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은 다소 스파르타식이었습니다 .우리는 군북면대 근처의 벌판에 커다란 텐트를 치고 (고맙게도 주한미군 측에서 도와주셨어요) 하룻밤을 보냈는데 새벽에 비까지 내려 새로운 날의 시작과 새로운 참가자들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그래도 또다시 날씨는 우리 편이었습니다. 이날은 뜨거운 태양, 퍼붓는 소나기, 그리고 정말 기적같은 무지개까지, 한국 여름 날씨의 종합선물세트였습니다.
함안에서 커다란 텐트안의 하룻밤, 정말 잊지못할 경험입니다.
출발 이후 처음으로, 젊은 여성들이 참가자의 주류를 이루었는데 참 놀랍고도 기쁜 일이었어요. 이들은 남들과 똑같은 열정과 끈기로 하루를 버텨냈습니다.
오전에는 자전거를 타면서 아름다운 한국의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정을 시작한 후 3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도, 들판의 곡식이 눈에 띄게 익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언덕을 힘겹게 올라가던 중에 한 젊은 참가자가 저에게 한국 속담을 하나를 알려주었습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이는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항상 겸손하고 온화한 태도를 유지해야 하며, 따라서 고개가 자연스레 숙여진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낙동강 쪽으로 이어지는 언덕을 힘껏 오르다보니 이같은 겸손과 겸허의 마음이 절로 느껴지더군요!
익어갈수록 고개를 숙이는 들판의 벼를 보세요.
점심식사는 아주 특별했습니다. 우리는 2005년 복원된 의병장 곽재우 장군의 생가에 들렀습니다. 지역 관계자들과 만나서 생가의 역사와 의병장 곽재우 및 그의 혁혁한 전투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같이 이 아름다운 양반집에서 점심을 먹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저도 참 고맙고 즐거웠지만 학생들도 정말 좋아하더군요.
곽재우 장군 생가 앞에서의 단체사진입니다.
생가 바로 앞에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은행나무를 보고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최소 500년은 되었다고 합니다. 나무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은행나무 좀 보세요!
오후에는 다음 목적지로 향하면서 처음으로 낙동강을 건넜습니다. 사실 그동안 남강도 건너고 낙동강 방어선을 지킨다는것이 어떤 의미인지 읽고 배우며 나름대로 이 날을 준비해왔지만, 드넓은 강과 강 건너편 둑에 맞닿은 날카로운 절벽을 가까이서 직접 보니 60년전 이곳이 어땠을 지, 이 지역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강을 건너고 있을 때,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불과 몇 분만에 모두 흠뻑 젖었고, 창녕 박진 전쟁기념관에 도착했을 때에는 젖은 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서 과히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었답니다. 작지만 관리도 잘 되고, 유용한 정보도 많았던 기념관에서 우리는 담당 큐레이터와 지역 학자들,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만나서 낙동강 방어선 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으며 조금이라도 몸을 말리기 위해 젖은 옷을 짜기도 했죠. 비가 조금 잦아들자 가파른 언덕을 천천히 걸어 올라갔고, 언덕 위에서는 남지고등학교 학생 수십명이 우리를 환영해주었습니다. 헌화를 마친 후, 학생들과 함께 햇빛에 반짝이는 낙동강을 바라보았습니다. 세대를 뛰어넘는 한국인 및 미국인들과 함께 이 광활한 풍경을 바라보며, 저는 60년전 그들이 겪어야했던 위험과 고통, 희생을 떠올리면서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그리고 한국민들이 일구어낸 이 나라,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양국 국민간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박진 전투 기념비에서의 헌화
남지고등학교 학생들은 다음 코스에서 우리와 함께 자전거를 탔습니다. 열정이란 쉽게 전해지는 것이어서,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도 이를 막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막 떠났을 때, 무지개가 떴습니다! 때로는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장소에 있는 것이 참 중요한 법인데, 우리가 오늘 딱 그랬답니다.
저기 무지개 보이세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하루가 저물어갈 무렵, 다시 힘들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다들 지치고, 온 몸이 다 젖고, 덥고, 땀도 정말 많이 흘린 상태였습니다. 그렇지만 멋진 호텔방과 샤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괜찮았습니다. 오늘 하루의 시작은 텐트였으나 마지막은 편안한 호텔이었습니다. 오늘 이후, 특히 낙동강을 지난 이후, 우리가 오늘 이자리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이제는 정말 알 것 같습니다.
