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제주시내 다녀와서 잠깐 커피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잠깐의 휴식인데도 그 틈새에 누군가 문을 두드리길래 나가보니 지금 머물고 있는 집 건물주입니다. 우편물가지러 왔다고 하면서 잠깐 이야기나누는데, 늘 예감은 틀리는 때가 없습니다.
한달살이 펜션주인과 손님으로 만나 작년 7월부터 전체를 다 쓰기까지 보통 인연이 아닐 수도 있지만 대화가 5분 이상만 진행되면 빨리 피하고 싶은 마음부터 듭니다. 상대편을 생각해서 말하는 것처럼 자신은 믿고있고 친근함의 표시로 농담이나 가벼운 이야기도 던지는데 늘 대화 끝은 뭔가 불편합니다. 대학선배라고 하지만 그 동안 만났던 많은 선배와는 뭔가 다른 면이 많습니다.
우선 남의 말을 너무 듣지않습니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부터 내세우니 내 의견을 말할 틈도 주지않거니와 어쩌다 의견을 내도 면박주기 일쑤입니다. 상대방을 면박하는 말투가 늘 배어있습니다. 조금만 귀기울이면 자신이 면박을 하며 다시 정리해주는 내용조차 내가 했던 말이건만 경청이 안되다보니 일단 면박을 앞세우며 '나는 항상 옳아!'를 증명해 보이려 합니다.
이 분과 대화가 불편한 또다른 이유는 생각없이 자신의 섣부른 판단으로 즉석, 즉각적 하는 언사들입니다. 초기에 한달살이 왔을 때는 자폐증청년엄마 = 불쌍한삶 공식을 그대로 대입해서는 '너 심정 다 안다' '얼마나 힘드냐?' '내 사촌여동생도 장애자식이 있어 너 입장을 내가 충분히 이해한다' 등등 동정표를 일방적으로 날려대니 참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자기말만 하는데다 과도한 동정표까지 일방적이고 상대 생각해서 걱정해준다지만 피하고 싶게 만듭니다.
며칠 전의 대화 중에도 결국 내뱉는 언사들이 너무 즉흥적입니다. 제주시 다녀오면서, 편한 복장과 모자를 썼었고 그로 인해 모자를 벗고나니 머리가 정돈되지 않아 엉망이었습니다. 엉클어진 머리와 화장기없는 얼굴에 대해 마치 제가 삶의 재미를 다 잃어버린 사람으로 간주하고는 한바탕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좀 꾸미고 살아라' '외모가 그게 뭐냐' 등등.
제주시 다녀왔다는 제 말을 조금이라도 주의를 가지고 들었다면 굳이 안해도 되는 섣부른 언사들은 좀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없이 말하는 게 상습적이라 '알았다, 열심히 꾸미겠다'라고 반응하며 서둘러 대화를 끝냈지만 이런 즉흥적 참견하며 함부로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는 말투는 참 고질병이다 싶습니다.
이 정도면 사실 노인ADHD급입니다. 자신이 지시하고 부탁하면 주변사람 모두 꾸뻑하며 다 돌봐주고 따라온다는 허풍도 너무 많이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지만 저한테는 별 필요도 없고, 참조가 되지도 않습니다. KT서비스가 필요하면 KT에 요청하면 되고, 전기서비스가 필요하면 한전에 문의하면 됩니다. 그런 기관에 특정인물을 제가 알아야 할 이유도 없고, 규칙에 맞춰 정당한 서비스를 받으면 되는 간단한 일임에도 허세가 몸에 잔뜩 배어있습니다.
제주도로 주민등록을 옮기고나니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것이 차고지증명입니다. 문제는 건물주가 차고지증명을 이전해가지 않았으니 주차장에 2대 이상의 주차선이 선으로 정확히 구획된 증명이 필요하답니다. 밧줄로 주차선을 그어놓아야 하는 이 국면에서 읍사무소 소장한테 이야기해서 간단히 처리하겠다로 굳이 큰소리칠이유가 없는데도 역시 한바탕 허세작렬!
이 분을 보면서 또 전두엽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70대를 훌쩍 넘어섰으니 노인 특유의 경직되어가는 사고패턴이라고 여기기에는 이 분은 너무 건강해보이고 실제로 젊게 삽니다. 그런데 드러나지 않는 비밀을 보면... 아무도 찾아오는 이가 없습니다. 저한테 펜션 전체를 임대해 준 요인 중에 하나가 대장암 진전 가능성 용종수술을 몇 차례한 것도 계기라면 계기인데, 그런 심각할 수 있는 진단 앞에서 그를 찾아온 가까운 가족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의 삶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기멋에 취해 사는 자기중심적 인간이 얼마나 외면당할 수 있는지를 보게 됩니다. 늘 말은 자기를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 귀찮다고 하지만, 제가 필요해서 불렀던 어떤 전기업자의 평이 맞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사실 전에 있던 주인이 불렀으면 오지 않았다. 일 시켜먹고 대금도 안 주는 사람이다.' 자신이 자신이 제대로 보지못하는 사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상처받고 좋지않은 감정을 갖게 되는지 그의 전두엽 상황은 이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약합니다.
