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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花笑檻前聲未聽(화소함전성미청) : 꽃이 난간 앞에서 웃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고
鳥啼林下漏難看(조제임하루난간) : 새가 수풀 아래서 우는데 눈물은 보기 어렵다.
2.
花含春意無分別(화함춘의무분별) : 꽃이 머금고 봄뜻도 누구에게나 다름 없으나
物感人情有淺心(물감인정유천심) : 자연을 느끼는 사람의 정감은 옅고 깊음이 있어라.
3.
花因雨過紅將老(화인우과홍장노) : 꽃은 비가 지나 붉은 빛이 쇠해지고
柳被風欺綠漸除(유피풍기녹점제) : 버들은 바람의 기만을 입어 푸른빛이 바랜다.
4.
花下露垂紅玉軟(화하노수홍옥연) : 꽃 아래 이슬이 맺히니 붉은 구슬빛 연하고
柳中煙鎖碧羅輕(유중연쇄벽라경) : 버들 숲 속에 연기 잠기니 푸른 비단처럼 가볍다.
5.
花不送春春自去(화부송춘춘자거) : 꽃은 봄을 보내지 않건만 봄은 스스로 물러가고
人非迎老老相侵(인비영노노상침) : 사람은 늙음을 피해도 늙음이 서로 침범하는구나.
6.
風吹枯木晴天雨(풍취고목청천우) : 바람이 고목에 부니 맑은 하늘에 비 내리듯 하고
月照平沙夏夜霜(월조평사하야상) : 평탄한 모래밭에 달빛 비치니 여름밤에 서리가 내린다.
7.
風射破窓燈易滅(풍사파창등이멸) : 찢어진 창을 뚫고 바람이 드니 등불 꺼지기 쉽고
月穿疎屋夢難成(월천소옥몽난성) : 초가집 지붕을 뚫고 달빛 비치니 꿈꾸기도 어려워라.
8.
花衰必有重開日(화쇠필유중개일) : 꽃은 시들어도 반드시 다시 필 날이 있으나
人老曾無更少年(인노증무갱소년) : 사람은 늙으면 젊은 시절 결코 다시 오지 않는구나
9.
花色淺深先後發(화색천심선후발) : 꽃 빛이 옅고 짙음은 먼저 피거나 뒤에 핀 탓이며
柳行高下古今栽(유행고하고금재) : 버드나무 키가 높고 낮음은 옛날과 지금 심은 탓이다
10.
花不語言能引蝶(화부어언능인접) : 꽃은 말을 하지 않아도 나비를 끌어올 수 있고
雨無門戶解關人(우무문호해관인) : 비는 문이 없어도 사람을 막을 줄 아는구나.
11.
花間蝶舞紛紛雪(화간접무분분설) : 꽃 사이에서 나비가 춤을 추니 눈처럼 날리고
柳上鶯飛片片金(유상앵비편편김) : 버들 위에 꾀꼬리 날아가니 모두가 금색이로구나
12.
花裏着碁紅照局(화리착기홍조국) : 꽃 속에서 바둑판에 앉으니 붉은 빛이 비추고
竹間開酒碧迷樽(죽간개주벽미준) : 대숲에 술자리 여니 푸른빛 술동이에 어린다
13.
花落庭前憐不掃(화락정전연부소) : 뜰 앞에 꽃잎 지니 어여뻐 쓸지 못하고
月明窓外愛無眠(월명창외애무면) : 창밖에 달 밝으니 너무 사랑스러워 잠 못 이룬다
14.
花前酌酒呑紅色(화전작주탄홍색) : 꽃 앞에서 술을 따르며 붉은 꽃 빛 마시고
月下烹茶飮白光(월하팽다음백광) : 달 아래서 차를 다리며 흰 달빛을 마신다
15.
花紅小院黃蜂鬧(화홍소원황봉료) : 꽃이 작은 뜰에 붉게 피자 황금빛 벌들이 모이고
草綠長堤白馬嘶(초록장제백마시) : 풀이 긴 언덕에 푸르니 흰말이 우렁차게 우는구나.
16.
花迎暖日粧春色(화영난일장춘색) : 꽃은 따스한 날을 맞아 봄빛을 단장하고
竹帶淸風掃月光(죽대청풍소월광) : 대나무는 맑은 바람 맞아 달빛을 쓸어낸다
17.
郊外雨餘生草綠(교외우여생초록) : 뜰 밖에 비 갠 뒤에 자라난 풀잎 푸르고
檻前風起落花紅(함전풍기낙화홍) : 난간 앞에 바람이 일자 꽃잎이 떨어지는구나
18.
