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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이라면 어린 시절 뽕밭에서 입 주위를 까맣게 물들이며 오디를 따먹던 기억이 있음직하다. 먹을 것이 변변치 않았던 시절 오디는 누구나 반기는 군것질거리였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뽕나무는 뿌리부터 잎, 껍질, 열매까지 어느 것 하나 약으로 쓰이지 않는 것이 없다고 나와 있다. 나무를 태운 재마저도 한약재로 쓴다고 하니, 신목(神木)이란 별칭이 헛되지 않을듯.
뽕잎은 누에가 먹는 아주 깨끗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0여종의 미네랄과 20종이 넘는 아미노산이 포함된 영양의 보고. 특히 모세혈관을 강화시켜 뇌출혈을 예방하고, 고혈압을 치료하는 등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뽕잎은 서리 맞은 것을 최고급품으로 친다. 그래서 음력 10월 서리를 맞고도 지지 않은 뽕잎만을 골라 응달에서 말린 가루를 '신선약'이라고도 했다. 맑은 물에 씻어 뽕잎을 그늘에 말린 다음 차처럼 우려내 마시거나, 보리차처럼 끓여 마신다. 마른 기침을 자주하는 사람은 꿀에 재서 먹기도 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뽕나무 또는 산뽕나무의 열매인 오디는 당뇨병에 좋고 오래 먹으면 배고픔을 잊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귀와 눈을 밝게 하고, 백발을 검게 변하게 하는 등 노화를 방지한다는 것.
핵심은 안토시아닌에 있다. 오디에 함유돼 있는 안토시아닌이 흑미의 4배, 검정콩에 비해 9배 이상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오디를 '상심자'라 해 간이 좋아지게 하는 강장제로 썼고, 오디로 담근술을 '상심주'라 해서 신선이 마시는 술로 여기기도 했다.
뽕나무는 양잠업이 성행하던 1960~70년대 농가의 주 소득원이었다가 시들해졌으나 다시 건강식품 바람을 타고 살아나고 있다. 뽕나무 가지는 몸의 막힌 혈을 뚫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담에 들거나 경락이 막혀 통증이 생길 때 효과적. 잎이 피지 않은 뽕나무 가지를 썰어서 볶은 다음, 물에 끓여 먹는다.
보통 뽕나무 뿌리는 15∼30g씩 달여서 복용하는 것이 좋다. 뿌리의 껍질인 상근백피(桑根白皮)는 특히 풍을 잘 다스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웰빙식품으로 알려진 뽕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당뇨가 심했다가 뽕잎 달인 물을 먹으면서, 당수치가 낮아져 뽕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유종칠씨는 전주시 여의동에서 뽕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뽕잎과 뽕나무를 달인 물을 삼겹살, 삼계탕, 냉면, 찌개 등에 넣어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집에서는 뽕잎과 뽕나무를 달여 시큼한 맛이 나는 뽕잎 달인물을 찌개나 냉면의 육수로 사용한다. 뽕잎가루가 곁들여진 뽕돈은 담백한 맛이 일품.
유 사장은 "뽕을 일반 요리에 접목시킴으로써 맛과 영양이 두배가 되는 음식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