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초가 왔습니다.
아니, 어제 밤 지인과 함께 울 집 근처에서 가벼얍게 생맥주 한잔 하자는 자리에 무초부터 시작하여 하나 둘 연락이 되어 낑기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예닐곱이 꿍짝이 맞아 새벽까지 수다 떨며 놀았나 봅니다. 당연 떡실신~ 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우리집 좁은 좁은 거실 바닥에 엎어져 있고 작은 서재엔 무초가 덩그러이! 책상위에는 어지러이 어젯밤 긁은 영수증 명세서가 즐비 합니다. 우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실눈을 뜨고 째려보네요.
밤새 뭔일이 일어났었는지는 모르지만 분위기상 미안하다고 말을 해야 될듯 하나 모른척 꿀꺽 목구멍으로 삼키고 숙취해소도 하고 시원한 바람 쐬러 남산 산책 가자고 했습니다. 냉동실에 얼려 놓은 물통 하나 작은 배낭에 넣고 혹시나 가는 걸음 붙 잡는 곳 있으면 읽을 책도 한권 챙겨 반바지 나시 차림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내 꼬라지가 깻잎머리 꼴통 여중생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일단 동국대로 올라 상록원이라는 학생식당에서 속풀이로 얼음 동동 냉면 1800원 한 그릇을 비웠습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남산-명동-을지로-청계천-종로-광화문-통의한옥-청와대-삼청동 한옥-경복궁-인사동.... 죙일 돌아 다녔습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ㅎㅎㅎ.
즐거운 도반을 만나니 해볕 한 움큼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여느 때처럼 우리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특히 종교 사상사 까지 골고루 입안에 넣고 씹어 돌렸습니다 켁~ 보통 사람들은 이것을 개똥철학이라고 하죠.
동국대 상록원이라는 학생 식당은 남산 북쪽 순환로 바로 밑, 걸어서 3분정도에 있습니다. 메뉴 다양하고 맛있고 쌉니다. 어제 광란의 밤을 보냈기에 난 속풀이가 필요했던 터라 냉면을 주문하여 후루룩. 무초는 육수가 고깃 국물이라고 사양합니다. 그러든지 말든지..............
에고~ 그기서도 아는 오라버니들을 만났습니다. 불쌍스럽게 남정네 둘이서 아침부터 우아하게(?) 빵과 커피로 양식을 하는 듯합니다^^*. 손 붙잡고 커피한잔 하고 가라고 난리입니다. 막 내린 아메리카노 냉커피 한잔 테이크아웃하여 도망치듯 나와 남산 올랐습니다. 또 잡혔습니다. 이제는 제가 아침 마다 부지런 떨며 배드민턴 하는 곳입니다. 일요일이니 늘 그렇듯이 동호인 끼리 모여 종일 담소도 나누고 맛있는 것 먹음서 운동하며 땀을 뺍니다. 살얼음이 살짝 떠 있는 션한 막걸리가 날 유혹합니다. 눈으로만 마시고 목돌아 가는 시선을 간신히 돌려 나왔습니다. 무초를 제 딸이라고 소개 시켰더니 처녀가 우예 아를 낳냐고 난리입니다. ㅋㅋㅋ 울 자슥은 군대가고 울 딸은 맨날 바뀝니다. 아는 사람은 압니다.
진도개입니다. 그 참, 개도 잘 생긴 놈이 있더군요. 귀티 도도 당당 위엄 등등 골고루 다 갖추었습니다. 특히 털 색깔이 예술입니다. 걷는 모습도 버킹검 궁전 앞에서 씩씩하게 사열하는 명문가 말 같습니다. 사진을 한장 찍고 싶어 가까이 갔더니 옆 눈으로 자꾸 힐끔힐끔 쬐려 봅니다. 호시탐탐 노렸다가 순간 날 어떻게 하려나 싶어 잔뜩 겁을 먹고 있으니 주인 아저씨 왈, 개가 부끄럼을 많이 타서 그런 거랍니다 웁스~.
짜슥~ 이쁜 건 알아가지고 ㅋㅋㅋ
남산 북로를 주욱 걸어 남산 케이블카 타는 곳 아래 유명한 돈까스 집들이 있는 곳을 지나 명동으로 갔습니다. 티벳탄이 하는 티벳 전문 음식점입니다. 실내는 옛날 티벹의 수도 라싸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수도라기에는 너무나 소박한 풍경입니다. 야구르트 같은 플레인 라시를 시켰습니다. 삼각뿔 같은 사모사도 티벳빵 띵모도................ 나 쪼끔 주고 무초가 다 무겄습니다. 지지배......................