霜着幽林紅葉落(상착유림홍엽락) : 그윽한 수풀에 서리가 내리니 단풍잎 떨어지고
雨餘沈院綠苔生(우여심원녹태생) : 깊숙한 뜰에 비가 적시니 푸름 이끼가 자라난다
19.
月作利刀栽樹影(월작리도재수영) : 초승달은날카로운 칼 되어 나무 그림자 자르고
春爲神筆畵山形(춘위신필화산형) : 봄은 신기한 붓 되어 산 빛을 곱게 그리는구나
20.
山外有山山不盡(산외유산산불진) : 산 밖에 산이 있어 산은 끝이 없고
路中多路路無窮(노중다로로무궁) : 길 가운데 길이 많으니 길은 무궁하다
21.
山上白雲山上盖(산상백운산상개) : 산마루에 흰 구름은 산 덮은 양산이요
水中明月水中珠(수중명월수중주) : 물속의 밝은 달은 물속의 구슬이구나
22.
山疊未遮千里夢(산첩미차천리몽) : 산 첩첩하여도 천리 먼 꿈 가리지 못하고
月孤相照兩鄕心(월고상조양향심) : 달은 외로워도 두 사람 고향 마음 비춘다
23.
山僧計活茶三椀(산승계활다삼완) : 산 스님의 생계는 차 세 사발이고
漁父生涯竹一竿(어부생애죽일간) : 어부의 생애는 낚싯대 하나로구나.
24.
竹根迸地龍腰曲(죽근병지용요곡) : 대나무 뿌리 땅위로 솟으니 용의 허리 굽은 듯
蕉葉當窓鳳尾長(초엽당창봉미장) : 파초 잎이 창에 마주치니 봉황새 꼬리처럼 길다
25.
耕田野叟埋春色(경전야수매춘색) : 밭가는 시골 노인은 봄빛을 땅에 묻고
汲水山僧斗月光(급수산승두월광) : 물 긷는 산속 중은 달빛을 되로 되는구나
26.
聲痛杜鵑啼落月(성통두견제락월) : 통곡하는 두견새는 지는 달빛에 울고
態娟籬菊慰殘秋(태연리국위잔추) : 어여쁜 울타리 국화는 저무는 가을 위로한다
27.
遲醉客欺先醉客(지취객기선취객) : 늦어 취한 손님이 먼저 취한 손님을 속이고
半開花笑未開花(반개화소미개화) : 반만 핀 꽃이 피지 않은 꽃을 비웃는구나
28.
紅袖遮容雲裡月(홍수차용운리월) : 붉은 옷소매로 얼굴을 가리니 구름속의 달이요
玉顔開笑水中蓮(옥안개소수중연) : 옥 같은 얼굴로 활짝 웃으니 물속의 연꽃이로다
29.
靑菰葉上凉風起(청고엽상양풍기) : 연못의 줄 잎 위에 서늘한 바람 일고
紅蓼花邊白鷺閑(홍료화변백로한) : 물가의 붉은 역귀 꽃 옆에 백로가 한가롭다
30.
竹筍初生黃犢角(죽순초생황독각) : 죽순이 처음 나니 송아지의 뿔 같고
蕨芽已作小兒拳(궐아이작소아권) : 고사리가 싹 트니 어린아이 손 같구나
31.
竹芽似筆難成字(죽아사필난성자) : 죽순이 붓과 같아도 글씨는 쓰지 못하고
松葉如針未貫絲(송엽여침미관사) : 솔잎이 바늘 같으나 실을 꿰지 못하는구나
32.
山影入門推不出(산영입문추부출) : 산 그림자가 문에 들어 밀어도 나가지 않고
月光鋪地掃還生(월광포지소환생) : 달빛이 땅에 퍼져 쓸어도 다시 생기는구나
33.
更深嶺外靑猿嘯(경심영외청원소) : 밤 깊은 고개 너머엔 원숭이 휘파람 불고
煙淡沙頭白鷺眠(연담사두백로면) : 연기가 맑은 모래 위에는 백로가 잠을 잔다
34.
江樓燕舞知春暮(강루연무지춘모) : 강변 누각에 제비가 춤추니 봄이 가는 줄 알고
壟樹鶯歌想夏天(농수앵가상하천) : 밭두둑 나무에 꾀꼬리가 우니 여름 오는 줄 알겠다
35.