첫댓글 잘봤읍니다..대사님 힘들지 않으신가요? 체력이 대단하시네요..저하고 동갑으로 아는대..흐미..제 체력으로는 어림도 없는대.....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담아주셔서 잘 보았습니다. 같은 하늘아래 있지만 아직은 남동부 지역을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지역을 여행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소년이 어릴적 저 멀리 산등성이에 걸려있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있는 미지의 세계를 꿈꿧던 것처럼 그러한 아름다움과 신비로움 동경하는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습니다....
"종합선물세트날씨"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하루일과를 마치신 대사님과 참가분들께 큰 박수를 올립니다!!! 짝짝짝
제 고향 대구는 언제 가나요? ㅎㅎ
심은경 대사님~! 정말 대단 하십니다. 건강하신것 같군요.남자들도 어려운 자전거 여행을 하시랴 한미간 우호증진에 많은 공헌을 하십니다. 감사합니다. 대사님~! 북한 김정일이가 호시탐탐 적화통일 을 하려는 야욕을 버려야 한국이 세계적인 복지 강국이 될것입니다. 동족간 대결만을 일삼는 북한을 고립화시켜 자유 민주자본주의의 필요성을 인식시켜야 합니다. 아니면 이락크전과같이 국제적 강력한 대응력을 발휘해야합니다.. 인권이 무시되고 언로가 막혀있는 북한동포들이 불상합니다. 도망치다 잡히면 총살당하고 남한으로 올려고 해도 올수 없는 그들을 구해달라고 빌어봅니다...
같이 가고 싶지만 직장 일이 많아서 아쉽네요. 대구에서 한 번 뵈었으면 합니다.
미국은 천안함 사건을 조작한 주범이다. 당장 사죄하고 이땅을 떠나라. 우리는 조작의 결정적 증거를 찾아서 고발했다.
단체사진에 제가 없네요 ㅠ.ㅠ 흑흑.. 너무나도 좋은 기회였습니다.
얼레? 너 그떄 없었어?
헐.. 그러고 보니 화선이랑 화정이 둘다 없다 ;;
미처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아름다운 발상에 감사를 드립니다. 긴여정가운데 특별히 무더운 날
씨가운데 건강 조심하시고 모든 일이 합력하여 선을 이룰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God Bless You. underwoodmoon in Busan.
곽재우장군님의 자손으로 생가를 방문하여 주시어 감사합니다
실은 지도 아직 방문한 적이 없는데여....
마지막 사진의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면서 평화를 생각했습니다^^*
힘내십시오.
대사님 참 좋은 추억 만드셨네요 글 도 사진도 사진은 추억의 증인이네요 건강하세요
대사님이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로 느껴집니다.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스티븐스 대사님처럼 한국인들과의 우의와 친밀한 애정감이 넘쳐 흘렀던 분이 누가 있을까 싶습니다.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기에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대사님의 한국 사랑은 늘 푸근하고 감동적입니다.시골 들녘의 풍요로움과 넉넉한 사람 냄새와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가슴에 한아름 안고 오세요..
수령 500년의 은행 나무가 살아있는 역사라고 하셨는데 언제 기회가 되시면 경기도 용문산 용문사 절 앞에 있는 수령 천년이 넘는 은행 나무에 가보시기 바랍니다.저는 살아있는 신이라고 느꼈습니다. 인간의 수명이 100년을 넘기기 힘든데 신라의 마지막 왕의 아들인 마의태자가 망국의 설움을 안고 금강산에 입산하기 전에 들렀다가 심은 나무라고 전해집니다.천년 왕국 신라의 마지막 태자의 염원이 서려 있어서 그런지 또다시 천년 역사를 지켜내고 있습니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우리네 속담은 삶의 지혜로운 교훈으로 늘상 통용됩니다.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이 G2 시대를 맞아 이제는 좀더 겸손해지길 희망합니다.그런 점에서 패권주의 역사로 점철된 중국은 더 더욱 위험스럽기에 미국보다 더 겸손해져야 합니다.힘자랑 부터 하려고 하면 스스로 불행해집니다.지난 몇세기 서구 중심의 세계사에서 오바마의 등장은 21세기 아시아 중심으로 옮겨지는 새로운 역사 흐름에 전향적인 역활을 담당할 특별한 지도자가 될 것입니다. 오바마가 링컨처럼 훌륭한 대통령이 되기 바랍니다.한미 양국을 위해서~
나도 은경이 누님이랑 같이 자전거 타고 따라다녀봤으면........부럽당구리...
존경하는 대사님 항상 건강 하십시요
정말 이런 미국대사님은 한국역사에 前無後無
대사관직원 모두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