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 중엽 의성(醫聖) 허 준(許浚)에 의해 저술된 《동의보감》에 무궁화의 약효에 대해 개략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동방의학의 백과사전격인 이 책은 내과에 관계되는 내경편(內經篇)4권, 외과에 관한 외경 편(外經篇)4권, 유행병·급성병·부인과·소아과 등을 합한 잡병편 11권, 약제학·약물학에 관한 탕액편(湯液篇)3권, 침 |
木槿 무궁화, 性平無毒 止腸風瀉血 及痢後渴處 有 목근 성평무독 지장풍사혈 급리후갈처 유
之 作餘服 冷人得睡 採無時. (本草) 지 작음복 냉인득수 채무시 (본조)
花性凉無毒 治赤白痢及腸風瀉血 宜妙用 作易 화성량무독 치적백리급장풍사혈 의초용 작양
代茶喫治風(本草) 대차끽치풍(본초)
무궁화의 약성(藥性)은 순하고 독이 없으며, 장풍(腸風)과 사혈(瀉血)을 멎게 하고, 설사한 후 갈증(渴症)이 심할 때 달여 마시면 효과가 있는데, 졸음이 온다. 꽃은 약성이 냉하고 독이 없으며, 적이질·백이 질을 고치는데, 장풍·사풍·사혈에는 볶아서 먹거나, 또는 차처럼 달여서 무시로 마시면 낫는다.
조신시대의 또 다른 의학서《향약집성방》은 고려의 의서, 조선 초기의 의서 등에 당·송·원·명 초 의 여러 중국 의서를 합하고 그 밖에 의관 등이 경험하고 고정(考正)한 향약학을 접어 넣어 이들을 취합 .안배하여 집성한 책이다. 세종 13년(143l)에 편찬하여 1433년 간행되었고, 성종 19년에는 한글 번역본이 간행되었으며, 다시 인조 11년에 중간(重刊)되었다. 수록 내용은 병증(病症), 약방문(藥方文), 침구법(鍼灸法), 향약본초(鄕藥本草), 포제법( 製法)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향약 본초편은 총론과 각본을 첨부하고 있는데, 특히 각론에서는 본초(本草)를 각 품종별로 구분하여 나열하고 있다. 무궁화는 목부하품(木部下品)에 木槿[無窮花木 (목근,무궁화목)]으로 소개되어 있다. 중국 명나라 때의 본초학자 이시진(李時珍)이 엮은 약학서《본초강목》은 총 52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약용으로 쓰이는 대부분의 것을 자연 분류를 주로 하여 분류하고 있으며 총 1,871종의 약재가 망라되어 있다.이 책의 목부의 목근조에 무궁화의 약효에 대해 자세히 수록되어 있다. 월간《무궁화》(l989.3)에 실린 식품영양학자인 유태종의〈무궁화의 식용과 약용에 대하여〉에서는 《본초강목》중 무궁화에 대한 기록을 알기 쉽게 풀이하고 있다.
| |
▲<본초강목>중 목근조 |
목근의 꽃은 작은 아욱과 같은데 담홍색이며, 화판은 다섯이며, 아침에 피어 저녁에 시든다. 호남과 호북의 인가에 심어서 울타리를 만드는데, 꽃과 가지가 모두 쓸만하다.
무궁화는 관목으로도, 씨로도, 꺾꽂이로도 번식한다. 나무 모습이 오얏과 흡사하며, 그 잎은 끝이 뾰족하고 둘레에 톱니가 있다. 꽃은 작고 곱다. 흰꽃도 있고, 분홍꽃도 있으며, 홑꽃과 천엽꽃도 있는데 7월에 핀다.
《일서월령(逸書月鈴)》이란 책에‘중하(仲夏)에 무궁화는 제철이다’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열매는 가볍고 속이 비었는데 손가락 끝만한 크기이며, 늦가을에 제풀로 터진다. 씨는 느릅나무, 오동나무, 쥐방울 등의 씨와 비슷한데, 뿌리면 싹이 잘 튼다. 풋잎은 나물로 먹을 수도 있으며, 차〔茶〕대용으로 달여 마실 수도 있다. 껍질은 상처를 낫게 하고, 또 옴 치료에도 효과가 크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사천성 생산품이 두껍고, 붉고 좋다. 그래서 무궁화 나무 껍질을 천근피(川僅皮)라고 표현하는 것은 사천성 산이 가장 좋은 것으로 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질이 떨어지는 것을 토근피(土僅皮) 라고 하는데 껍질이 얇고,약기(藥氣)가 크게 약하다고 한다. 보통 목근피를 천형피(川荊皮)또는 백근피 (白僅皮)라고도 한다.
《본초강목》에 있는 구체적인 치료의 예를 보면 다 음과 같다.
