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생리적으로 뱀을 싫어한다.
칼 융은 사람의 마음 구조는 표면의식, 개인무의식 그리고 집합무의식 등과 같이 세 종류의 의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는데 사람이 태어나서 현재까지 경험한 모든 기억이 저장된 것이 개인무의식이라고 하였고, 사람이 단세포에서 출발하여 수억 년의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기록된 모든 기억을 집합무의식이라고 하였다.
‘집단 무의식’의 심층에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전 인류에게 공통된 기억이나 이미지가 잠재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융에 의하면 인간의 뱀에 대한 혐오감은 옛 인류의 조상들이 파충류에게 습격을 당했던 당시의 기억이, 유전자에 의해 지금도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칼 융은 이 집합무의식은 동시성의 원리에 의하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전파된다고 한다. 융이 동양 사상의 핵심인 주역을 높게 평가한 이유 중의 하나는 주역에는 융이 주장한 同時性(syncronocity)이라는 원칙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동시성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한 때 ‘응답하라!’라는 프로그램이 유행이던 때가 있었다. 제작자들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과거의 어느 시대를 재현하면서 현재의 시점에 과거의 어느 부분의 향수를 자극하는 그런 류의 프로그램은 동시성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융에 의하여 설명되기 시작한 동시성의 원리란 전에 있던 일이 후에 반복되고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무 연관이 없는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 가운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한 번 왔었다는 느낌, 혹은 현실에서의 이 순간은 언젠가 꿈에서 한 번 보았던 순간 같은 느낌을 자주 경험 한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으로 기억력이 감소해서 매일 하는 일이 생전 처음 하는 일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이런 것을 자메뷰(jamais vu) = 미시감(未視感)이라고 한다.
기억의 오류(誤謬)의 특수한 형태로 지금 보는 것은 모두 처음 보는 것이라고 하는 의식이다.
예를 들면 잘 알고 있는 장소를 처음 보는 장소로 느끼는 현상. 어떤 일을 당했을 때 전에 이미 경험한 적이 있는데도 전혀 생소하게 느껴질 때.. 마치 처음 당하는 일처럼 느껴지는 것, 분명히 와 본 적이 있는 장소인데도 처음 온 장소인 듯 여겨지는 것, 흔히 보던 것을 처음 보는 것으로 느끼는 것 등을 말한다.
반대로 데자뷰(deja vu) = 기시감(旣視感)이라는 것이 있다.
이 역시 기억의 오류(誤謬)의 특수한 형태로 지금 보는 것은 전부 과거의 어느 때에 체험한 것과 같으나 그것이 언제였던가를 알지 못하는 의식. 최초의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 처음 가본 곳인데 이전에 와본 적이 있다고 느끼거나 처음 하는 일을 전에 똑같은 일을 한 것처럼 느끼는 것,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주변의 환경에서 마치 이 전에 경험한 듯한 느낌이 들 때, 대부분 꿈속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할 때, 무의식중에 했던 일을 다시 하거나 방문했던 곳에 갔을 때, 처음 하는 일 같은데 아련히 똑같은 일을 한 것처럼 느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동시성 현상은 데자뷰 현상과 다르다.
1950년에 일본에서 무인도에 격리된 원숭이 집단을 대상으로 고구마를 먹이화 하는 실험을 시작하였다. 약 20 마리의 원숭이가 고구마에 묻은 진흙을 손과 팔로 털어먹었는데 1953년 어느 날 18개월짜리 ‘이모’라고 불리는 암컷원숭이가 진흙을 물로 씻어내고 고구마를 먹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인간사회에서 비교해보면 도구의 발명에 필적하는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이 후에 이모를 따라서 고구마를 물에 씻어먹는 원숭이가 늘게 되었고, 더욱이 바닷물에 고구마를 씻어먹으면 고구마가 더 새로운 맛을 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구마를 씻어먹는 원숭이가 100 마리째가 되자 집단 전체의 원숭이들이 같은 행동을 하기에 이르렀다.
놀라운 것은 정보교류가 전혀 되지 않은 오이타 현 다카자키 산 원숭이 중에서도 고구마를 물에 씻어먹는 원숭이들이 나타났고 이러한 현상은 더욱 퍼져 전체 원숭이들이 고구마를 물에 씻어먹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하여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첫째로 원숭이의 수가 어느 일정한 임계치를 넘으면 그 행동은 무리 전체로 확산되며, 더 나아가 전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또 접촉이 없는 다른 곳의 원숭이들에게도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둘째로 젊은 원숭이와 암컷들에게 새로운 행동은 먼저 전달되고 보스 기질이 있는 수컷 원숭이는 이런 행동이 무리 속에 정착된 후에도 잘 따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원숭이들의 이런 행동은 인간에게도 역시 적용된다. 즉 획득된 능력이 진화에 유리하다면 세대를 초월하여 유전되고 또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또한 그것이 참된 진리라면 인간사회에서 공명작용을 일으켜 영구히 존속된다고 한다. 특히 공명현상은 현재의식보다는 잠재의식 속에서 일어나며 이것은 머릿속으로 아는 것보다 무의식 혹은 잠재의식 속에서 깨닫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위대한 인류의 역사적 발견들은 논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영감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예수나 석가의 존재나 가르침도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