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7일 아침 대덕산 입구에 들어섰다. 1년전 귀촌하신 내외분께서 따뜻하게 맞아 주신다. 얼굴표정과 말씀속에 투박한 시골 인심이 물씬 풍긴다. 쉽지 않았을 마을살이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결과이리라.
대덕산은 전북 무주군 무풍면과 경북 김천시 대덕면에 걸쳐 있다. 이곳은 천재지변 또는 전쟁 피해를 입지않은 10곳의 피난처에 들어가는 십승지 중 한군데다. 외부와 단절되면서 산천이 아름답고 농경을 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 곳이다. 정유재란때 전라병사 이광악이 왜군을 물리쳤고 이인좌의난 때는 의병들이 반란군을 진압하여 국난이 있을 때 마다 고장을 지켜준 명산이다. 명당답게 산세가 좋고 날씨마저 맑고 바람도 크게 불지 않은데다 기온도 적당하여 등산하기 참 좋은 날이다.
나는 배낭을 가져가지않고 물과 카메라같은 몇가지 수납할만한 것만 챙겨서 어깨앞으로 메는 프론트백에 넣고 갔다. 시산제를 하는 날이어서 간식이나 먹을 것을 챙겨갈 필요가 크게 없었기 때문이다. 대덕산 표지판 뒷쪽으로 난 길로 진입하여 대덕산 정상을 향했다. 가벼운 걸음으로 초반 숲속길을 걷기 시작했다. 평탄하고 호젓한 길이다. 나는 한여름 폭염일 때 주말 등산을 혼자하는 경우가 많다. 새벽 3시쯤 일어나서 출발하여 6시부터 시작하면 경기도 가평, 연천이나 강원도 철원 홍천에 있는 산같은 경우 12시 최소 오후 1시 안에 내려와서 집에 오면 3, 4시쯤 된다. 봄가을, 겨울산행은 대체로 함께한다. 어느 경우든 혼자 걷되 함께걷고, 함께걷되 혼자걷는 것을 배울려고 노력한다. 이같은 마음 씀으로 걸으면 길걷기가 훨씬 수월하다는걸 느끼게 된다.
고도가 높아지는 지점쯤에 얼음폭포가 있다. 고드름이 달려 있다. 머지않아 녹아내리고 그자리에 맑은 물줄기가 시원하게 흘러내릴 것이다. 강물이 제몸 구부려 휘어가듯이 거의 육산 형태를 띠고 있는 대덕산 오르는 길 역시 완만하게 휘어지면서 올라가고록 나졌다. 1300m에 육박하는 높은 산임에도 대덕산은 세상의 모든 각(角)을 '둥글게 구부려서 품어주듯' 능선위를 걷는 이들을 부드럽게 받아주고 끌어주고 밀어주었다. 오르막 중간중간 날씨가 풀려 녹은 눈이 흘러내려서 질척질척한 진흙탕구간이 있다. 정상 쪽으로 가깝게 오를수록 눈이 많이 쌓였다. 길이 미끄럽다. 그럼에도 가는 겨울이 아쉬어 일까? 맨질맨질한 눈길이 밉지않다. 정상을 얼마정도 남겨놓은 평평한 지대에 나무데크가 조성되어 안전한 이동을 돕고있다.
마침내 정상에 섰다. 백두대간의 초점산이 바로 내려다 보인다. 남동쪽으로 가야산1432m, 두리봉1133m, 북쪽으로 민주지산1242m, 남서방향으로 삼봉산1254m, 덕유산1611m이 솟아있다. 소백산맥 중에서 가장 험한 산세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덕산은 낙동강과 금강의분수계를 이루어 동으로는 낙동강의 지류인 감천이, 서로는 금강지류인 무풍천이 시작되는 곳이다. 큰 돌로 세운 정상석 뒷면에는 '영호남의 분수령이 되는 곳이고 많은 덕을 쌓은 산이면서 봉황이 날아가는 형상'이라고 적혀있다. 정상 주변은 넓은 평지로 되어있다. 헬기장도 있다. 인위적으로 평평하게 땅을 고른 듯 했다. 간단한 행동식과 물, 막걸리 한잔을 마신 후 하산을 시작했다.
덕산재로 내려오니 길 건너에 백두대간 덕산재라고 쓴 돌 이정표가 우뚝 서 있다. 나는 시산제가 열리는 마을 입구까지 20여 분 더 걸었다. 도로 양쪽으로 그리고 산기슭쪽으로 띄엄띄엄 마을을 이루고 있다. 흙담에 낡은 집이나 기와집, 슬라브집, 단독은 물론 다가구주택이나 전원풍의 펜션같은 개성미 넘치는 집도 보였다. 고향을 등지고 외지로 나가면서 생긴 빈집과 자식들로부터 특별히 경제적인 봉양을 받지못하고 노후를 외롭게 보내는 독거노인가구, 인생2모작으로 귀농귀촌, 여유로운 노후를 선택하여 마련한 새집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피에쓰
1)시산제 거행 <산악인선서>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정열과 협동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할 뿐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되어야 한다. 아무런 속임도 꾸밈도 없이 다만 자유와 평화 사랑의 참세계를 향한 행진이 있을 따름이다.
2)남도-이도흠시인
강물이 리을리을 흘러가네 술취한 아버지 걸음처럼 흥얼거리는 육자배기 그 가락처럼 산이 산을 들이 들을 물이 물을 흐을르을 전라도에서 절라도까지 리흘르흘 리흘리흘 목숨줄감고 푸는 그 가락처럼
산도 들도 물도 ㄴ ㄹ ㅁ ㅇ처럼 유성음으로 유장하고 여유있게 넘는다는 시인의 저 깊은 심연에서 건져올린 촌철살인
첫댓글 백두대간 덕산재와 휴락산방에서 여운이 되살아 납니다.
바다님에 감성에 감흡합니다.
역시 백두대간길 답습니다.. 산행기 감동입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
멋찌시네요
새신발님 사니조아님 사삼사님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