水鳥有情啼向我(수조유정제향아) : 물새가 정이 있어 나를 향해 울고
野花無語笑征人(야화무어소정인) : 들꽃은 말이 없어 길손 향해 웃는다
36.
地邊洗硯漁呑墨(지변세연어탄묵) : 연못가에서 벼루를 씻으니 고기가 먹물 머금고
松下烹茶鶴避煙(송하팽다학피연) : 소나무 아래서 차를 다리니 학이 연기를 피한다
37.
風飜白浪花千片(풍번백량화천편) : 바람이 흰 물결을 뒤척이니 꽃은 천 떨기로 날리고
雁點靑天字一行(안점청천자일행) : 기러기 푸른 하늘에 점점이 날아 한일자 줄이로구나
38.
龍歸曉洞雲猶濕(용귀효동운유습) : 용이 새벽 골짜기에 돌아드니 구름은 여전히 촉촉하고
麝過春山草自香(사과춘산초자향) : 사향노루가 봄 산을 지나가니 풀이 절로 향기로워라
39.
山含落照屛間畵(산함락조병간화) : 산이 낙조를 머금으니 병풍 속 그림이요
水泛殘花鏡裏春(수범잔화경리춘) : 물이 떨어진 꽃 띄우니 거울속의 봄이어라
40.
春前有雨花開早(춘전유우화개조) : 봄이 오기 전에 비가 내리니 꽃이 일찍 피고
秋後無霜葉落遲(추후무상엽락지) : 가을이 지나도 서리가 없으니 낙엽이 지지 않는다
41.
野色靑黃禾半熟(야색청황화반숙) : 들 빛이 푸르고 누른 것은 벼가 반만 익어서요
雲容黑白雨初晴(운용흑백우초청) : 구름 빛이 검고 흰 것은 이제 막 비가 그쳤기 때문이다
42.
柳爲翠幕鶯爲客(류위취막앵위객) : 버들잎이 푸른 장막을 이루니 꾀꼬리 손님 되고
花作紅房蝶作郞(화작홍방접작랑) : 꽃이 신방을 만드니 나비가 신랑 되어 날아온다
43.
千竿碧立依林竹(천간벽립의림죽) : 줄기로 푸르게 서 있는 것은 숲을 의지한 대나무요
一點黃飛透樹鶯(일점황비투수앵) : 한 점 노랗게 날아다니는 것은 나무 건너 꾀꼬리다
44.
白鷺下田千點雪(백로하전천점설) : 흰 해오라기 밭에 내려앉으니 수 천 점의 눈송이요
黃鶯上樹一枝金(황앵상수일지금) : 나무 위 노오란 꾀꼬리 한 가지의 금덩이로구나
45.
白雲斷處見明月(백운단처견명월) : 흰 구름이 사라진 곳에는 밝은 달이 보이고
黃葉落時聞擣衣(황엽락시문도의) : 노란 단풍잎이 떨어지니 다듬이질 소리가 들려온다
46.
白躑躅交紅躑躅(백척촉교홍척촉) : 흰 철쭉은 붉은 철쭉과 섞여있고
黃薔薇對紫薔薇(황장미대자장미) : 노란 장미는 붉은 장미와 마주 피었구나
47.
紅顔淚濕花含露(홍안루습화함로) : 불그레한 얼굴에 촉촉한 눈물이 이슬을 머금은 듯
素面愁生月帶雲(소면수생월대운) : 흰 얼굴에 수심이 어리니 밝은 달이 구름을 두른 듯
48.
風驅江上群飛雁(풍구강상군비안) : 바람은 강 위에 날아가는 기러기 떼 몰아오고
月送天涯獨去舟(월송천애독거주) : 달은 하늘 끝에서 외롭게 배를 떠나보내는구나
49.
月鉤蘸水魚驚釣(월구잡수어경조) : 초승달이 물에 잠기니 고기가 낚시 바늘이라 놀라고
煙帳橫山鳥畏羅(연장횡산조외라) : 연기 장막이 산을 가로지러니 새가 그물이라 두려워한다
50.
地中荷葉魚兒傘(지중하엽어아산) : 못 안 연잎은 고기들의 양산이요梁上蛛絲燕子簾(량상주사연자렴) : 대들보 위의 거미줄은 제비들 주렴이다
51.
修竹映波魚怯釣(수죽영파어겁조) : 늘어진 대나무 물결에 비치니 고기가 낚싯대라 겁내고
垂楊俠道馬驚鞭(수양협도마경편) : 늘어진 버들가지 길가에 드리우니 말이 채찍이라 놀란다
52.