옆에 나온 새로운 메뉴는 이름이 완전 남의 나라 스러워 못 외웁니다. 무초는 줄줄 꽵니다. 육식을 잘하지 않는 무초에게는 왔다인 식당. 맛있습니다.
명동 성당 앞에 있는 티벳 식당에서 나와 명동 중앙 길로 걸었습니다. 오후 땡볕이 시작되고 인산인해입니다. 난 그 가운데서 동서남북 구별도 못하는고 섰는데 무초는 구석구석 잘도 돌아 다닙니다. 걸어다니는 네비게이션~! 서울 지도를 하나 구해 볼려고 애를 써 봤지만 그 많은 길거리에 도우미 하나 없습니다. 월세가 1억 8000도 있다는 화장품 가게 골목에서 남성용 로션을 하나 사고 바삐 빠져 나와 을지로로 길을 틀었습니다. 걷다보니 바로 청계천이 눈앞입니다. 인도가 넓습니다. 일요일이라 청계천 양 쪽 차길을 막았나봅니다. 평일 같으며 좁은 길에 오가는 차들과 사람들로 얽히고 섥혀 난리부르스였을 차도가 션하게 뚫려있습니다. 도로를 신나게 횡보하며 광화문 쪽으로. 여긴 광화문 앞 세종대왕 동상을 막 지나 경복궁을 찍은 것입니다만 광화문만 나왔습니다. 멀리 인왕산도 보입니다.
광화문을 앞으로 보고 왼쪽으로 트니 효자동(?)이라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오래전에 보았던 효자동 이발사 생각이 나 그 기분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경복궁 옆으로 걸었습니다. 길거리 요소요소에 경찰들이 깔려 있습니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몰랐습니다. 청와대가 그 근처라는 사실도 ........흐미.
걷다 보니 대림미술관이 나옵니다. 역시 무초는 이 박물관 역사까지 꿰고 있습니다. 지지배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스무세살 답지 않게 세상 살이에 박식합니다 후후~ . 뒷뜰에서 자판기 음료수를 빼서 수녀님 옆 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잠깐 쉬었습니다. 미풍이 산들 불어 옵니다. 대나무도 있고 참 깔끔합니다.
골목 길을 헤집고 들어갔더니 동네가 온통 아트입니다. 집도 길도 창가에 메달아 놓은 운동화도. 그곳이 통인동 한옥 마을인가 봅니다. 제가 외국인이 되어 한국 사람들 사는 마을을 눈 똥그랗게 뜨고 구경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서울 한 복판에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동네가 있다니 신기하고 생소하고.
위의 사진은 어느 집 대문이 빼꼼 열려 있기에 스윽 밀고 들어 갔더니 안에는 한옥 집을 개조하여 반은 사진 관련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고 또 다른 반쪽은 카페로 사용한다는 곳을 찍었습니다. 전시는 끝났고 ........ 카페 여주인이 아직 내리지 않은 사진이 몇장 걸려 있을 것이라며 등 떠밀어 넣었습니다.
통인동 카페는 옆 집 마실 간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데나 걸터 앉아 책도 보고 잡지도 보고......... 그러다 꾸뻑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중년의 여인들도 많습니다.
가로 대략 1미터 반 정도 될꺼나......... 하튼 요기서도 뭔가를 하나 봅니다. 번듯하게 간판이 걸려 있습니다.
페인트가 낡아 떨어져 나간 담 벼락에도 보기에 흐뭇한 낙서를 해두었더군요.
참말로 꾸미지 않고 작위적이지 않게 다가오는 예술행위인듯합니다.
차 다니는 길이 우찌 이리도 한가한지........ 시골 작은 읍내 뒷골목 같습니다.
길을 막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도무지 내 머리로는 엘리스의 나라 같은 이 통인동 옥인동 일대의 묘한 분위기의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여기는 밖에서 보면 딱 창고입니다.
호기심에 문 틈새로 안을 염탐하다가 삐꺽 소리가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깔끔하며 소탈하게 꾸며진 전시장이었습니다.
골목골목 미로를 쫒다 보니 대로가 나왔습니다.
청와대 앞 길이랍니다. 의외로 담장이 낮습니다. 사람들도 많이 다닙니다. 연일 메스컴에 비리며 권위며 등등 온갖 부정부패가 쏟아져 나오는 위정자들 소식이지만 우리 나라 많이 좋아진 듯합니다 ㅎㅎㅎ
청와대를 지나 삼청동으로 가는 중입니다.