여인들의 적대하증·백대하증 치료에, 종기의 통증을 멎게 하는 진통제로 또 옴병 치료제로 사용한다. 달인 물로 눈을 씻으면 맑아진다. 조(操)한 것을 부드럽게 하고, 혈액순환도 돕는다.
무궁화의 껍질과 꽃은 다 부드럽기가 해바라기 꽃 같아서 혈액순환을 돕는다. 적대하증과 백대하증 치료에는 무궁화 껍질 2냥쯤 썰어서 백주(白酒)에 담았다 한 주발을 반쯤으로 조려서 공복에 복용한다. 백대하증은 홍주(紅酒)를 사용하는 것이 특효 있다.
무궁화 껍질, 또 잎을 달인 물로 치질 부위를 찜질하고, 씻으면 통증이 잘 멎는다. 무궁화 씨의 기와 맛은 껍질과 같다. 주로 다스리는 것은 두통, 편두통이다. 태운 연기로 환처를 훈(薰)하고, 황수농창을 치료한다. 태워서 돼지뼈의 골수를 섞어 제조하여 바르기도 한다. 꽃은 볶아서 약에 넣어 쓰고, 달여서 차 대신으로 쓴다. 풍을 다스리고, 종기를 삭게 하고, 이뇨작용이 있으며 하열제로도 쓴다.
붉은 무궁화를 따서 꼭지를 잘라 버리고, 그늘에서 말려 가루를 만든다. 밀가루떡 두 개를 만들어 가루를 묻혀서 먹는다. 겹(천엽)흰 무궁화를 그늘에 말려 가루를 만들어 찹쌀로 쑨 미음에 타서 세 숟갈 내지 다섯 숟갈 가량 먹으면 토할 때 잘 낫는다. 두 번 먹지 않아도 된다. 감기에 걸리면 담이 생기는데 담을 삭히는 데도 무궁화 차가 좋다고 한다. 즉, 무궁화를 볕에 말리거나 불에 말려서 한 번에 한두 숟갈씩 끓인 물로 먹는다. 흰꽃이면 더욱 좋다는 것이다.
현대 과학의 견지에서 살펴보면 뿌리껍질〔根皮〕에는 탄닌산과 점액질이 들어 있고 꽃에는 사포닌이, 종자에는 말발산, 세루쿨산, 디하이드로 스테로쿨산이 함유되어 있다. 나무껍질〔樹皮〕의 성분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줄기와 뿌리에는 이질균과 티프스균에 대한 항균작용이 있다. 용도는 청열약으로 쓰이고 이질, 탈항, 백대하, 옴, 치질, 무좀의 치료에 이용된다.
중국의 중국광주연합제약(中國廣州聯合製藥)에서 제조한 복방토근피정(複方士僅皮酊)은 무궁화의 약효를 이용하여 제품화시킨 것이다. 무궁화의 껍질을 이용한 이 약은 무좀약인데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구할 수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성분이 많이 있을 것이므로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약리적 효능과 활용도가 상세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 식품으로서의 가치
무궁화의 약의학적 효능에 관해서는 권위있는 의학서에 소개되고, 연구가 진행되어 인정받고 있지만 식품으로서의 가치에 대해서는 잘 인식되고 있지 못하다.
월간지인 《민의약》(1990년 3월)에는 무궁화의 식·약용 가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또한 무궁화의 잎은 나물로 먹을 수도 있는데, 1960년대까지만 해도 춘궁기 때면 무궁화 잎을 따서 나물이나 국으로 조리해 먹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영조 때 실학자 이익의《성호사설》의〈만물문〉에 중국서《이아》를 인용하면서 木槿似李花朝生夕落可食 츤목근사이화조생석악가석
츤은 목근(무궁화)으로 오얏꽃과 비슷하고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멀어지는데 먹을 수 있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철종 7년(1856) 수안 정운용에 의해 간행된《자류 주석(字類註釋)》은 한자에 한글로 음을 달고 풀이한 책이다. 이 책에서‘槿(근)’자를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權 무궁화근 木槿 朝華暮落, 亦可食 근 목근 조화모락 역가식
목근 무궁화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떨어지는데 먹을 수 있다.
