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만나고 싶다 외3
(제20회 대한민국통일예술제 시 대상 수상작)
장정자
적막한 휴전선은
이 해에도
겨울이 찾아와
고대산(高臺山) 정상에는
세찬 바람만 가득하다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들었는지
70년 전 그 포화는
이제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
잿더미에 갇혀
울부짖던
어머니의 절규가
할아버지의 눈물이
끊어진 3·8선 이북과 이남에서
겨울 바람에 떠돌다
수천 마일
해협 건너 이 로스앤젤레스까지
내 가슴에 적셔 온다
얼굴에 얼굴을 맞대고
손에 손을 잡고서
두고 온 내 부모 형제를
얼싸안고
잃어버린 70년의 통곡을 하고 싶다
이제는
통일을 만나고 싶다.
마음아 너는 누구니
어느 책에서 이 제목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
마음, 마음
동굴처럼 음산하고 칙칙한
내 마음이 들킨 것 같아
가슴을 부여 잡았다
다소곳이 마음과 마주 앉아
말을 걸어봐야 겠다
내안에 옹크리고
울고있는 아이
깊이 대화하고 쓰다듬어 주고
칭찬해 주고
어루만져 주고
함께 울어야 겠다
외롭게 떨고 있는 아이
기댈곳 없어
홀로 서럽던 아이
그 아이 붙들고 말을 한다
아이야 이제 마음을 놓으렴
공포는 구름으로 띄워 보내고
슬픔은 빗물에 흘려 보내고
억울했던 기억은
위로를 구해라
하늘의 하나님이
큰 보물을 주려고
아픔을 가장한
고난을 준게 아닐까
마음으로 우는 아이
이젠
슬픔이 변하여 기쁨이 되는
하늘의 법칙을
어이 맞지 않으리.
그리움이 비가 되어
차분차분한 비가 소롯이
내린다
8월에 비가 내린다
그리운님의 발자욱 소리같은
비가 내린다
그 빗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들까부는
듯
하염없이 비가 내린다
이제는 까마득한 옛 추억일랑
슬며시
내려놓아도 좋을 비가
못다한 한이되어
내려오는가
실개울 흐르는 듯
고요한 소리
속삭이는
한줄기 바람소리 같은
저 빗소리
그리운 님의 발자욱소리 같은.
아! 빗소리
추적추적 비 돋는 소리에
잠이 깼다
저 빗소리
내 영혼을 울리는 소리
실개울 도란도란
조약돌 부딪히며 흘러가는 듯
저 소리
내 영혼을 춤추게 한다
그치지 말거라
조금더 오거라
간절한 마음을 실어 보내지만
어느새 잦아지려 한다
내 잠도 잦아지고 있다
그 빗속에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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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자 프로필>
경북 대구 출생/체신부 계간 연재소설 집필/전국 주부백일장 시부문 당선/창조문학 등단( 2006년)/미주 크리스천, 미주한국문협, 재미시인협회 이사역임/현재 미국 로스안젤스 거주
시집 ‘달팽이’ ‘한사코 꽃은 피고’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