날씨가 더우니 무초가 팥빙수 타령을 하기 시작합니다. 기어이 길가에 쪼그려 앉았습니다. 나는 연신 로머가 되어 사진 찍기 바쁩니다. 구석 구석 작은 공간에 이쁘게 꾸며진 곳이 많습니다. 강남에 살래? 강북에 살래? 난, 칠레레 팔레레 돌아 다닐 수 있는 강북에 살랍니다.
청와대를 벗어나는 끝 자락에 국무총리 공관이 있고 그 앞 길이 삼청동 길이랍니다.
바로 옆 간판에 수제비집이라고 씌어 있고 사람들이 바글바글. 제가 수제비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푼수라 한 그릇 주문하여 뚝딱 해치워습니다. 맛있습니다 8000원. 무초는 팥빙수 아니면 안먹는다하여 한그릇만 주문한 것인데 맛있게 잘도 먹습니다^^*. 열무김치가 함께 나옵니다. 내 어렸을 적 동네 우물 가에서 엄마가 갓 솎아 온 열무를 씻어 몽돌로 생고추 갈아 만들어 주신 딱 그 열무김치 맛입니다.
삼청동 길입니다.
삼청동 길을 앞서서 걷다가 뒤돌아 보니 졸졸 따라와야 할 무초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에고머니~ 남의 가게 집 앞 유리창에 붙어 서서 내부 염탐하느라 정신없습니다. 왜 그냐니까 인터넷에 나왔던 것 같은 집이랍니다. 후후~ 인터넷 너무 믿어도 안되는데......
서울 땅이 비싸서 그런가............
카페며 일반 집들도 약간의 여유 공간만 있으면 이렇게 이쁘게 꾸며 놓았습니다.
삼청동에서 계단 타고 비탈을 올랐더니 가회동이랍니다. 한옥마을이죠.
그곳은 비경8이 있는데 위의 사진은 비경 5에서 찍었습니다. 몇 백년 전 지어진 집이 이 정도라면 권문세가 부잣동네였을 듯합니다. 요즘 집들과 비교해도 그 규모가 작지 않습니다.
드디어 무초가 오매불망 팥빙수를 먹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팥빙수 만큼은 까다롭게 고릅니다. 노 토핑~! 팥과 얼음 그리고 약간의 우유 and 찹살 모찌 한두개 올린것이 굿입니다. 모찌는 올려 주지 않아도 되지만 팥은 집에서 직접한 고소한 것이어야 합니다.
진작 먹을 수도 있었지만 무초가 이것 먹고 길치인 나를 제주 올레18길 걸을 때처럼 서울 한 복판에 남겨 두고 쌩 날라갈까봐 미뤘습니다 ㅎㅎㅎ. 얼굴을 반쯤 가리며 들고 있는 사진은 가회동 한옥 마을 비경5에서 일산에서 오신 마음 넉넉한 분이 무료로 즉석에서 사진을 찍고 현상까지 해주신 것입니다.
인사동으로 갔습니다.
해는 집에 들어갔나 봅니다. 길은 어둑어둑, 다리도 아프고....................... 난 인사동 입구 3호선 안국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한번에 집에 올 수 있지만 무초는 다시 종로까지 가야 한승하지 않고 곧장 자기 집에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으니 배웅하기로 맘 먹고 인사동 거리를 가로 질러 관통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한국 전통 옷을 싸게 파는 가게를 만났습니다. 구경하는 것만도 흐믓합니다. 그곳에 있는 옷들이 디자인이며 색감이 편안해 보여 입었다 벗었다 ....... 열댓벌은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주인 언냐들이 잔소리를 할만도 한데 고맙게도 무심합니다.
2개 만원짜리를 하나씩 골라 무초지갑 깊숙한 곳에서 곱게 사등분으로 접은 배추잎 한장을 꺼내 계산을 하고 서울 나드리 기념으로 챙겼습니다. 난 득템~
일요일 밤 인사동 거리 역시 인파입니다.
인사동 가운데 쯤에서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난 무초 보내고 전철 타러 돌아 오는 길에 페루에서 왔다는 길거리 악사를 만나 음악 듣고 놀다가 공연 관람료 대신 애기 손바닥만한 페루 도자기 호각을 사서 음계도 없이 후후 불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고 피곤~
오탈자는 나중에 바로 잡겠습니다.^^*
글이 메끄럽지 못하여 제대로 의사전달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흐흐흐흐
첫댓글 순천에서 젤 맛있는 찻집(겸 서점ㅋㅋ)도 놀러오라니까는.
순천에서 젤 맛있는 찻집(겸 서점ㅋㅋ)도 놀러오라니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