《만선식물》은 1930년 일본학자 村田懋曆에 의해 우리 나라의 각 식물을 총망라하여 쓰여진 책이다. 이 책에도“어린 잎을 식용하였고 불에 묶아서 차[茶]대용으로 쓰기도 했으며 약재로도 쓰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무궁화가 식용으로 이용되었음을 확인 할 수 있는 기록들이다. 또한, 무궁화가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는 실례를 찾을 수 있었다. “몇 년 전 가야산에 있는‘청량사’에서 무궁화 잎을 따서 끓인 된장국을 불도들이 먹은 적이 있다” 고 한다. 이것은 옛날부터 산사에서 채식을 주로 한 식습관이, 절에서 밥을 짓는 공양주(供養主)들에게 전달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궁화는 농경을 중심으로 하여 갈아온 우리 민족이 춘궁기나 흉년 등 식량사정이 어려울 때에 곡식 대신 먹었던 수많은 구황식물 중의 하나로 이용되고 있었다. 무궁화를 식용하였다는 것은 외국의 예에서도 찾을 수 있다. 중국 유서(類書)의 하나인《예문유취(藝文類聚)》권 89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君子之國 多木菫之華, 人民食之 군자지국 다목근지화 인민식지
군자국에는 무궁화 꽃이 많은데 백성들이 그것을 먹는다.
|
중국에서만이 아니라 일본에서도 고래(古來)로 이용하고 있는 듯하다. 《나라꽃 무궁화》에 다음과 같은글이 있다. “아직 내가 구체적으로 조사해 보지는 못했으나 일본에 갔을 때, 일본의 궁중 요리의 일종으로 무궁화의 꽃망우리를 쪄서 향신료와 간장으로 맛을 내어 먹는데 이것은 상당히 오래된 내력이 있는 것으로 들었다.” 《다화력(茶花曆)》(별책가정화보,소화60년 세계문화사) 에는 무궁화 술[木槿酒]과 무궁화 꽃 과자〔木槿の花菓子〕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무궁화 술은 여름 의 향기를 병에 넣은 꽃술로 약효가 있는 성분이 추출되어 피로회복, 건강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무궁화를 주로 차〔茶〕로 이용하고 있다. 다시《나라꽃 무궁화》에 살린 내용을 소개한다.
|
▲<나라꽃 무궁화> (류달영·염도의 공저> |
염도의 박사가 l986년 8월에 미국에서의 연구를 끝내고 구라파 일대를 돌아오면서 나에게 독일산 무궁화 꽃 차 몇 상자들 선물로 주었다. 지금 유럽 여러 나라의 슈퍼마켓에는 어디나 이 무궁화 꽃 차가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홍차처럼 작은 종이봉지에 넣어 포장한 것이다. 따끈한 물을 부은 찾잔에 봉지째 넣어 울겄다가 봉지째 건져 내고 마시게 되어 있는 것이다. 내가 받은 것은‘FIXMALVE’라고 인쇄된 봉지 마다 세 송이의 무궁화가 삼각형으로 배열되어 인쇄되어 있다. 차 봉지를 찻잔에 넣으면 선명한 분홍색이 우러나오고 맛은 오미자처럼 감칠맛 있는 산미가 있어서 특유한 맛이 난다. 이 무궁화 차는 1백여 년 의 역사를 가진 것으로 해마다 시장이 넓어져 가고 있는데, 유럽에서 생산되는 원료만으로는 부족해서 타일랜드를 비롯한 동남아 일대에서 해마다 무궁화 꽃을 수입해 간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도 몇 차례 독일의 상인이 무궁화 꽃의 생산량을 조사하러 왔다 간 일이 있었다.
한편, 우리 나라에서도 무궁화 차에 대한 인식이 잡혀 가고 있는 것 같다. 월간《무궁화》에 대한 무궁화 차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게재되어 있다.
무궁화 차는 이질과 하혈에 특효가 있을 뿐 아니라 이뇨작용도 크다. 대장염, 설사에 유효하고 중풍에도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무궁화 차를 만드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꽃이 활짝 피기 전에(꽃봉오리면 더욱 좋다) 채취하여 꽃술(꽃수염)을 버리고 그늘에 잘 말려 보관한다. 꽃의 색깔은 여러 가지인데 흰색에 향이 좋은 것을 귀중하게 여긴다. 꽃은 개화기에 채취하는데 흐린 날은 피하고 맑은 날을 골라 채취하는 것이 좋다. 정성 들여 잘 말린 것을 1일 15∼20g, 물500cc에 넣어 은근한 불에 달여 마시든가 또는 꽃을 약간 볶아 곱게 가루를 내어 사용하든가 한다. 달여 마시는 경우 위의 분량을 하루에 3회로 나누어 마신다. 가루를 내어 마시는 경우 끓인 물 1잔에 가루를 1스푼씩 타서 마시면 좋다. 설탕을 조금 넣거나 꿀을 타서 마시면 더욱 좋다. 무궁화에는 유효산으로 사과산, 주석산, 구연산 등이 함유되어 상쾌한 신맛이 있어 무궁화 차의 개성이 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예전부터 무궁화의 잎을 나물이나 국으로도 이용하였고, 떡의 한 종류인 중편 위에 올려 놓고 쪄서 색소의 효과로도 이용하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무궁화를 이용한 식품을 개발하여 생활에 활용할 수 있으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