垂柳一村低酒旆(수류일촌저주패) : 버들가지 드리운 한 마을에 술집 깃발 나직하고
平沙兩岸泊魚舟(평사량안박어주) : 모래 평평한 양쪽 언덕에는 고기배가 매어있다
53.
珠簾半捲迎山影(주렴반권영산영) : 주렴을 반만 걷혀 그림자 맞이하고
玉牖初開納月光(옥유초개납월광) : 옥창을 처음 열어 달빛을 끌어 들인다
54.
十里松陰濃萬地(십리송음롱만지) : 십리 이은 소나무 그림자 땅에 짙게 깔리고
千重岳色翠浮天(천중악색취부천) : 천 겹 산 빛은 맑은 하늘에 푸르게 떠있어라
55.
雨晴海嶠歸雲嫩(우청해교귀운눈) : 비 갠 바닷가 산길로 돌아오는 구름이 아름답고
風亂山溪落葉嬌(풍란산계락엽교) : 바람이 어지러운 계곡에 떨어지는 나뭇잎이 곱다
56.
春鳥弄春春不怒(춘조롱춘춘불노) : 봄새 봄을 희롱해도 봄은 성내지 않고
曉鷄唱曉曉無言(소계창효효무언) : 새벽닭이 새벽을 노래해도 새벽은 말이 없다
57.
春庭亂舞尋花蝶(춘정난무심화접) : 봄 뜰에 어지러이 춤추는 것은 꽃 찾는 나비
夏院狂歌選柳鶯(하원광가선류앵) : 여름 뜰에 미친 듯 노래하는 것은 버들 찾는 꾀꼬리로다
58.
松作洞門迎客盖(송작동문영객개) : 소나무는 이문 되니 손님 맞는 양산이요
月爲山室讀書燈(월위산실독서등) : 달이 산 속 집이 되니 글 읽는 등불이로구나
59.
松含雪裏靑春色(송함설리청춘색) : 눈 속 소나무는 언제나 푸른 봄빛이요
竹帶風前細雨聲(죽대풍전세우성) : 바람 앞의 대나무는 가는 비 소리로구나
60.
石床潤極琴絃緩(석상윤극금현완) : 돌 책상이 축축하니 거문고 줄 늘어지고
水閣寒多酒力微(수각한다주력미) : 강가의 누각 너무 추워 술기운 약해진다
61.
露凝垂柳千絲玉(노응수류천사옥) : 이슬 버들가지에 맺히니 천 가닥 실에 낀 구슬
日映長江萬頃金(일영장강만경금) : 햇살이 긴 강에 비치니 만 이랑에 금빛이어
62.
花塢題詩香惹筆(화오제시향야필) : 꽃 핀 언덕에서 시를 지으니 꽃향기 붓끝에 일고
月庭彈瑟冷侵鉉(월정탄슬냉침현) : 달 밝은 뜰에서 거문고 타니 한기가 거문고 줄에 스민다
63.
風引鐘聲來遠洞(풍인종성래원동) : 바람은 종소리를 끌고 먼 마을에서 오고
月驅詩興上高樓(월구시흥상고루) : 달은 시흥을 일으켜 높은 다락으로 오른다
64.
拂石坐來衫袖冷(북석좌래삼수냉) : 돌을 쓸고 앉으니 옷소매가 차갑고
踏花歸去馬蹄香(답화귀거마제향) : 꽃잎 밟고 돌아가려니 말발굽이 향기롭다
65.
村逕繞山松葉滑(촌경요산송엽활) : 마을길 산을 빙 둘러있고 떨어진 솔잎 미끄럽고
柴門臨水稻花香(시문림수도화향) : 사립문이 논물을 향해 열려있고 벼꽃이 향기롭다
66.
山月入松金破碎(산월입송금파쇄) : 산위의 달빛이 솔밭에 드니 금빛이 부서지고
江風吹水雪崩騰(강풍취수설붕등) : 강물 위에 바람 불어오니 하얀 무너져 날린다
67.
靑山繞屋雲生榻(청산요옥운생탑) : 푸른 산이 집을 두르고 구름은 책상에서 일어나고
碧樹低窓露滴簾(벽수저창로적렴) : 푸른 나무 창 아래 올라오자 이슬이 주렴을 적신다
68.
