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손질하는 아기목욕통

한 달에 한번 생선을 손수 손질하여 부산장애인전도협회로 가져오는 분이 계신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30-60마리를 손수 손질하여 한 마리나 두 마리씩 스티로폼 용기(접시)에 담아 가져오는 것이다.
그분이 며칠 전에 카카오톡으로 한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그리고 조금 후에 이런 글을 보내왔다.
“목사님, 뜬금없어 보이는 사진이죠?
요즘 젊은 세대 엄마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아기 목욕통이에요.
예전에 한 필리핀 자매가 어느 장로님의 후원을 받아 고신대로 유학을 왔어요. 어려운 형편에서 신학공부를 하러 한국에 온 것이지요. 그러다가 필리핀 근로자와 인연이 닿아 결혼까지 하게 됐고, 케일리라는 예쁜 딸까지 낳았어요.
신혼집을 남편 직장 가까운 창원에 마련했는데, 그가 케일리를 임신하고 출산하기까지 저는 한 달에 한번 그를 차에 태우고 부산과 창원을 오갔어요. 산부인과 진료 때문이었지요. 그리고 지인들을 통해 출산에 필요한 용품들을 얻어다가 전해주곤 했어요. 이 아기 목욕통도 그 중에 하나예요.
그들이 우여곡절 끝에 필리핀으로 돌아가면서 다시 생활용품을, 필요한 다른 자매들에게 나누게 되었는데, 나누고 남은 게 이 목욕통예요.
그때에는 내가 쓸 일이 있을까 하여 버리려다가 그냥 남겨 두었습니다. 이사할 때에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왔어요.
그런데 이젠 이 통 없으면 한 달에 한번 생선 손질하는 것 엄두도 내지 못해요. 저에게 새 생명의 탄생을 목도하게 해주셨고... 또 목사님을 통해 생명의 말씀을 전파할 수 있게 해주는 귀한 통이 되었답니다.^^”
PS.
*그는 요즘 어느 청각 장애인 자매를 돌보고 있다. 활동 보조인이라는 이름으로 그 자매를 만난 것인데, 그 자매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청각 장애인의 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몇몇 청각 장애인과 봉사자가 모여 그 문제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그 정성과 노력이 귀하고 아름답게 보여 그 과정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메모로 남겼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이런 글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