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코끼리만보의 한현주 작 김동현 연출의 그 샘에 고인 말
공연명 그 샘에 고인 말
공연단체 극단 코끼리만보
작가 한현주
연출 김동현
공연기간 2014년 11월 20일~30일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관람일시 11월 25일 오후 8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코끼리만보의 한현주 작, 김동현 연출의 <그 샘에 고인 말>을 관람했다.
한현주(1978년~)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출신으로 <878m의 봄>으로 제1회 벽산희곡상을 수상했다, <소년이 그랬다> <우릴 봤을까?> <개천의 용간지> 그 외의 작품을 발표 공연한 앞날이 기대되는 예쁜 작가다.
김동현은 <먼지아기> <매일 만나기에는 우리는 너무 사랑했었다> <키스> <고래가 사는 어항> <맥베드, the show> <오월의 신부>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 <오랑캐여자 옹녀> <맥베드, the show>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착한사람, 조양규> <하얀앵두> <다윈의 거북이> <33개의 변주곡> <먼데서 온 여자> <템페스트> 그 외의 다수 작을 연출한 우수한 연출가다.
<그 샘에 고인 말>은 도시 변두리에 있는 한 재개발지역의 허름한 두 채의 두 칸 방 자리 집과 한 칸 방 자리 집에서 살고 있는 나이 많은 할머니와 흰머리가 보이는 며느리, 그리고 중년의 부부, 그리고 집을 떠나갔다가 돌아온 손자의 이야기다. 이 집터 앞 둔덕에 있는 우물에는 과거에는 물맛이 무척 좋았다고 전해지지만 현재는 물이 마른 것으로 설정이 되고, 그 속에는 40년 전 행방을 감춘 할머니의 아들의 혼령(魂靈)이 시시때때로 모습을 드러낸다.
아들의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할머니는 가출을 한 아들이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고, 곧 헐리게 될 이 집을 떠나기를 거부하고, 행여 며느리가 자신을 버리고 혼자 떠날까 전전긍긍(戰戰兢兢)한다. 이들과 함께 살았던 중년의 부부도 새로 이사할 곳을 찾아 헤매다 마땅한 곳이 없었는지, 되돌아 와 다시 함께 살기를 청한다.
할머니는 아들의 귀가를 믿고, 아들의 옷을 여전히 집에 보관하고 있다. 며느리가 내다 버리려다 할머니가 알아차리고 역정을 내면, 세탁을 하려고 내온 것이라고 변명을 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할머니는 노인들이 흔히 그렇듯이 혼잣말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우물 속에서 혼령이 불쑥 솟아올라 할머니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양쪽이 다 대화를 하지만, 상대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할머니의 모습을 자세히 보면 젊은 시절에는 무척 미인이었을 것으로 짐작이 가고, 며느리 또한 그에 못 지 않은 미모라, 젊은 시절에는 사내들의 시선을 끌었음도 하지만, 할머니는 백발이 보이는 며느리를 아직도 누가 업어갈까 여전히 걱정을 하고, 중년부부의 사내에게까지도 의혹의 눈초리를 던진다.
이럴 때 가출을 했던 손자가 되돌아온다. 이 집 며느리에게 이모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할머니에게는 아들이 또 한명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돌아온 손자는 이모보기를 꺼려하고, 차려다 준 밥상도 이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야, 방에서 나와 허겁지겁 먹는다. 손자는 자주 휴대전화로 어디론가 통화를 하고, 현재 자신과 연루된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이 곳으로 한동안 피신을 한 듯싶다.
할머니가 허리를 다쳐 병원으로 가야할 일이 생기고, 집을 비운 후 며느리가 우물가로 간다. 역시 남편의 혼령이 솟아올라 아내를 반기지만, 아내가 혼령을 볼 리가 만무하다. 그러나 2인의 어우러짐이 현실을 능가하는 환상으로 아름답게 다가온다.
재개발지역의 기계굉음이 차츰 커지고, 손자의 일이 잘 해결되었음이 휴대전화의 통화소리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터전에서 살던 인물들은 재개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제는 정든 가옥을 떠나야 할 순간을 맞는다. 우물 속의 혼령도 우물 밖으로 나온다. 가족과 혼령이 비로소 이별을 한다. 바로 이때 메말랐던 우물에 예전처럼 샘물이 펑펑 솟아나게 되고, 사람들이 이 놀라운 광경을 들여다보는데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무대에는 낮은 언덕과 허름한 거물 두 채가 자리를 잡는다. 무대 하수쪽에 낮은 둔덕에 우물이 보이고, 우물 오른쪽에 디딤돌이 있다. 우물 뒤로 잡목 숲이 펼쳐지고 언덕길이 나있다. 정면에 방 두 칸짜리 집이 있고, 그 오른편에 방 한 칸짜리 집이 있다. 커다란 평상이 마당에 놓여있다. 무대 오른 쪽에는 빨래를 널 나무기둥과 줄이 연결되어 있고, 짐 꾸러미, 옷 보따리, 그 외 소품과 유모차와 지팡이를 출연자들이 사용한다. 우물 속 혼령의 의상은 아주 낡고 허름한 의상을 착용한다.
전국향이 할머니, 천정하가 며느리, 임진순이 중년남편, 강명주가 중년주부, 전박찬이 샘의 혼령, 문성복이 손자로 출연해,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특히 전국향과 천정하 2인의 대비되는 연기와 성격창출은, 드넓은 호수를 건너는 한척의 배의 양쪽 노의 역할을 하듯 연극을 성공으로 이끌어 는 동력이 된다.
드라마터그 손원정, 무대 손호성, 조명 김영빈, 음악 민경현, 분장 이동민, 의상 강정화, 조연출 김소영 등 제작진의 기량이 드러나, 극단 코끼리만보의 한현주 작, 김동현 연출의 <그 샘에 고인 말>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11월 25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