粧閣美人雙鬢綠(장각미인쌍빈록) : 집안에서 화장하는 미인은 귀밑머리 파랗고
詠花公子一脣香(영화공자일순향) : 꽃을 노래하는 귀공자는 한 일자 입술 향기워라
69.
香入珠簾花滿院(향입주렴화만원) : 꽃이 뜰 안에 가득하니 향기 주렴에 들고
色當金壁月生雲(색당금벽월생운) : 달이 구름 속에서 나오니 벽이 황금빛이 되는구나
70.
庭畔修篁篩月影(정반수황사월영) : 뜰 가의 늘어진 댓가지 달 그림자 체질하고
門前細柳帶霜痕(문전세류대상흔) : 문 앞의 실버들 가지에 하얀 서릿자국 서려있다
71.
輕揭畵簾容乳燕(경게화렴용유연) : 그림같은 주렴을 살짝 들어 제비가 새끼 들게 하고
暗垂珠淚送情人(암수주루송정인) : 남 몰래 구슬 같은 눈물 흘리며 정든 임을 보낸다
72.
鬟揷玉梳新月谷(환삽옥소신월곡) : 쪽진 머리에 옥비녀 꽂으니 초승달 골짜기에 걸린 듯
眼含珠淚曉花濃(안함주루효화롱) : 눈에 구슬 눈물을 머금으니 새벽 꽃에 이슬이 가득하다
73.
垂柳綠均鶯返囀(수류록균앵반전) : 늘어진 버들에 푸른빛 가득한데 꾀꼬리 돌아와 지저귀고
群林紅盡雁廻聲(군림홍진안회성) : 수풀에 붉은 빛 걷히자 기러기 돌아와 소리내어 울어낸다
74.
糝逕楊花鋪白氈(삼경양화포백전) : 길가에 버들 꽃 지니 흰 융단 깐 듯하고
點溪荷葉疊靑錢(점계하엽첩청전) : 다문다문 물위의 연꽃잎 푸른 동전 쌓은 듯
75.
春色每留階下竹(춘색매류계하죽) : 봄빛은 섬돌 아래 대나무에 머물고
雨聲長在檻前松(우성장재함전송) : 빗소리는 난간 앞 소나무에 오랫동안 난다
76.
雪裏高松含素月(설리고송함소월) : 눈 속의 늙은 소나무는 흰 달빛 머금고
庭前修竹帶淸風(정전수죽대청풍) : 뜰 앞의 높은 대나무 맑은 바람을 띠었구나
77.
軒竹帶風輕撼玉(헌죽대풍경감옥) : 추녀 끝 대나무에 바람 일어 가벼이 옥을 흔들고
山泉遇石競噴珠(산천우석경분주) : 산속 옹달샘물 돌에 부딪치니 다투어 구슬을 뿜어낸다
78.
前澗飛流噴白玉(전간비류분백옥) : 앞 시내에 흐르는 물은 흰 옥구슬 뿜어내고
西峰落日掛紅輪(서봉낙일괘홍륜) : 서산 봉우리에 지는 해는 붉은 바퀴 걸어놓은 듯하다
79.
閉門野寺松陰轉(폐문야사송음전) : 문 닫힌 들판 절간에 소나무 그늘 옮겨가고
欹枕風軒客夢長(의침풍헌객몽장) : 바람 부는 난간에 베개 베고 누우니 나그네 꿈은 길어라
80.
春日鶯啼修竹裏(춘일행제수죽리) : 봄날의 꾀꼬리 무성한 대숲에서 울고
仙家犬吠白雲間(선가견폐백운간) : 신선의 집 개는 흰 구름 사이에서 짖어댄다
81.
春光不老靑松院(춘광불노청송원) : 봄빛은 푸른 소나무 뜰에서 늙지 아니하고
秋氣長留翠竹亭(추기장류취죽정) : 가을 기운은 푸른 대숲 정자에서 길이 머문다
82.
身立風端細柳態(신립풍단세류태) : 고운 몸매 바람결에 날리니 실버들 자태
眉臨鏡面遠山容(미림경면원산용) : 거울에 비친 아리따운 눈썹 먼 산의 모습이어라
83.
獨鞭山影騎驢客(독편산영기려객) : 홀로 산 그림자를 채찍질하는 이는 나귀 탄 나그네요
閑枕松聲伴鶴僧(한침송성반학승) : 한가로이 솔바람소리를 벤 이는 학을 벗한 스님이어라
84.