그렇습니다. 전두엽이 하게되는 중요한 역할은 바로 '생각한다'라는 기능인데 '생각한다'라는 것은 보다 복잡한 과정들을 포함합니다. 생각하는 기능은 전두엽 영역이 맞지만 전두엽 단독의 기능이라기보다 뇌 전체가 움직여주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여주듯, 전두엽의 고유기능인 생각하기 thinking가 원활하려면 다른 영역의 기능들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파란 하늘 좀 봐. 너무 아름다워'라는 말을 듣게되면 어떤 이는 파란 하늘을 보며 '아름답다'라고 느끼기도 하고, 어떤 이는 파란 하늘과 관련된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고, 어떤 이는 파란하늘과 가을을 연계해서 가을에 해야 할 일을 떠올릴 수도 있고, 각자의 사정에 따라 같은 정보를 가지고도 이어지는 생각은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발점은 청각적 정보에서 비롯된, 감각정보 유입이며 감각자극은 생각하기의 기초 구성요소입니다.
생각이란 이렇게 뇌의 종합세트적 작동입니다. 이미 60개월 전에 전두엽을 제외한 다른 영역은 모두 성장을 마치기 때문에, 생각하기 주체가 되는 전두엽은 다른 영역에서 해주는 일들을 종합하고 압축하는 능력을 키워가는 과정입니다. 이게 바로 생각이라는 것이고, 뇌의 생각내용을 어떻게 행동이나 말로 담아낼 것인가 하는 것 역시 오랜 훈련이 필요합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생각이 곧 행동이나 말이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전두엽은 20세가 넘도록 계속 성장하게 되니까 그 만큼 생각하는 힘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이 말은 전두엽 성장에 문제가 되는 요소, 즉 다른 뇌영역의 발달지연이 있다면 당연히 전두엽 성장에는 큰 걸림돌이 됩니다.
또 하나 전두엽의 고유기능 중 하나가 자기통제력이기 때문에 전두엽이 발달해 갈수록 '생각하기'와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표현하기' 사이의 시차나 간격도 점점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생각나는대로 즉각적인 말로 배설된다면 그야말로 수없는 말실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위에 설명한 건물주같은 경우는 '생각하기'와 '생각을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그 간격이 너무 좁습니다. 과장된 자기확신 자아도취적 성향에다가 타인의 의견을 경청해주는 측두엽 기능까지 약하다보니 '왜 저렇게 가꾸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쉽게 자기생각을 발설하게 되는 것입니다.
생각과 행동의 간격이 어느정도 벌어질 때, 신중해지고 타인의 상황이나 기분을 잘 감안하게 됩니다. 물론 그 간격이 너무 멀어지게 되면 전형적인 탁상곤론 선비의 모습이 되어 아무런 행동도 하지않는 무행동 단계로 가겠지만 적절한 갭을 만드는 작업은 꼭 필요합니다.
자폐스펙트럼의 단계에서는 생각이라는 것이 거의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생각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행동이 즉흥적인 것을 넘어 거의 의미가 없게 됩니다. 매일 반복하는 것이나 생존에 필요한 행동들에 국한되어 어느정도 의미를 가질 뿐, 대부분의 행동에는 의도성과 목적성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ADHD단계에서는 생각의 힘이 좀 생기고 이를 행동에 반영하게 되는데 그 간격이 아직은 많이 짧습니다. 그렇다보니 생각이 곧 행동이나 말로 표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유튜브먹방을 보면서 바로 배달앱에 주문하는 사람들의 경우처럼 말입니다.
전두엽이 발달된 사람은 먹방하는 모습을 보면 '저게 정상인가?' '저렇게 많이 먹는 것은 미친 짓이지' '저걸 아이들이 보면 어쩌지?' 등등 먹방에 매료되기는 커녕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물론 전두엽이 잘 발달된 사람이 먹방과 같은 자극적인 내용을 볼 리가 없습니다. 먹방과 같은 감각자극 내용들은 전두엽이 약한 사람들을 주타켓층으로 합니다. 이런 자극적인 방송들이 넘쳐나는 건 그래서 다시 전두엽 성장을 방해하는 시대적 요소이기도 합니다.
분노조절이 어려워서 쉽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범죄행위까지 하게되는 사람들이 바로 생각과 행동의 간격이 너무 좁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행동의 주범들입니다. 분노라는 감정이나 생각에 휩싸였어도, 감정을 폭발시켰을 때 내게 닥쳐올 가능성이 있는 불이익이나 제재 등에 대해 행동 전에 생각이란 걸 좀더 길게 가동해본다면, 즉각적이고 즉흥적 문제행동은 상당히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면 생각하는 힘은 어떻게 해야 성장시킬까요? 감각처리 장애가 있으면 생각할 수 있는 기능의 뇌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감각의 문제는 최우선적으로 해결해가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생각의 기본을 구성하는 응용력, 적용력, 유추력, 예측력, 논리력, 압축력, 상상력 등등의 정체는? 바로 전정감각입니다.
보았다(시각정보)고 본 것이 아니라, 본 것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시각+전정감각 통합)이 진정한 인간의 시각이며, 들었다(청각)고 들은 것이 아니라 들은 것을 해석하고 의미부여 (청각+전정감각통합)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청각기능입니다. 매일 감각통합을 부르짖지만 감각통합의 진정한 의미는 모든 감각정보에 전정감각을 통합시키는 뇌적 회로 작업입니다.
생각하지 않는 즉흥적 즉각적 행동양식은 결코 결코 인간의 방식이 아닙니다. 예로 들었던 집건물주의 행동패턴은 일반사람들에게도 상당히 흔한 일인데 하물며 우리 아이들은 이 작업이 얼마나 어려울까요? 그래서 상벌의 개념을 꼭 부모들이 배워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그림이 아직 즉각 즉흥적 행동 99퍼입니다.
생각의 힘이 길러지길 학수고대합니다.🙏🍒‼️
너무 좋은글이에요. 감사합니다 쭉 정주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