 전부 가족 책임”이 된 것이다. 책에서는 가족주의가 제도로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여러 예시를 들어 이야기한다. 가령, 기초생활수급제의 부양의무제는 극빈층이어도 허울뿐인 가족이 있으면 지원 자격이 박탈되는 점을 사례로서 소개한다.
또한, 가족주의가 학교나 회사 등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는지 이야기하고 우리 사회에서 ‘가족’이 호명되는 방식을 말한다. 문제를 제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 가족 안에서 개인은 보다 자율적인 주체여야 하고 느슨하게 연대하며 서로를 돌봐주는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입법 제안과 국외 사례 소개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