螢火不燒籬下草(형화불소리하초) : 반딧불로는 울타리 아래 풀을 불사르지 못하고
月鉤難卦殿中簾(월구난괘전중렴) : 낚시 같은 초승달로는 집안의 주렴 걸기가 어렵구나.
85.
山頭夜戴孤輪月(산두아대고윤월) : 산봉머리는 밤새 외로운 둥근 달을 이고
洞口朝噴一片雲(동구조분일편운) : 마을 앞 어귀는 아침에 한 조각 구름을 뿜는다
86.
山影倒江魚躍岫(산영도강어약수) : 산 그림자 강에 비치니 물고기 산 속에 뛰는 듯하고
樹陰斜路馬行枝(수음사로마행지) : 길가에 나무그림자 기우니 말이 가지 위를 걸어간다
87.
山靑山白雲來去(산청산백운래거) : 산이 푸르고 흰 것은 구름이 오고가기 때문이요
人樂人愁酒有無(인락인수주유무) : 사람이 즐겁고 시름하는 것은 술이 있고 없는 탓이어라
88.
月掛靑空無柄扇(월괘청공무병선) : 달이 푸른 하늘 허공에 걸리니 자루 없는 부채요
星排碧落絶珠纓(성배벽락절주영) : 별들이 하늘에 깔리니 실 끊어진 구슬 모양이로다
89.
朝愛靑山蹇箔早(조애청산건박조) : 아침에는 청산을 사랑하여 일찍 주렴을 걷고
夜憐明月閉窓遲(야련명월폐창지) : 밤에는 밝은 달빛이 아까워 늦게 창문을 닫는다
90.
鳥去鳥來山色裏(조거조래산색리) : 산 빛 속에 새가 날아가고 날아오고
人歌人哭水聲中(인가인곡수성중) : 물소리 속에서 사람들이 노래하고 울기도 한다
91.
螢飛草葉無烟火(형비초엽무연화) : 반딧불이 풀잎에서 나니 연기 없는 불이요
鶯囀花林有翼金(앵전화림유익김) : 꾀꼬리 꽃나무에서 우니 날개 달린 금이어라
92
庭畔竹枝經雪茂(정반죽지경설무) : 뜰 가의 대나무 가지는 눈 속에 무성하고
檻前桐葉望秋零(함전동엽망추령) : 난간 앞 오동잎은 가을을 맞아 우수수 진다
93.
鶯兒趂蝶斜穿竹(앵아닌접사천죽) : 꾀꼬리 나비 따라 한가로이 대숲을 날고
蟻子拖蟲倒上階(의자타충도상계) : 개미는 벌레를 끌고 층계를 거꾸로 오른다
94.
綠陽有意簾前舞(록양유의렴전무) : 푸른 실버들 가지 그리움에 주렴 앞에 춤추고
明月多情海上來(명월다정해상래) : 밝은 달빛은 다정하여 바다 위를 건너온다
95.
松間白雪尋巢鶴(송간백설심소학) : 소나무 사이 흰 눈은 둥지 찾는 학이요
柳上黃金喚友鶯(유상황김환우앵) : 버들 위 황금은 벗을 부르는 꾀꼬리로다
96.
竹影掃階塵不動(죽영소계진부동) : 대나무 그림자가 층계를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고
月輪穿海浪無痕(월륜천해랑무흔) : 둥근 달이 바다를 뚫고 나와도 물결에는 흔적마저 없다
97.
殘星數點雁橫塞(잔성수점안횡새) : 새벽별 드문데 변방 기러기 줄 지어 날고
長笛一聲人倚樓(장적일성인의누) : 긴 피리 한 소리에 사람들 누각 난간에 기대어 있다
98.
天空絶塞聞邊雁(천공절새문변안) : 하늘 빈 공중애 변방의 기러기 울음 끊기고
葉盡孤村見夜燈(엽진고촌견야등) : 낙엽 진 외로운 마을엔 등불만이 가물가물하다
99.
巷深人靜晝眠穩(항심인정주면은) : 마을 깊고 사람 소리 고요하니 낮잠 들기 좋고
稻熟魚肥秋興饒(도숙어비추흥요) : 벼가 누렇게 익고 고기가 쌀 찌니 가을 흥취가 가득하다
100.
纔攲復正荷飜雨(재기복정하번우) : 잠깐 기울다 바르게 된 연잎에 빗방울 튀고
乍去還來燕引雛(사거환래연인추) : 날아갔다 돌아온 제비는 새끼를 데리고 돌아온다
[출처] 백련초해(百聯抄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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